고려대 3차 촛불 "기회 평등·과정 공정·결과 정의의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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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06. 오전 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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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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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 지난달 3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열린 2차 촛불집회. 임현동 기자, 전민규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28)의 입시 비리 의혹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두 차례 촛불집회를 열었던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세 번째 촛불을 밝힌다.

3차 집회 집행부는 6일 오후 7시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촛불 집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집행부는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글을 올리고 “‘정의는 죽었다’ 라는 명제로 조국 후보자의 도덕성 결여와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부적격성을 강하게 어필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집행부가 5일 공개한 3차 집회 포스터는 ‘부고’(訃告)를 알리는 컨셉으로, “고(故) 기회의 평등ㆍ과정의 공정ㆍ결과의 정의가 숙환(위선과 편법)으로 별세하셨기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라는 문장이 들어갔다. 이번 집행부도 지난 1차 집회와 마찬가지로 총학생회와 관계 없이 일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됐다.

‘정치색 배제ㆍ입시 비리 의혹 진상 규명만 요구’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지난 1ㆍ2차 집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 3일 조 후보자의 기자 간담회 이후 고려대 학생 사회 여론은 “조 후보자의 사퇴도 함께 외쳐야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간담회가 끝난 시각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글을 올린 A씨는 “조 후보자 사퇴에 대해 조심스럽게 소리를 내도 되도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답변 내용을 종합해봤을 때 이 사안은 단순히 고려대 내의 입시 문제가 아니라 조 후보자의 자질 문제로 옮겨 갔다고 본다”며 “더 이상 조 후보자에 대한 얘기를 삼가며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힐 필요가 없어졌다”는 댓글이 달렸다.

고려대 3차집회 집행부가 공개한 집회 포스터 [사진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

이들은 ‘정의의 죽음’에 대해 장례를 치른다는 취지로 검은 옷을 집회의 ‘드레스 코드’로 정하려고 했으나, 당일이 ‘2019 정기 고연전’(또는 연고전)이라는 점을 감안해 따로 옷 색깔은 정하지 않고 검은색 우산을 쓰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고연전(연고전)을 관람하는 고려대 학생들은 보통 학교를 상징하는 붉은색 옷을 입는다.

총학은 3차 집회 관련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다. 다만 집행부는 “집회 당일 민주광장은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고연전과 관련해 대관을 완료한 상태”였다며 “총학생회 측과 원만히 협의해 이 곳을 집회 장소로 사용하는 것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날씨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상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는 13호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이날 강한 바람과 비가 내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집행부는 기상 악화 시 집회를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5시 최종적으로 집회 취소 여부를 알릴 예정이다.

'제1저자' 논문 취소…입학 취소 심의 영향 미칠까
한편 대한병리학회가 5일 조씨가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을 직권 취소한 가운데, 고려대 측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려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의 최종 결과가 나온 뒤 학교 규정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학사운영규정 제8조에 따르면,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입학취소사유 대상자라고 판단될 경우 ‘입학취소처리심의위원회’에서 심의 과정을 거쳐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

조씨는 2010년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입학 당시 제출했던 자기소개서를 과장·허위로 작성하고 이 과정에서 특혜가 반영된 스펙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교 재학 시절 2주간 인턴으로 참여하고 ‘제1저자’로 등재된 병리학 논문 등이 대표적이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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