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라는 부동산 합동단속반…표적수사·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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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25. 오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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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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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개 관계기관 인력 다 합쳐도 45명 불과
- 인력 부족에 ''실적용 겁주기식 적발'' 지적도
- 지자체도 인력 부족…중개업소, 불만 속출

국토교통부가 관계부처 32개 기관과 합동조사단을 꾸려 부동산 실거래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나서자 잠정 휴업에 들어간 중개업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일대 문을 닫은 공인중개업소 모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국토교통부가 과열 조짐을 보이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고강도 조사에 나섰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불법 매매거래가 의심되는 지역에 상시적인 집중 감시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지만 조사 인력 풀이 턱없이 부족해 특이한 이상 매매거래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단속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주택시장 상승기마다 되풀이되는 ‘실적을 위한 겁주기식 적발’이라고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합동 조사인력 태부족…표적 조사 불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7년 8·2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에 따라 같은 해 9월부터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때 ‘자금 조달 계획서 및 입주 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은 25개 전 자치구가 규제 대상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있는 아파트의 값)은 8억7272만원이다. 서울 지역에서는 무주택 가구도 주택담보대출이 40%(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무주택 서민 등 50%)로 묶여 있어 계산상으로는 5억원 가량을 현금으로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아파트를 사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17주 연속 뜀박질하자 국토부를 중심으로 서울시,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 32개 관계기관이 공동으로 실거래 합동 조사에 나섰다. 역대 가장 많은 기관을 동원하는 셈이다.

국토부 제공


그러나 인력 부족과 비정기적 조사, 중개업소의 숨바꼭질 영업 등으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력이 부족한 탓에 단순히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일부 자치구에 대한 표적 수사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토지정책과 4명, 부동산산업과 8명 등 투입 인력이 12명에 불과하다. 32개 관계기관 조사 인력을 모두 합쳐도 최대 45명이다. 올해 10월까지 거래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분양권·입주권 거래 포함)량이 월 평균 약 4100건임을 감안하면 조사 인력 1명당 매달 100건의 내역을 들여다 봐야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내년부터 상시 조사 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지만, 해당 인력이 전담 부서에 속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중복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집값 하락 시 합동팀도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작위로 뽑아 실거래를 조사하기보다는 자금 조달과 관련해 차입금이 과도하거나 현금 출처가 불분명한 사례를 뽑아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며 “이르면 11월 중 한 달간 조사한 중개업소 합동 단속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양권·구축 아파트 자금조달 내역 따로 관리해야”

집값 상승기 때마다 반복되는 단속에 중개업소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합동조사팀이 단속 실적 효과를 올리기 위해 단순한 기재오류 등 꼬투리식 조사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서다. 송파구 J공인 관계자는 “무작위로 단속을 하는 게 아니라 미리 정해 놓은 중개사사무소 위주로 단속을 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해도 인근 사무소들은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고객들도 단속원들을 보면 놀라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서대문구 S공인 관계자는 “혹여나 합동 조사팀이 방문한 중개업소가 문을 닫고 있으면 인근 중개업소라도 무조건 들어간다는 얘기가 있어서 아예 문을 닫았다”며 “동네북도 아니고 집값이 오를 때마다 일을 못하게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도 업무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 지역 한 자치구 토지지적과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자금조달 내역서를 들여다보고 실제와 맞게 이뤄졌는지 조사를 요청하는데 담당인력이 1명뿐”이라며 “매번 중개업소에 이를 고지하고 항의하는 민원인을 상대하느라 다른 업무를 할 시간이 없다”고 호소했다.

합동조사팀은 자금조달 계획서를 분석해 집값이나 소득에 비해 차입금 비중이 현저하게 많거나 편법증여 등 의심 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분양권·입주권과 구축 아파트 매매거래 내역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한바구니에 넣어 관리해 이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개업소 단속은 단순히 주택시장에 겁주기식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며 “전담 인력을 구성해 상시 시스템 체제를 갖추는 등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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