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컷 공격’에 안산 “편하니까” 답하자…인증샷 6천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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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7.27. 오전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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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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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컷은 페미’라는 일부 공격에 #여성_숏컷_캠페인으로 맞서
“머리 길이로 사상검증 멈춰라” 등 6천개 이상 트위터 반응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결승전에서 화살을 쏘고 있다. 연합뉴스


가볍다, 시원하다, 편하다, 머리 감고 말리는 시간이 단축된다, 샴푸를 덜 쓴다, 땀이 빨리 마른다….

‘숏컷(쇼트커트)’의 장점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당연한 이야기들이 최근 여성들의 숏컷 사진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 25일 신체심리학자 한지영씨는 트위터에 ‘#여성_숏컷_캠페인’ 해시태그 운동을 제안했다. 도쿄올림픽 양궁에서 금메달 2관왕(혼성·여자 단체전)을 달성한 안산 선수의 SNS에 달린 누리꾼의 댓글이 발단이 됐다. 이 누리꾼은 안 선수의 SNS 계정에 “왜 머리를 자르나요?”라고 물었고 안 선수는 “그게 편하니까요”라고 답했다. 이를 본 여성들은 ‘남성 선수 대부분은 이런 질문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질문은 질문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숏컷을 한 여성 전반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한씨는 해시태그 운동을 제안하며 ‘숏컷 여성’에 대한 이번 올림픽 중계 영상에 달린 댓글 등을 함께 올렸다. ‘숏컷하면 높은 확률로 페미니스트다. 따라서 숏커트한 여성은 걸러야 한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요즘 여자들은 숏컷하면 페미니스트 소리 들을까봐 안 한다’는 식의 글들도 있었다. 숏컷을 남성의 전유물로 여기고 페미니스트를 혐오하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신체심리학자 한지영씨 트윗 갈무리


이날 낮 12시 기준 해당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트위터에만 6천개 이상이 올라왔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스포츠 하는 사람이 머리 짧게 자른 게 뭐? 경기하는데 더 편하면 자르는 게 맞는 것이다. 그리고 머리를 자르든 기르든 무슨 상관인가. 내 몸은 내 마음이다”(@*****m_s), “머리카락이 짧은 여자도 있고 긴 여자도 있다. 여자가 장모종도 아니고 짧으면 뭐 어때서! 머리 길이로 사상검증을 멈춰라”(@*****it_is) “하고 싶으면 그냥 자르세요. 장발이 더 편하다 싶으면 그때 기르면 됩니다. Do What you want(원하는 걸 하세요)”(@*****pot) 등을 올리며 자신의 숏컷 사진을 덧붙였다.

여성들은 숏컷을 드러내면서 여성 외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꼬집었다. 또 ‘긴 머리든 짧은 머리든 여성 스스로가 하고 싶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주체성을 강조했다.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한 김아무개(19)씨는 <한겨레>에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숏커트를 페미니스트라고 단정짓는 것도 참 이상한 일”이라며 “해시태그 운동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숏커트도 해보고 장발도 해본 입장에서, 만일 (주변 시선 때문에) 숏커트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해봐도 좋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 이슈에서 중요한 점은 두 가지”라며 “일부 남성들이 여성의 외모에 대해 통제를 가한다는 점과 그것을 통해 여성이 스스로 페미니즘적 태도를 숨기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점”이라고 짚었다. 한씨는 “그럴수록 더 ‘(숏컷 여성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해시태그 운동 제안 이유를 밝혔다. 한씨는 여성에 대한 외모 지적이 ‘올림픽 여성 운동선수’를 상대로 한 점을 주목했다. 그는 “올림픽은 대표적으로 여성들이 몸을 외관이 아닌 기능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여성혐오적 관점에서 여성이 수동적이고, 작고 마르고 취약한 상태에 머물기를 바라는 태도와 대비된다. 무례한 댓글의 기저에는 주체적이고 기능하는 몸으로서의 여성을 원치 않는다는 마음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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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은 절실함과 좌절의 합작품이다." 좋은 기사 많이 쓰겠습니다. 한겨레신문 기자 이주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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