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석달, 펀드 수익률 사람이 이겼나 AI가 이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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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5.18. 오전 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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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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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3개월… AI펀드 선방]

AI, 30년 자료 활용해 시장 예측… 신한 네오펀드에만 540억 유입
코로나리스크 여전히 크다 보는지 이달엔 안전자산 비중 크게 높여
"AI는 대박종목 찍는 박사 아니고 정책 변수 감안한 투자는 못해"



코로나 사태 와중에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인공지능(AI)이 어떤 투자 전략으로 대응했는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로나 쇼크가 할퀴고 간 최근 3개월간 AI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7.4%를 기록했다.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 거의 모든 자산이 동반 하락했기 때문에 아무리 AI가 자산 배분을 잘해놨어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피하긴 힘들었던 셈이다. 물론 같은 기간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12.2%였던 점에 비춰보면, AI 펀드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AI 펀드는 종전에는 주로 핀테크 회사들이 중심이 되어 개발됐지만, 최근에는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디지털 전략 강화 차원에서 공모 펀드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이 지난 1월 네오(NEO) 펀드를 처음 내놓았고, KB자산운용도 다음 달 초에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인 앤더슨(Anderson)이 굴리는 AI 펀드를 처음 내놓을 계획이다.

신한의 네오 펀드, 금융지주사 첫 AI 펀드로 데뷔
지난 1월 신한금융의 비밀 프로젝트가 베일을 벗었다. 신한금융은 국내 금융 그룹 중 처음으로 인공지능 전문 회사(신한 AI)를 설립했는데, 인공지능 플랫폼인 네오가 굴리는 펀드(SHAI네오자산배분펀드)를 정식 데뷔시킨 것이다.

네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한 뒤 좋은 투자처를 골라낼 수 있다고 한다. 과거 30년 동안의 자료를 활용해 시장을 예측하며, 투자 대상은 선진국의 주식·채권과 금(金) 같은 원자재다. 신한BNPP운용은 네오의 자문을 토대로 지역·자산별 투자 비율을 정하고, 최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운용하는 구조다. 펀드 포트폴리오는 기본적으로 매달 바뀌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더 자주 변경될 수 있다.



네오의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들이 많았는지, 펀드에는 꽤 많은 돈이 들어왔다. 이달 기준 약 540억원. 신한금융의 초기 자금은 42억원 정도라고 하니까 일반 투자자 돈이 상당히 많이 유입된 셈이다.

문제는 데뷔 시점이다. 출시 초기에 이름을 알려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코로나 사태가 확산했다. 네오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14일 기준 -5%, 최근 1개월은 0.9%다. 직전 3개월 동안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이 -8%이고, 국내 주식형 펀드는 -12%로 부진하니까 선방한 편이지만, 플러스 수익률이 아닌 것은 아쉽다.

3월 초 기준으로 네오가 찜한 투자 종목을 살펴보면, 일본 증시에서부터 독일까지 다양하다.

김성호 신한 AI 팀장은 "3월 초에는 일본 주식과 금(金), 현금 비율이 높았지만, 지금은 일본 주식과 금 비율은 축소했다"면서 "아직 초기여서 (네오가) 잘했다 못했다를 판단하긴 어렵지만 코로나 변수에도 잘 방어하면서 나름 선방했다"고 말했다. 참고로 네오는 코로나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고 보는지, 이달엔 안전 자산인 채권 비중을 크게 높였다고 한다.

정책 효과 예측하는 운용은 아직
최근 글로벌 증시는 세계 각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빠르게 반등했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9000선을 돌파하며 연초 대비 플러스 수익률로 전환했고, 국내 코스닥 지수도 조만간 700을 넘어설 기세다. 이에 따라 한 달짜리 초단기 수익률을 살펴보면,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는 8%에 달하고, 해외 주식형 펀드 역시 6%를 넘어섰다. 반면 AI 펀드의 1개월 수익률은 1.3%에 머물러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AI가 대박 종목만 찍어내는 척척박사는 아니다"라며 "특히 증시는 정부 정책 기대감에 급등하는 경우가 많지만, AI는 아직 그런 효과를 예측하고 분석까지 해내서 선제적으로 투자해내진 못한다"고 말했다.
☞AI(인공지능) 펀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 대신 컴퓨터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펀드를 말한다. 핀테크 회사들을 중심으로 개발되어 왔는데, 대형 은행들도 디지털전략 강화 차원에서 관련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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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개미연구소]에서 돈을 모으고 굴리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노후 탐구] 리포트도 발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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