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 딸 잃고 방황하던 바이든에 아버지 건네
"왜 나입니까?" 절규에 돌아온 답은 "왜 넌 안되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책상 위엔 수십 년간 간직해 온 조그만 액자 하나가 놓여있다. 액자에 담긴 건 두 컷짜리 만화. 그는 평소 "이 만화가 필요할 때마다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고 말해왔다.
만화는 미국 유명 작가 딕 브라운(1917~1989년)의 '공포의 해이가르'다. 주인공인 해이가르는 거칠지만 가정적인 바이킹이다. 그는 자신이 탄 배가 폭풍우 속에서 벼락에 맞아 좌초되자 신을 원망하며 하늘을 향해 외친다. "왜 하필 나입니까?(Why me?)". 그러자 신은 그에게 이렇게 되묻는다."왜 넌 안되지?(Why not?)".
모건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2015년 장남 보 바이든이 뇌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모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모건에게 "피어스, 조 바이든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모건은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일면식도 없었지만, "개성 있는 목소리"를 듣고 그가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했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이때 모건에게 이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바이든 당선인은 29세였던 1972년 상원의원이 되자마자 부인과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아들 보와 헌터도 이 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그는 신을 원망하며 왜 하필 자신에게 이런 불행이 닥쳤는지 그 이유를 거듭 묻고 있었다.
바이든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만화를 넣은 액자를 건넸다. 그 만화가 바로 딕 브라운의 '공포의 해이가르'였다. "아버지는 내가 낙심해 있을 때마다 '얘야, 세상이 네 인생을 책임져야 할 의무라도 있니? 어서 털고 일어나'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이어 "이 만화는 나에게 ‘이미 일어난 일은 합리화할 방법이 없다’,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불행은 찾아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아버지의 방식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털고 일어서지 않으면 일어난 일에 짓눌려질 것이다. 나는 처음엔(아버지가 만화를 주었을 때) 그 뜻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들 보가 세상을 떠난 후에 만화가 주는 메시지가 너무나 소중한 것이 됐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아버지 조셉 바이든 시니어(1915~2002년)는 보일러 청소와 중고차 판매 일을 했다. 그는 선거 운동을 하면서 "아버지는 항상 제게 '사람을 평가할 땐 그가 얼마나 자주 쓰러졌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일어섰느냐를 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자주 말해왔다.
바이든은 모건에게 "아이들을 매일 안아줘라. 자식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며 통화를 마쳤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