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랠리에도 웃지 못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빅 4’ 제외하면 줄폐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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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이 6100만원을 기록하면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 올 초 비트코인 가격이 강세를 나타냈을 때는 편한 마음으로 지켜봤다면, 지금은 거래소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모습이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기간이 사실상 2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미 신고를 마친 업비트 외에 나머지 ‘빅 4’ 거래소는 시중은행을 상대로 실명계좌 확인서 발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중소형 거래소는 원화마켓 중단을 두고 여러 선택지를 고심하고 있다.

7일 오전 7시 54분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6071만원이다. 24시간 전보다 2.13% 오른 값이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모니터에 표시된 비트코인 시세. /연합뉴스

다시 시작된 비트코인 랠리… ”골든 크로스 임박”

7일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기준으로 가상자산 대장 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610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 주말 5900만원대를 회복한 비트코인은 약 4개월 만에 6000만원을 넘어 6080만원~6100만원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서는 24시간보다 1.6% 넘게 오른 5260달러(약 61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국내에서 6000만원대에 거래된 건 지난 5월 16일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5월 중순 이후 중국 등 각국의 가상화폐 규제가 심해지자 비트코인은 30% 넘게 급락하며 36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당시 국내외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0’에 수렴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힘을 얻기도 했다.

회복 기미가 안 보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7월 말부터 차츰 오르기 시작했다.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관심과 함께 이더리움 하드포크가 비트코인 가격을 견인했다. 하드포크란 블록체인 업그레이드(개선) 작업 중 하나로, 기술적 문제 등을 개선할 때 사용된다.

최근에는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오는 7일(현지 시각)부터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일이 호재로 작용했다. 실제 물건을 사고팔거나 세금을 낼 때도 비트코인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엘살바도르에서 쓸 비트코인 200개를 매입했다고 밝히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엘살바도르는 지난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트위터와 ‘밈 주식’ 열풍을 이끈 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도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렸다.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서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사용하기 시작하는 7일에 비트코인을 30달러어치씩 사자고 제안했다. 이에 트위터와 레딧 이용자들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한 엘살바도르와의 연대를 표현하기 위해 비트코인 소액 구매에 동참하고 있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이번에는 비트코인을 밈 주식으로 여기고 매수 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 폭이 커지자 미 가상화폐 전문 매체인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의 골든 크로스가 임박했다”고 분석했다. 골든 크로스는 단기 가격 이동 평균선(50일)이 장기 이동평균선(200)을 돌파하는 것을 말한다. 본격적으로 강세장이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로 여겨진다. 비트코인은 그간 총 3번의 골든크로스를 경험했다. 그 직후엔 예외 없이 가격이 상승했다.

연합뉴스

2주 앞으로 다가온 신고 기한… 줄폐업이냐 BTC마켓 전환이냐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거래량도 다시 증가하고 있다. 국내 4대 거래소도 예외는 아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며 거래량도 함께 줄었는데, 지금은 올 1~2월 수준까지 다시 올라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 기세로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지난 4~5월 국내서 비트코인이 8000만원을 넘었을 때처럼 거래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 개미들이 지지부진한 증시에서 가상자산 투자로 다시 눈을 돌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기한이 오는 24일로 성큼 다가온 탓이다.

국내에서 영업하려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이날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의 실명 입출금 계정을 확보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못하면 국내에서 거래소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신고 기한까지 총 3주 남았지만 추석 연휴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2주가량 남은 셈이다.

지난달 신고를 마친 업비트 외에는 아직 FIU에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서를 낸 곳은 없다. 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 실명확인 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들도 은행들을 상대로 실명계좌 확인서 발급을 받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시중은행 실명계좌를 지금 쓰고 있더라도 따로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FIU에 사업자 신고서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빗썸·코인원·코빗이 이번 주 안으로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중소형 거래소들의 줄폐업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는 21개, 인증을 신청한 거래소는 18개, 인증을 신청조차 않은 거래소는 24개다. ISMS 인증을 받았더라도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지 않으면 신고 기한이 끝난 후부터 국내에서 원화로 가상자산 거래를 중개할 수 없다. 원화로 거래를 중개할 수 없으면 거래량이 급감해 사실상 폐쇄인 셈이다.

NH농협은행, 신한은행의 실명계좌를 확보한 빗썸·코인원·코빗 이외에 원화마켓(한국 원화를 기본 통화로 거래하는 시장) 사업을 할 수 있는 거래소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날 금융당국이 은행 실명 입출금 계좌 계약을 맺지 못하거나 ISMS 인증을 받지 않은 거래소는 오는 17일까지 폐업을 투자자에게 공지하라고 권고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17일 전후로 폐업을 알리는 중소형 거래소가 많이 눈에 띌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거래소 그린빗은 지난달 27일 “ISMS 인증을 신청했으나 은행사의 요청으로 9월 1일부터 원화 입금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스스로 업무 중단이나 문을 닫는다고 알리는 거래소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신고기한 마감이 다가오면서 중소형 거래소들은 실명계좌를 발급해주는 시중은행 구하기에 박차를 가하거나 아예 원화 거래를 중단하고 비트코인(BTC)마켓 중심으로 거래소를 재편하는 등 생존 방법을 갈구하고 있다.

ISMS 인증은 받았지만 은행 실명발급 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인 고팍스와 후오비코리아 등이 지방은행까지 돌며 시중은행과의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영업 기반을 확대하고자 하는 지방은행권을 공략하고 있다”며 “특히 고팍스 같은 경우에는 거래 규모도 상당해 더욱 시중은행 구하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소형 거래소들은 원화마켓을 과감히 포기하고 BTC마켓으로 재편하는 것도 유력한 선택지로 보고 있다. BTC마켓으로 전환하면 원화마켓만 종료하고 거래소 사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ISMS인증을 받은 사업자가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원화마켓 서비스를 종료하고 BTC마켓 등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고 기한이 끝나도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금융당국에서 또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번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BTC마켓으로 전환하려는 거래소들은 언젠가 있을 ‘제2차’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노리는 것”이라며 “그전까지 BTC마켓으로 돌려 거래소 사업을 유지하다가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게 되면 그때 다시 신고해 원화마켓 서비스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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