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세계 최대 와인경진대회 CMB를 가다

입력
수정2018.05.17. 오후 4:22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 최초로 아시아에서 열려

베이징 대회에 48개국 와인 9180종 출품 역대 최다

와인 마스터 ·전문기자 등 51개국 330명 심사위원 참여


2018 CMB 심사 현장
2018 CMB 심사 현장
지난 12일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2018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s Mondial De Bruselles·CMB) 이틀째 심사가 열린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 베이징 너바나 리조트 호텔 테이스팅룸. 기자는 한국 대표 심사위원으로 선발돼 심사위원단 19조에서 5명의 외국 심사위원과 함께 이날 하루에만 와인 50종을 블라인드로 평가했다. 기자는 심사가 끝난뒤 테이스팅한 와인 목록이 적힌 종이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스페인 까달루냐 지역 와인 12개중 같은 와인 2개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까스로 누르며 기자 점수를 적어놓은 종이를 조심스레 펼쳤다. 첫번째 점수는 79점, 두번째는 80점. 기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심사위원들은 소속 국가의 국기와 심사팀 번호가 표시된 패찰을 받는다
2018 CMB에서 한국 대표로 심사중인 본지 최현태 기자
CMB는 심사위원들이 와인만 심사하는 것은 아니다. 심사위원도 자기도 모르는 새 심사를 당한다. 매일 같은 와인이 두개 나오는데 점수 차가 터무없이 벌어진다면 그 심사위원은 자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돼 다음해 대회때 탈락한다. CMB가 세계 최고 권위의 와인경진대회로 자리잡은 가장 큰 배경중 하나다. 셋째날 심사한 와인에도 같은 와인이 있었는데 기자가 준 점수는 2점 차이가 났으니 초보 심사위원치고는 꽤 선방한 셈이다.

#세계최대 와인경진대회를 가다

CMB는 영국의 디캔터 와인 어워드(Decanter Wine Awards), 독일의 문두스 비니(Mundus Vini), 프랑스 비날리 국제전(Vinalies Internationals), 인터내셔널 와인 앤 스피릿 컴피티션(International Wine and Spirits Competition, IWSC)와 함께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와인경진대회다. 이중 ‘와인 오스카’로 불리는CMB와 디캔터 와인 어워드, 문두스 비니를 세계3대 와인대회로 꼽는다. 기자는 지난 11∼13일 열린 CMB에 한국 대표 심사위원으로 선발돼 전세계에서 온 심사위원들과 와인 150여종을 심사했다.

1994년에 국제와인전문기자협회 회장을 역임한 루이 아보(Louis Havaux)가 벨기에서 창설한 CMB는 올해 25주년을 맞았는데 와인경진대회중 규모가 가장 크다. 올해 48개국 와인 9180종이 출품돼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00년(2703종)과 비교하면 18년만에 3배이상 출품와인이 늘었다. 와인은 레드 60%, 화이트 34% 로제 6%로 구성됐다. 특히 올해는 포도 재배와 양조과정에서 일체의 화학적인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오가닉(Organic) 와인이 지난해보다 60%난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또 알바니아, 카자흐스탄 와인이 처음으로 출품돼 눈길을 끌었다.

3년째 CMB 심사위원으로 활약중인 에이미 라제인(오른쪽)과 심사팀 와인을 서빙한 중국인 소믈리에 제이슨
프랑스 와인이 2342개가 출품돼 가장 많았다. 스페인(1810개), 이탈리아(1382개), 포르투갈(1062개) 등 유럽와인이 주로 출품됐고 중국(485개), 칠레(312개), 스위스(166개), 그리스(163개), 멕시코(146개) 등도 비교적 많은 와인을 내놓았다. 미국 뉴욕의 유명 와인샵 버틀로켓 와인앤스피릿의 매니저로 일하는 애이미 라제인(Aimee Lasseigne·미국)씨는 “미국에서 열리는 와인과 스피릿 경진대회만 심사하다 2016년 불가리아 프로브디프에서 열린 CMB부터 올해 3번째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며 “아직 뉴욕에 선보이지 않은 높은 수준의 와인들을 테이스팅하는 기회는 늘 나를 흥분시키며 CMB 심사위원을 맡은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기념촬영을 하는 2018 CMB 심사위원들
#전문성·공정성으로 수상 와인 품질 보증

