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교통대란 자초한 정부, 경제성 타령하며 GTX 10년 허송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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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12. 오후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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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설비 13조 중 국고 3조인데도 경제성으로 제동
부처 자치단체 갈등, 수도권 집중 심화론, 고령화 집값 하락론도 한몫
신도시 역세권 개발이익, 철도건설비 포함하면 경제성 높아져
경기북부, 인천-김포권에도 GTX와 연계, 제2의 판교 만들어야

[차학봉 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작년 5월 경기 김포와 인천 검단 지역 주민들이 서울 강남과 바로 연결되지 않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 노선 계획에 반발, 집단 행동을 벌이고 있다. 김포와 검단은 신도시 개발 등으로 서울으로 향하는 출퇴근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 제공.

<2009년 GTX 보고서 냈던 경기연구원 이상대 박사 인터뷰>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실상 10년간 GTX를 방치했다. 2009년 경기도 제안대로 GTX를 조기착공했다면 직장과 주택 분산으로 망국적인 집값 폭등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상대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도권 계획관리 기본계획’(2004년), ‘GTX건설과 경기도 공간개발 연계전략’(2009년) 보고서 등을 통해 광역급행 철도망 구축을 통한 신도시 개발과 일자리 창출을 제안했다. 최근 여,야 대권 주자들이 주택가격 안정과 교통난 완화를 위해 GTX의 신설과 연장을 앞다퉈 공약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GTX 공약은 이 선임연구위원이 10년 전 보고서에서 제시했던 내용들과 상당히 겹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지역학회장, 경기연구원 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 철도와 신도시 관련 법, 경제성 평가기준, 정부 조직 등을 개혁하지 못하면 대선 주자들의 GTX공약은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면서 GTX와 역세권 통합 개발을 통한 주택문제 해결과 일자리 허브 조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GTX는 정부가 아닌 경기도가 제안한 사업이다.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등 외국 대도시권에서는 광역급행철도와 신도시를 연계한 개발을 하고 있다. 2009년 김문수 지사는 광역급행철도에 대심도 개발을 적용한 GTX를 국토부에 공식 제안했다. GTX는 토지보상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40미터 이상의 깊은 지하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정부도 그 필요성을 인정, 2011년 4월에 발표한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경기도가 제안한 GTX 3개 노선을 반영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났지만, A노선은 완공이 되지 않았고 B, C노선은 착공도 하지 못했다.”

미래를 본 투자가 아닌 단기적 경제성에 급급한 평가에 발목 잡혀

-왜 이렇게 늦어졌나?

“당시 3개 노선 140킬로미터를 건설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13조원 정도로 추정됐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낸 광역교통개선부담금(2조4000억원), 민자(6조6000억원), 지방비(1조), 국고 (3조)로 조달하는 자금 계획도 마련했다. 정부는 2014년 발표한 예비타당성 검토보고서에서 A(일산~동탄)노선만 경제성이 있고 B(송도~청량리),C(의정부~금정) 노선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A노선의 동탄~삼성 구간은 2017년 3월에 착공됐고 운정~삼성 구간은 2018년 12월에 착공식을 가졌다.

현 정부 들어 집값이 폭등하자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B, C노선을 확정했다. 광역교통망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보고 조기 착공했다면 집값 급등 압력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최근 여,야 대권 주자들이 주택가격 안정과 교통난 완화를 위해 GTX의 신설과 연장을 앞다퉈 공약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GTX 공약은 이상대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0년 전 보고서에서 제시했던 내용들과 상당히 겹친다. 이 선임연구원은 ‘수도권 계획관리 기본계획’(2004년), ‘GTX건설과 경기도 공간개발 연계전략’(2009년) 보고서 등을 통해 광역급행 철도망 구축을 통한 신도시 개발과 일자리 창출을 제안했다.

중앙부처, 경기도 제안사업에 소극적--- 대선공약이었다면 달라졌을 것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의 선거공약이었다는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막대한 투자이기 때문에 예비타당성 조사 등 경제성 분석을 거쳐야 한다. 그런 측면을 고려해도 사업이 지나치게 늦어졌다. 여러 요인이 있다. GTX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작품이라는 인식이 있다보니 중앙정부나 정치권이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GTX가 수도권 집중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통령 공약이거나 중앙부처가 주도했다면 조기 착공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2010년이후 집값이 안정되면서 추가적인 신도시가 필요없다는 주장이 확산돼 GTX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 서울시도 경기도와의 경쟁의식, 경기도민에게만 혜택을 주는 교통수단이라는 식의 인식이 있지 않았나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의지가 부족했고 시도간 칸막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삼성~동탄 구간은 2023년 12월, 삼성~운정 구간은 2024년 6월 각각 개통이 예정돼 있지만, 삼성역 정거장은 2028년 4월에나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감사원 보고서가 나왔다. 서울시가 삼성역 정거장 건설에 소극적이었다는 의미이다.

