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썰]12월 사망자가 '신규 사망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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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3.19. 오후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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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사망자가 오늘 집계된 것도 있어요. 최근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니, 저희도 답답한 상황입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가 17일 기자에게 한 말입니다.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집계가 100% 정확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질병청은 이날 사망자 수를 429명으로 발표하면서, 절반 이상인 223명이 숨진 지 '3일 이상' 지난 환자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집계에서 빠졌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질병청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빠르게 신고가 될 터이지만, 지금과 같이 환자가 굉장히 많이 병원에 있고 업무가 과중한 상태에서는 신고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여건들도 있습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단장)

최근 환자가 갑자기 늘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취재해 보니, 이런 '누락 사망자'는 한두 건이 아니었습니다.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만 10여 건이 나왔습니다. 1월과 2월은 물론, 지난해 12월에 숨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연말은 오미크론이 아니라 '델타'가 유행했을 때입니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JTBC 취재 결과, '누락 사망자'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만 10명이 넘었습니다.

■ 왜 이런 일이?

코로나 환자가 숨지면, 의사는 신고해야 합니다. 법에 나와 있는 '의무'입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1조 3항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고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때그때 사망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사실 이걸 관리할 방법이 없어요. 안 썼다고 해서 무슨 페널티(불이익)가 있고 그렇지는 않거든요. 정부로서도 '현장에서 좀 더 관심을 갖고 보고서 작성을 충실하게, 빨리 해달라'는 부탁 정도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예요.”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런 일은 최근 늘어났습니다. 환자가 폭증하며 병원 업무도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주로 전공의들이 쓰는데, 환자를 보느라 너무 바쁘다 보니 빠뜨리는 경우도 생긴다고 합니다.

의료계에서는 특히 요양병원·요양시설을 걱정합니다. 상대적으로 의료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최근 사망자 상당수는 이런 곳에 입원 중인 고령층입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의 말을 소개합니다.

일반 병원에서는 '착오'로 인한 누락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러나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은 좀 다릅니다. 상대적으로 행정 절차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곳에 계신 어르신들이 많이 감염되는데, 돌아가셔도 왜 돌아가셨는지 정확히 모르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관련 기사: 지난해 12월 숨졌는데 '신규' 사망자에…집계도 실패 (박민규 기자, 3월 18일)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51535

■ '숨은 사망자' 얼마나?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습니다. 통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주 많지는 않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병원에서 일부 누락되는 사망자가 당연히 있겠죠. 그러나 규모는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해서도 통계가 정확하게 잡히는 편이라서요. 사망자 수가 '과소 집계'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

전문가들은 현재 사망자 수가 '과소 집계'된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누락 사망자가 꽤 있을 것”이라고 보는 엄중식 교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료가 없으니 누구도 섣불리 많다, 적다를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김윤 교수는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코로나 사망으로 보지 않고, 보고하지 않는 경우 역시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오미크론 사망자의 3분의 2는 80대 이상입니다. 대부분 기저질환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환자의 직접 사인을 오미크론으로 볼 것인지는, 의사마다 판단이 갈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그럼 문제없나?

사망자 집계 누락, 그냥 넘길 문제는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이해는 되지만 그걸로 끝나는 건 아닙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데이터 취합에 문제가 있을 수 있죠. 하루에 수십만 명이 감염되는데, 사망자를 실시간 집계하는 건 행정력 한계로 어려울 테고요. 그럼에도 이 설명만으로 '면피'가 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수치를 계속 모니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

정부가 거듭 강조해온 목표는 바로 이 '사망자'를 줄이는 것입니다. 정확한 집계는 기본입니다. 그러나 최근 정부 설명은 오락가락했습니다. 정부는 17일 “사망자 50% 정도가 오미크론이 아닌 기저질환으로 숨졌다”(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날 발표한 사망자 429명 중 기저질환 악화로 인한 사망은 5.4%(23명)라고 발표했습니다.

질병청은 일단 대책을 내놨습니다. 다음 주부터 사망자 관련 통계를 매주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저질환과 접종력, 연령 등을 정리해 자세히 알리겠다는 것입니다. 예측대로라면 우리는 다음 주 오미크론 정점을 지나게 됩니다. 사망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집계도, 설명도 보다 분명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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