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대에서 오피스텔을 빌려 동남아 여성 80여명을 고용, 남성들에게 1만3000여 건의 성매매를 알선한 조직이 검거됐다. 이들은 9개 오피스텔에서 객실 49개를 빌렸고, 콜센터를 따로 두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7일 이 같은 혐의로 16명을 검거해 총책 강모(30대)씨 등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동남아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던 강씨는 코로나로 사업이 어려워지자 국내로 돌아와 성매매 알선 조직을 만들었다. 그는 일명 ‘마마’라 불리는 에이전트를 통해 성매매 여성 80여 명을 확보한 뒤 지난해 8월부터 용인·이천·의정부·군포 등 경기도 지역의 오피스텔 객실을 빌려 성매매 사업을 시작했다. 한 오피스텔 객실에는 ‘콜센터’를 만들어 24시간 상주하며 남성들의 연락 전화를 받고 객실로 안내했다고 한다.
‘실장’이라 불리는 조직원 11명은 각자 담당한 오피스텔을 오가며 벌어들인 돈을 챙기고, 객실 청소까지 하며 성매매 여성들을 밀착 관리했다. 성매매 여성 면접과 출근 관리, 업소 ‘이용 후기’를 허위로 작성해 온라인 공간에 올리는 일도 맡았다.
경찰이 압수한 성매매 고객 명단은 중복된 사람을 포함, 1만3000여 건에 달했다. 이용한 날짜, 휴대전화 번호, 상대 여성의 이름(가명)은 물론 ‘기손’(기존 손님), ‘문쾅’(성매매 여성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나갔다는 뜻) 등 조직원만 알 수 있는 은어로 성매수 남성들의 특징을 기록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작성한 성매매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남성 전화번호도 입수했다”며 “자료를 분석한 뒤 혐의가 있으면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들은 단속이나 수사에 대비해 행동 지침도 만들었다.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총책을 ‘세종대왕’으로 부르는 등 조직원끼리도 서로 별명을 사용했고, 대포폰과 추적이 어려운 메신저 프로그램을 썼다. ‘실장’들은 수금하러 새벽 3시쯤 담당 오피스텔을 찾을 때도 렌터카를 이용했고, 택배기사처럼 보이려고 헬멧을 쓰고 조끼를 입는 수법으로 신원을 감췄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이들의 영업용 계좌에 들어 있는 5억2000만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명령을 신청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영업 행위가 모두 현금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범죄수익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계좌 추적 등을 거쳐 환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