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연속인하 부담 느낄듯
한번 더 내리면 역대 최저금리
통화정책 여력도 거의 없어져
가계부채·서울집값 상승세도
동결 가능성에 더 무게 실어
하지만 매일경제신문이 25일 경제전문가 10명에게 한은 금통위 전망을 물어본 결과 모두가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연내 추가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한은이 이달보다는 실물경제와 금융상황을 더 지켜본 뒤 4분기에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4분기 금통위는 10월 17일과 11월 29일 두 차례 열린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상황만 보면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데 시장이나 한은 모두 공감하고 있어 8월 인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과거 통화정책을 살펴보면 금융위기 이후 한은이 금리를 연속 2번 인하한 사례가 많지 않은 만큼 좀 더 지켜볼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도 "금융시장 변동성이 심한 상태라 금리 인하가 과도한 쏠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숨 고르기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 연이어 금리를 인하한 사례는 두 번에 그친다. 2001년 IT 버블 붕괴와 9·11 테러 등 대외 악재에 한은은 4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또 한 번은 2008~2009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이번 금통위에서 한 번 더 인하할 경우 역대 최저금리(연 1.25%)에 이르게 돼 통화정책 여력이 많이 남지 않게 되는 것도 한은에 부담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실효 하한을 0.75%에서 1.0%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많지 않아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템포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내외 불확실한 변수가 많은 것도 한은으로 하여금 신중한 행보를 하게 할 요인으로 꼽힌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바로 인하하기보다 이달에는 경기에 대한 진단에 집중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23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시장 기대와 다르게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힌트를 전혀 주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인하를 확실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건 부담이 크다"며 "9월 연준 움직임을 지켜본 뒤 4분기에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연준은 오는 9월 17~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2분기 증가세로 돌아선 가계부채와 다시 오를 기미를 보이는 서울 집값도 한은으로 하여금 금리 인하 카드를 쉽게 못 꺼내들도록 만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경우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며 "상황을 보며 좀 더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행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있어 경제성장률이나 물가를 안 볼 수 없는데 금융안정도 불안한 상황이라 한은이 어느 하나만 보고 정책을 운용하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수출과 투자 등 실물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한은이 연속 금리 인하로 충격요법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시그널 효과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을 때 크다"며 "이미 금리는 낮은 수준이고 인하는 예상된 바라 8월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경기 부양 효과가 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연내 추가 금리 인하는 한 번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두 번을 예상한 전문가도 있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0%대에 진입했다"며 "시장은 2번 인하를 이미 반영하고 있고 경기가 쉽사리 회복되리라 보지 않기 때문에 올해 10월과 11월 연속 두 번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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