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유통업계 때리는 국회...反시장·反기업 규제 법안 무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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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09. 오후 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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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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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아웃렛·전문점도 의무휴업
신규점표 등록제 '허가제'로 전환
주무부서 산업부서 중기부로 변경

21대 국회 첫 회기에서 반시장·반기업 규제 법안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발의 법안 중 상당수가 시장 불균형 해소를 위해 대기업을 옥죄는 내용이다. 유통산업발전법부터 상생협력법과 중소유통업보호특별법까지 소상공인 보호 정책 달성의 반대급부를 규제에서 찾았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유통기업과 소상공인에 영향을 미칠 법안들의 주요 내용을 짚어봤다.

21대 국회 7월 임시국회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첫 임시국회 두 달간 발의된 유통법 개정안만 8개다. 1건을 제외한 나머지 7건 모두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강도도 깊고 넓어졌다. 의무휴업을 복합몰·백화점까지 확대하고, 점포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뿐 아니라 유통법 주무부처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소관으로 변경하는 내용까지 담겼다.

우선 이동주, 홍익표 의원안은 공통적으로 영업행위 규제 대상에 복합쇼핑몰을 포함했다. 이 의원안은 백화점과 아웃렛, 전문점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대기업 유통 채널 전체를 규제해 중소유통업 및 소상공인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규모 점포가 소상공인과 경합성이 낮으면서 보완 관계인 경우도 있어 영업행위 자유의 제한과 소비자 후생 감소를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복합몰과 아웃렛의 집객력이 도심 외곽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유통학회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 점포 출점 후 기존 전통시장 고객의 7.43%가 인근 복합몰로 이탈했지만 오히려 11.83%가 신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서도 복합몰 의무휴업이 적용되면 매출이 4851억원 줄고 일자리는 6161개 감소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입점 매장의 70%가 중소상공인이라는 점에서 규제 형평성 논란도 인다. 골목상권과 관계없는 영화관, 수영장, 놀이시설 등도 휴일 영업제한을 받아 지역주민과 소비자 편익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백화점과 아웃렛 역시 이들 점포와 거래하는 입점·납품 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영업행위 규제 확대 법안(자료=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정호 의원안은 현행 대규모 점포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통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중소유통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대규모점포 출점을 보다 강력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출점을 위한 법적 요건을 구비했음에도 허가권자가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없다는 전제 하에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를 들어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산업부도 “허가제에 따른 사업자 영업 자유 및 소비자 선택권의 과도한 제한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등록제를 허가제로 강화할 경우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제약하는 경쟁 제한적 규제가 돼 가격 인상 및 소비자 피해를 가져올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 무역에 대한 일반협정(GATS)에서 규정하고 있는 서비스 공급자수 제한 등 양적 제한 요소가 포함될 경우 국제 통상 규범에 위배될 소지도 있다.

대규모 점포 출점 제한 전통상업보존구역 범위를 1㎞에서 20㎞로 확대하는 법안 역시 거리를 20배 확대할 경우 실제 면적은 400배 늘어나 신규 출점이 사실상 금지되는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이 나온다.

이주환·어기구·이동주·홍익표 의원안에 담긴 지역협력계획서 실효성 확보를 위한 이행명령 및 이행강제금의 도입 역시 역효과부터 따져봐야 한다. 강제 이행수단 도입시 확정적 이행이 가능한 사항만 협력계획서에 넣게 돼 오히려 전향적 지역협력 자체를 저해할 수 있어서다. 산업부도 “이행 평가가 주관적일 수 있는데다, 공식적 지역협력보다 대형유통사와 지역상인 간 음성적 이면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유통산업 소관 자체를 산업부에서 중기부로 변경하자는 법안도 줄 잇는다. 김정호 의원안은 유통산업 주무부처를 산업부에서 중기부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소상인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중기부에서 유통산업 사무를 주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최승재 의원이 발의한 가맹사업진흥법 개정안 역시 가맹사업 소관 부처를 중기부로 이관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 육성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규모점포 및 준대규모점포 등록 현황(자료=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을 유통산업기본법으로 산업부에 존치시키고 중소유통상인 보호, 육성을 위한 별도 법률을 중기부 소관으로 제정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중소유통업 보호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중소유통업 영업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상업지역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통산업 전반을 총괄하는 주체가 변경된다는 점에서 고강도 규제 법안이다. 유통업 진흥이라는 입법 취지보다는 규제가 강조돼 산업 전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보호·육성과 별도로 300조원 규모에 이르는 국내 유통 산업 발전을 이끌 수 있는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국내외 유통 환경 변화가 역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균형 감각을 유지한 입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유통 산업은 수많은 일자리와 소비자 후생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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