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역세권’에 낚였던 매물들,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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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30. 오후 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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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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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공인중개사법 어떻게 바뀌나[경향신문]



최근 서울 용산 지역에서 원룸을 구하던 A씨는 모 부동산 매물정보 사이트에서 원룸이 나온 걸 보고 집을 보러 갔다가 낭패를 봤다. 사이트에 게재된 대로 ‘신축’은 맞았지만 막상 가보니 가스보일러가 주방 옆 벽장 속에 들어 있었던 것. 공용전기, 건물관리 등의 이유로 별도 관리비도 월 5만원씩 내야 했다. 가스가 새지 않을까 염려도 됐고, 관리비도 A씨가 생각했던 비용 이상이었다. A씨는 “보일러실 문제나 관리비는 매물정보나 중개업자를 통해 사전에 안내받지 못했다”며 “계약도 못하고 헛걸음만 했다”고 말했다.

집을 사거나 전·월세를 구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A씨와 같은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소비자들 대부분 온라인에 게재된 부동산 매물광고를 보고 집을 보러 가지만 현장 상황이 매물정보와 다르거나, 중요한 정보를 광고에서 누락해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적절한 집을 구하기 위해 길게는 몇 달씩 발품을 파는 일도 스트레스다.

헛걸음하는 일을 줄이려면 소비자가 현장에 방문하기 전 해당 매물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부동산 중개대상물에 대한 표시·광고 명시사항 기준이 강화된 새 공인중개사법 및 관련 시행령·시행규칙이 지난 21일 시행됐다. 새 법령이 규정하는 매물정보가 제대로 게재돼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한다면 발품을 파는 수고가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 있다.

■ 매물 ‘지번’까지 표시해야

위치·입주일·가격 등 정확히 게재
관리비는 세부항목 나눠 표기해야
허위·과장 매물 중개할 땐 과태료

온라인 부동산 광고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불편을 겪던 항목 중 하나는 해당 매물의 구체적인 위치가 제대로 게재돼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대개 매물이 위치한 ‘○○동(리)’ 정도까지만 안내가 돼 있는데, 아파트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다세대·연립주택의 경우 이것만 봐서는 위치가 어딘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직접 해당 공인중개사무소로 전화를 해서 물어봐야 했다.

30일 새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등을 보면 앞으로 공인중개사가 인터넷에 표시·광고하는 경우 건축물 중 단독주택을 제외한 공동주택의 경우 해당 지번과 동, 층수까지 포함해야 한다. 다만 층수의 경우 중개의뢰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구체적인 층수 대신 ‘저/중/고’ 등의 정보로 대체할 수 있다. 단독주택도 지번을 포함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중개의뢰인이 원할 경우 읍·면·동·리까지만 표시할 수 있다. 근린생활시설 등 상가건물은 읍·면·동·리까지 표시할 수 있지만 층수는 포함해야 한다.

가격 및 입주일과 관련된 모호한 정보게재도 금지됐다. 기존에는 입주일 정보가 보통 ‘입주일 협의’ ‘3개월 이내’ 등으로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가격의 경우도 ‘1억~1억3000만원’ 등의 식으로 표시돼 혼란을 줬다. 새 공인중개사법에서는 입주일을 예컨대 ‘9월5일’ 등으로 실제 입주 가능한 날을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즉시 입주가 가능한 경우에 한해 ‘즉시 입주’ 표시는 허용된다. 매물 가격도 거래예정금액을 ‘단일 가격’으로 명시해야 한다.

가구 수가 적은 다세대·다가구주택(원룸, 투룸 등)은 관리비와 사용료를 분리해서 표시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청소비·승강기 유지비 등의 관리비와 전기·수도요금 등의 사용료가 뒤섞여 한꺼번에 표시되거나, 정보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과거에는 ‘보증금 500만원/관리비 7만원(수도·인터넷 포함)’ 등의 식으로 표시했다면 새 규정에서는 ‘보증금 500만원/관리비 5만원/수도·인터넷 2만원(또는 별도부과)’ 등으로 정확하게 안내해야 한다. 주차 여부 표시도 변경돼 ‘주차 가능’ 식으로 표시됐던 사항을 ‘가구당 1대’와 같은 식으로 정확하게 표기하게 된다.

법 개정으로 소비자들은 해당 매물의 정확한 위치·입주일·가격·주차 가능 여부 등 중요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허위·과장 광고도 금지돼 이 같은 정보로 인해 헛걸음을 했거나 피해를 봤다면 신고를 통해 해당 중개업소를 처벌(과태료 500만원)할 수 있다. 허위·과장광고란 실제로 없는 물건을 게재하거나 중개 대상이 될 수 없는 물건을 광고하거나 하는 경우다. 막상 가보니 물건의 가격이나 면적이 표시와 다르거나, ‘○○역에서 3분거리’ 등과 같은 입지·생활여건 등의 표시가 실제 현장과 다른 경우도 포함된다.

새 표시규정 위반 및 허위·과장 광고로 피해를 본 소비자라면 ‘한국인터넷광고재단 부동산광고시장감시센터’ 홈페이지(www.budongsanwatch.kr)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정부는 새 규정이 적용된 지난 21일부터 한 달간 계도기간을 거친 뒤 각종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 집값 담합 처벌강화 추세

아파트 커뮤니티 통한 집값 담합
3년 이하의 징역 등 처벌 대상

공인중개사법 개정으로 매물의 광고·표시 책임이 무거워진 건 공인중개업소만이 아니다. 올 2월부터 적용된 공인중개사법 규정에서는 비(非)공인중개사를 통한 매물 광고 등을 금지하고 있고, 어길 경우 이를 처벌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이 규정을 법에 포함시킨 배경에는 아파트 단지별로 횡행하는 ‘집값 담합’ 문제 때문이었다. 아파트 동커뮤니티(일명 ‘동커’) 등을 통해 “○○억원 이하로 집을 내놓지 말라” “○○중개사무소는 가격을 내려서 중개하니 거래하지 말라”는 등의 행위가 대표적이다.

실제 2018년 서울의 B아파트에서는 해당 동커뮤니티 운영자가 호가를 특정가격으로 유지하도록 주민들에게 독려하고, 이에 반발하는 인근 중개사무소들을 비난해 운영자와 중개사무소들 간 법정 다툼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소송을 진행한 모 법무법인 변호사는 “중개사무소들이 ‘우리도 양심이 있다’며 운영자의 호가담합에 반발해 운영자를 집값 담합 혐의 등으로 고소한 사건”이라며 “하지만 당시만 해도 집값 담합 처벌 규정이 모호해 결국 명예훼손 1건만 인정됐다”고 밝혔다.

2월부터는 처벌규정이 생기면서 집값 담합이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정부도 단속을 부쩍 강화하는 추세다. 경기도는 이달 초 집중단속을 벌여 집값 담합 의혹이 있는 11명을 적발해 수사의뢰했고, 국토부의 지난해 12월~올 2월 기간 중 조사를 통해 집값 담합 혐의가 있는 13명이 형사입건됐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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