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범행 설계, 5억 돈가방은 우연" 김다운의 '이희진 부모 살해'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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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몰카·위치추적기까지 구입해 ‘설계’

범행 전 표백제 구입...증거인멸 목적

경찰은 "부가티 판매 사실 몰랐을 것"

돈 들어온 날 살인강도...단순한 우연?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씨의 부모를 살해한 피의자 김다운(34)씨의 살해 동기는 결국 돈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다운은 ‘주식 부자’ 이희진의 부모라는 점 때문에 1년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 안양동안경찰서는 26일 오후 2시 기자 브리핑을 열고 "김다운이 지난해 3월부터 이씨 부모를 범행 대상으로 삼고 범행을 계획해왔다"고 밝혔다. 청담동 주식 부자로 알려진 이희진, 이희문(31) 형제들이 막대한 돈을 챙긴 뒤 감옥에 수감되면서, 아버지에게도 돈이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26일 오후 ‘이희진 부모 살해’ 사건의 피의자 김다운(34)이 검찰 송치를 위해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날 강도살인, 사체유기, 주거침입, 위치정보법 위반, 공무원 자격 사칭 등 혐의를 받는 김다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다운은 전날 경찰에 의해 신상이 공개됐지만, 이날 포토라인에서는 입던 옷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렸다. 그는 "일정부분 계획은 했지만, 저는 죽이지 않았으며 추가 범행 계획도 없었다"고 짧게 말한 뒤 호송차에 올랐다.

◇경찰 "철저한 계획 살인"…흥신소에 이희문 납치도 의뢰했다"

경찰은 김다운이 지난해 3월부터 범행을 계획해, 지난달 16일 공범을 찾는 등 구체적인 범행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다운은 지난 5월~8월 3차례에 걸쳐 이씨 부모가 살던 집을 찾아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씨 아버지 차량에는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수시로 위치를 파악했다.

사전준비를 마치고 김다운은 지난달 16일 인터넷 구인사이트에 ‘경호원 모집’ 글을 게시한 뒤 공범인 중국동포 3명을 고용했다. 김다운은 채용한 중국동포 3명을 서울과 부천 등에서 총 세 차례 만나 범행을 공모했다.

김다운은 범행 당일인 지난달 25일 손도끼와 표백제를 구매한 뒤 경찰을 사칭하며 피해자 부부의 자택으로 침입했다. 경찰은 "사건 당시 김다운 등 4명이 역할을 분담해 목졸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들을 분리해 옷 방과 서재로 각각 끌고가 손을 묶은 후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다운은 살인을 저지른 뒤 이삿짐센터를 불러 이씨 아버지 시신을 평택 소재 창고로 유기했다.

지난달 25일 팔린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의 ‘부가티’ 차량이 중개처인 도로오토모티브 매장에 전시된 모습. /이신태PD

경찰 조사에서 범죄 이후의 행적도 드러났다. 김다운은 범행 이후 피해자인 어머니 휴대폰으로 차남 이희문에게 "갑자기 일이 생겨 일본 삿포로로 가게됐다"는 문자를 보냈다. 또 "아빠 친구 아들인 사업가를 만나보라"는 문자를 보내 이희문과 직접 만났다.

경찰은 "김다운이 흥신소에 이희진 동생 희문씨를 납치해달라고 의뢰하했다"며 "부가티의 나머지 판매대금을 노리거나 범행을 완전히 은폐하려던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김다운은 이씨 납치와 밀항 등을 의뢰하며 흥신소에 5550만원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 경찰 "이씨 부모 몰랐고, 부가티 5억원도 우연"… 범행동기는 ‘미궁’

김다운이 언제부터 이희진 부모를 알고 있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김다운은 "이씨 아버지에게 빌려준 2000만원을 받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 부부와 알고 지냈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인터넷 검색을 통해 피해자들이 ‘청담동 주식부자’로 유명한 이희진의 부모인 것을 안 것이 아니냐"고 했다. 경찰은 김다운이 지난달 25일 이희문의 부가티 판매대금이 들어온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다운이 범행 당일 우연히 이씨 아버지가 들고 온 자동차 판매금을 빼앗은 것"이라며 "부가티 판매와 관련한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 받은 사실이 없다. 중국 동포를 고용한 범행 결정 날짜도 부가티 판매 날짜 이전인 16일"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다운이 피해자 집에서 강취한 현금 5억원 중 2억5700만원을 회수하고, 1억7942만원의 사용처를 확인했다. 김다운은 흥신소에 밀항 등을 의뢰하며 5550만원,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4500만원, 시신을 유기한 창고 대여료로 1600만원 등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은 김다운이 중국동포 공범 3명에게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6988만원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용처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나 사건 전말은 중국으로 도주한 공범 3명이 붙잡히면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등 공범 송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26일 오후 1시 40분 ‘이희진 부모 살해’ 사건의 피의자 김다운(34)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안양동안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최상현 기자


[최상현 기자 halfmooncho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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