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연봉 5천만원·주35시간…판교는 "SW 개발자님 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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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4.09. 오후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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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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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인력 구인난 빠진 스타트업

신분당선 판교역에 부착된 스타트업 위드이노베이션의 `여기어때` 구인 광고. [사진 제공 = 위드이노베이션]
"주35시간 근무에 연봉 최소 5000만원, 개발자를 찾습니다."

판교 테크노밸리 중심에 위치한 신분당선 판교역 스크린도어에는 숙박 O2O(온·오프라인 연계) 모바일 서비스 '여기어때'의 구인광고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여기어때 개발자 채용' 현수막이 붙은 경기 광역버스도 자주 눈에 띈다.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이 9일부터 진행하는 신입·경력직 공채를 위해 판교 일대 지하철, 버스를 구인 광고로 도배했기 때문이다. 전체 직원이 240명인 위드이노베이션은 이번 상반기 공채를 통해 순수 정보기술(IT) 개발자만 100명을 선발하는 등 총 200명을 신규 충원할 계획이다.

위드이노베이션 관계자는 9일 "200명 채용에 무슨 광고가 이렇게 요란스러우냐고 할 수 있겠지만, 요즈음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본사가 서울 강남에 있지만 개발자가 많은 판교에서 대대적인 공채 이벤트를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청년실업이 유례없이 장기화되면서 극도의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스타트업에서는 젊은 개발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이 본격 전개되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도 기술·서비스 개발을 위해 채용 규모를 크게 늘려야 하지만 정작 쓸 만한 인재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 중심이 되는 소프트웨어(SW) 네트워킹,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웹 개발, 보안, 빅데이터, AI 솔루션 분야에 대한 수요가 크지만 개발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주요 스타트업들은 사상 최대 인력 공채를 발표했다. 공채의 절반 이상은 IT 개발 부문이다.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은 설립 3년 만에 최대 규모인 200명을 뽑는다. 이중 절반(100명) 이상을 개발직군으로 채울 계획이다. 식품 O2O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400명을 채용한다. 이중 200명 이상을 개발자로 뽑을 예정이다. 숙박 O2O 야놀자를 서비스하는 야놀자 측도 200명을 채용하고 100명은 개발직군으로 채용한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는 "모바일 앱 서비스를 계속 업그레이드하려면 이용자 편리성과 보안 문제라는 양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며 " 서비스가 글로벌해지고 복잡해지면서 개발자 확보 여부에 회사의 미래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대졸 신입 개발자 채용도 어려울 뿐더러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개발자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요즈음 취업자들은 연봉도 중요하지만 근로환경, 복지도 꼼꼼히 따지기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스타트업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라며 "최근에 규모가 큰 회사에서 더 높은 연봉을 주고 우리 개발 직원을 스카우트해 가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이라 해도 구인난 속에 개발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기업을 능가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거는 경우도 많다.

여기어때 이번 공채에서 개발자 직군은 신입이든 경력이든 무조건 5000만원 이상에서 연봉 협상을 시작한다. 게다가 월요일은 오후 1시에 출근하는 등 주35시간 근무를 보장하며, 연 50만원 상당 숙박 포인트 지급, 도서비 무제한 지원을 약속한다. 취업 사이트 잡코리아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대졸 평균 초임이 38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보다 1000만원 이상 더 많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좋은 개발자들이 지원조차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개발자 우대정책'을 표명했다. 대졸 초임 개발자의 연봉을 5000만원 수준으로 정하고 월요일은 5시간, 나머지 평일 4일은 7.5시간 노동하는 '주4.5일제 35시간 노동'을 시행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3년 내에 개발자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톱3 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며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대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노동환경을 만들어 우수 인력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성장세에 따라 연봉을 파격적으로 올려주는 조건을 내세우는 스타트업도 있다. 보험관리 앱 '보맵'을 운영하는 레드벨벳벤처스는 인센티브를 강조하면서 개발 인력 모시기에 나섰다. 레드벨벳벤처스 관계자는 "아직 회사 규모가 작아 파격적인 대우는 어렵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회사 성장세에 맞춘 비율로 연봉 인상을 약속하고 있다"고 했다.

자금이 부족한 작은 스타트업은 대학생 시절부터 인재를 확보하는 전략도 쓴다. 이벤트 O2O 업체 이벤트어스의 안영학 대표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공고를 통해 좋은 개발자를 구하기는 힘들다"며 "스타트업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을 눈여겨봤다가 여기서 인재들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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