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원순 피해자 "실명 공개한 김민웅 고소…구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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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0.04. 오후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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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 A씨 측이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와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들이 과거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쓴 자필 편지를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피해자 실명을 노출했거나 노출에 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조국백서’로 불리는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을 집필한 조국백서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인사다.

“편지 공개하며 피해자 실명 노출…책임져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2차 가해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A씨의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25일 “김 교수와 민 전 비서관을 전날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특히 김 교수가 2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실명으로 올린 편지 원문에 피해자 이름이 노출된 채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다”며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발단은 23일 민 전 비서관과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페이스북에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쓴 자필편지 3통을 공개하면서다. 김 교수는 이 편지의 원문 사진을 공개하면서 A씨의 이름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다가 이후 이름을 가렸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가 2016 년 2월 박 전 시장의 생일을 맞아 쓴 편지. [민경국 전 인사기획비서관 페이스북 캡처]
김재련 변호사는 “이 같은 행위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비밀누설금지)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24조2항은 ‘누구든지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등 피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을 피해자 동의를 받지 않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지난 10월7일 네이버 밴드와 블로그에 A씨의 실명을 공개한 네티즌을 경찰 고소한 것을 알고도 똑같은 행위를 한 것”이라며 “피해자가 자신의 신상을 드러내지 않기를 원한다는 점을 악용해 좌절시키려는 것으로 다분히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김 교수, 실명 노출 시인했지만…“정작 본질 사라져”
김민웅 교수는 24일 오전 2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게재한 글 중 일부. [김민웅 교수 페이스북 캡처]
김 교수는 24일 오전 4시께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찰나의 노출 현장은 제 페이스북”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이보다 2시간여 앞서 쓴 글에서 “아주 잠시, 눈 깜박할 사이에 실명 노출 자료인 것을 알고 즉시 교체한 순간 누군가 봤다”며 “정작 내용(본질)은 그렇게 해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언론이 이 지경”이라고 했다. 실명 공개를 걸고넘어지는 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한 사람이 쓴 편지가 이럴 수 있다면 대체 어떤 멘탈의 강력함을 가졌는지 궁금하다”며 “2019년 9월엔 자기 동생 결혼기념 글까지 부탁한다. 성추행한 사람에게 그런 걸 부탁할 수도 있는 모양”이라고 해, 해당 사건이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라는 점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이 앞서 ‘네이버 밴드·블로그 실명 공개 사건’ 관계자를 구속 수사하는 선례를 보였다면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실명공개가 별것 아니구나’라는 인식을 낳았다. 구속수사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사건이 불거지자 김 교수는 2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김 교수는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며 “(실명을 가린) 민 전 비서관의 게시물을 공유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아 이전에 얻게 된 자료(편지)를 따로 올리는 과정에서 실수가 생겼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썼다.

김 변호사는 실명을 직접 공개하지 않은 민 전 비서관을 함께 고소한 이유에 대해 “SNS 외에 김 교수와 소통한 메신저 등도 (성폭력 특례법에 금지된) 정보통신망 이용으로 봄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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