CMB는 세계 최고의 와인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올해 51개국에서 320명이 심사위원으로 선발됐는데 교수, 와인전문기자, 와인칼럼니스트, 와인비평가, 와인협회 매니저 그룹이 60%로 가장 많다. 이어 바이어·수입사 관계자(18%), 샤토 오너·와인메이커(12%), 호텔·바 톱소믈리에(10%) 등으로 구성돼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했다. 특히 전세계에서 350명에 불과한 와인 마스터 9명과 200여명뿐인 마스터 소믈리에 4명이 참여했을 정도로 CMB는 최고의 와인 전문가 집단이다. 

CMB 그랑골드 메달 마크
CMB는 유럽연합(EU), 국제와인기구(OIV), 세계양조가협회(UIOE) 등의 엄격한 품평 규정에 따라 와인을 평가한다. 나라, 산지, 품종등을 알면 평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모든 심사는 블라인드로 진행되며 심사가 끝난 뒤에야 심사 와인의 정보를 받는다. 심사위원들의 하루 심사 와인도 50개 정도로 제한한다. 특히 공정성 확보를 위해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 안된다. 따라서 오로지 자신의 코와 입을 통해서만 평가하며 84.5점이 넘는 경우 점수에 따라 그랑골드, 골드, 실버메달을 받는다. 심사와 동시에 심사위원의 자질도 평가된다. 특히 같은 와인을 매일 2병씩 내놓기 때문에 점수의 편차를 통해 심사위원의 능력이 자동으로 점검된다. 우수한 심사위원들은 ‘벤치마크 테이스터’로 뽑혀 상을 받고 1∼5년 경력은 레드뱃지, 5∼9년은 블루뱃지, 10년이상은 골든뱃지를 받는다. 특히 올해부터는 심사위원들이 태블릿PC를 사용해 점수를 기록하기 때문에 수정과 합산, 팀의 점수 집계 작업이 편리해졌다.

심사를 기다리는 2018 CMB 출품 와인
CMB 제공
블라인드로 진행되는 CMB 심사
올해부터 CMB는 태블릿 PC로 평가 점수를 기입해 합산과 수정이 편리해졌다.
#소비자에게 와인 선택 정보 제공

세계적인 와인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만큼 상을 받은 와인은 품질을 인정받는다. 와이너리들은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소비자들은 와인을 고를때 기준으로 삼게된다.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와인인 만큼 소비자들이 수상 와인을 고르면 실패할 확률은 매우 적다. 특히 이번 대회는 출품와인들의 수준이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매년 전세계 와인 7000개를 심사하는 스위스 심사위원 이브 벡(Yves Beck)씨는 “첫날 내가 속한 심사팀에서 평가한 와인중 골드메달 5개, 실버메달 11개가 나올 정도로 특히 이번 대회에 뛰어난 품질의 와인들이 출품됐다”며 “모든 와인이 평가 받을 기회를 갖는 CMB는 결국 소비자를 위한 대회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CMB에서 메달을 수상한 와인들의 품질에 큰 신뢰를 보낸다” 고 설명했다.

2018 CMB 개막식에서 박수를 치는 보두앙 아보(Baudouin Havaux·오른쪽 두번째) CMB 회장
CMB 제공
CMB에 10년째 심사위원으로 발탁돼 이번대회에서 골든뱃지를 받은 프랑스 랑그독 와이너리 도멘 크로 르불(Domaine Cros Reboul) 오너 필립 크로(Philippe Cros)씨는 “CMB가 세계 최고 권위를 확보하면서 전세계의 와이너리리들 경쟁적으로 와인을 출품하고 있고 해를 거듭할수록 와인의 품질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MB 보두앙 아보(Baudouin Havaux) 회장 은 “소비자들에게 전세계의 뛰어난 와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CMB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소비자들은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해외 대회 수상 실적을 와인 병에 스티커로 부착하는 것을 금지했기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때문이다. 와인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상 실적을 와인 병에 스티커로 붙이면 세관 통관 자체가 안된다”며 “해외 와인경진대회를 주최하는 단체가 한국 정부에 인증을 요청하면 가능하긴한데 어떤 단체가 한국 시장만 보고 그런 귀찮은 절차를 밟겠느냐.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얻은 대회인데 정부가 무턱대고 수상 실적 표시를 막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런 전봇대같은 규제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고 질타했다.