-경제성이 떨어지면 사업추진이 불가능한 것 아닌가?

재정만으로 충당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GTX를 개발하면서 기존 시가지에는 역세권 재개발, 재건축, 지하개발을 하고, 교외의 농지 임야는 신시가지나 신도시 형태로 개발해서 생기는 개발이익을 건설비로 투자하는 방식의 경제성 평가를 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물론 최근 제도개선으로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이 경제성 평가에 수입으로 반영되고는 있다.

주택가격 급등시대에 GTX B,C 노선이 만들어져 있고 주변 신도시까지 개발해 주택을 조기에 공급할 수 있었다면 집값 폭등을 완화하는 등 경제적 효과는 천문학적이었을 것이다. "

-한국에서는 신도시가 입주하면 교통대란이 벌어지고, 뒤늦게 전철망 등 교통확충 계획이 발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토부도 교통 파트와 주택 파트가 분리돼 있다 보니 주택과 광역교통망을 통합적으로 계획, 추진하지 못하는 것 같다. 관련 법과 조직을 바꿔야 통합적 개발이 가능해진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신도시 건설이후 교통대란이 발생하고 뒤늦게 전철 등 교통망을 만드는 일이 되풀이 될 것이다.”

-대선 후보들이 GTX공약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늦었지만 환영할 만 하다. 다만, 관련 법과 사업 평가방법, 사업추진 주체 등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GTX가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 일본이나 프랑스는 택지개발과 철도건설을 일체적으로 추진하는 법이 오래전에 갖춰져있다. 외국처럼 철도와 택지를 통합적으로 건설 개발할 수 있는 법과 추진주체가 필요하다. 철도는 철도시설관리공단에서, 택지는 LH에서 전담하고 중앙정부, 경기도, 인천, 서울이 제 각각 자기 주장을 되풀이하면 통합적이고 효율적 개발이 어렵다. "

-지난 해 정부가 김포와 부천을 연결하는 GTX노선을 발표하자 김포와 인천 검단 시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검단신도시와 한강신도시는 심각한 교통난이 발생하고 있다. 김포와 부천을 연결하는 노선은 교통수요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국토부가 경제성만 내세워 김포, 부천 연결로 노선을 확정했다. 출퇴근 수요가 부천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급행철도를 만들면서 지방정부와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이다.”

GTX 역 더 늘릴 필요 , 경기북부 인천 김포권에 제의 2판교 만들어야

-GTX는 역이 몇 개 되지 않아 투자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GTX를 만들면 지선 철도, 경전철, 로컬버스, 공유차 등의 교통시스템 개편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영국, 프랑스 등 OECD 국가 사례를 보면, 교통공사가 전철, 버스, 택시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우리는 운영주체가 제각각이다. GTX를 도입하면서 대중 교통 시스템 전반을 손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서울시내의 역간 간격이 너무 넓다. 이용자를 늘리고, 사업 타당성도 높일 수 있도록 좀 더 정거장을 만들어도 된다. 파리대도시권의 광역급행철도인 RER은 파리시내 구간에선 역간 거리가 2 - 2.8km에 불과할 정도로 짧아 지하철 환승 포인트가 많다. 급행이라는 속도를 전 구간에 실현하겠다는 것은 도그마라고 생각한다.”

-수도권 집값이 너무 올랐다.

“단기적으로는 재건축 재개발 확대로 주택공급을 늘려서 집값을 잡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일자리 거점을 여러 개 만들고, GTX와 같은 교통망을 연결시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본다. 수도권 집값은 강남 접근성이 좌우하고, 지역간 격차도 많다. GTX가 단순히 교통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GTX 역사를 ‘일자리 허브’를 만드는 것으로 활용해야 한다. 경기남부는 판교, 서울에 마곡이 새로운 일자리 허브로 자리 잡았다. 경기북부, 인천-김포권에도 GTX와 연계해서 제2의 판교를 만들어서 강남 중심 집값구조를 깨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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