샤토 보롱바오(Bolongbao) 와인
샤토 보롱바오(Bolongbao) 와인메이커 쉐페이(Xue Fei)씨
#중국 와인의 놀라운 약진

이번 CMB는 큰 의미를 지닌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CMB는 창설이후 브뤼셀에서 계속 열리다 2006년도부터 유럽국가를 돌면서 열렸다. 따라서 CMB가 중국을 선택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경은 중국 와인 품질과 시장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때문이다. 중국 포도밭 면적은 스페인 다음으로 넓은 세계 2위이며 소비시장은 세계 3위, 와인생산은 세계 6위다. 전세계 와이너리와 바이어들이 중국 시장을 겨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중국 와이너리들은 유럽에서 와인메이커를 모셔 오거나 유럽에서 실력을 쌓은 중국인 와인메이커들이 크게 늘고 있고 품질도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기자가 속한 팀은 둘째날 4번째 그룹 레드 와인에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줬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중국 와인이었다. 또 심사위원들이 방문한 샤토 보롱바오(波龍堡·Bolongbao)의 유럽유학파 와인메이커 쉐 페이(薛飛·Xue Fei)씨는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 뺨치는 와인을 내놓아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화이트 와인은 샤도네이, 비오니에, 쁘띠망셍, 루싼을 섞어 8개월 동안 죽은 효모와 함께 숙성하는 쉬르리(Surlees)를 거쳤는데 아로마틱 하면서도 샴페인같은 빵의 풍미가 돋보였다. 레드와인은 메를로를 주품종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을 블렌딩해 전형적인 프랑스 보르도 우안 스타일의 와인을 구현했다.

화려한 외관으로 꾸민 중국 와이너리 리온(LION)
중국 와인 시장 전망
리더메이 교수 제공
리더메이 베이징대 교수
CMB에서 중국 와인현황 세미나를 진행한 리더메이(李德美·Li Demei)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은 BC 138년 한나라때부터 와인을 양조한 기록이 있다”며 “와인 생산량이 2011년 120t에서 2017년 180t으로 늘 정도로 중국은 단지 소비시장 뿐만아니라 와인 생산 국가로서 큰 잠재력을 지녔다. 와인소비 시장도 2017년 164억1000만달러에서 2021년에 229억7000만달러로 커지면서 세계 2위로 올라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중국 심사위원 마이카 주야(가운데)
중국은 이번에 가장 많은 50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했다. 심사위원 지원자 1000명중 훈련 과정을 거쳐 50명을 최종 선발했다. 올해 CMB에서 처음으로 심사위원을 맡은 마이카 주야(Myka Zhujia·와인강사·중국)씨는 “세계적인 수준의 심사위원들과 함께 와인 오스카로 불리는 CMB 심사위원을 맡게된 것은 큰 영광”이라며 “특히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이고 중국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만큼 큰 책임감을 느꼈다.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공정한 평가를 위해 집중하고 또 집중하면서 심사를 해야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CMB 2019년 개최지로 선정된 스위스의 전통악기 연주자들
한편 내년 CMB 개최지는 스위스 아이글(Aigle)로 선정됐다. 스위스는 와이너리가 1800여개, 포도품종은 240여개이며 피노누아와 샤슬라를 주로 재배한다. 스위는 2006부터 CMB 와인을 출품, 현재 톱 10 출품국가이며 그동안 그랑골드 3개를 포함 모두 42개의 메달을 받았다. 

베이징=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세계일보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