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출 주력했던 P2P 된서리…"투자금 떼일라"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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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5.03. 오후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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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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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금융 연체 현장 가보니

15층 빌딩 상가 2곳만 입점
분양손실 투자자가 떠안아

신용대출·매출담보 상품 등
P2P금융 곳곳 연체율 급등

카드론 취급액 전년비 25%↑
금융부실 2금융권 확산 우려


◆ P2P 연체 쇼크 ◆

지난달 29일 방문한 서울 광진구 군자역 4번 출구 앞에 있는 건물은 역세권이지만 상가 12곳 중 단 2곳만 입점했다. P2P 업체 비욘드펀드가 판매한 이 건물 자산유동화대출(ABL) 상품은 미분양으로 연체됐다. [한상헌 기자]
'군자역 10초! 상가 분양·임대 (02)○○○-○○○○.'

지난달 29일 서울 광진구 군자역 4번 출구에서 나오니 현수막이 붙은 15층짜리 빌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오피스텔 총 79실에 상가 12곳이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이다. 인기 좋은 '역세권'이지만 건물 안은 썰렁했다. 상가 12곳 중 단 2곳만 입점해 있다. 일부 층은 아예 한 곳도 입점되지 않아 사람이 한 명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각종 짐 상자와 건축 자재만 빈 공간에 널브러져 있었다. 문을 연 상점이 없으니 손님도 없다.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입주민들만 건물 입구를 들락날락할 뿐이다. P2P 금융업체 비욘드펀드가 판매한 이 부동산 자산유동화대출(ABL) 상품은 상가 분양에 실패해 투자금 20억원이 모두 연체됐다. ABL은 미래에 받을 분양대금을 담보로 시행사나 시공사에 해주는 대출 상품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 중에서도 고위험 상품으로 꼽힌다.

12·16 부동산 대책 등 연이은 고강도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가 부른 극도의 경기 악화로 역세권조차 분양에 실패하면서 곧바로 100% 연체 충격에 빠졌다. 비욘드펀드 측은 당초 "3월 이후 순차적으로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으나 코로나19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서준섭 비욘드펀드 대표는 "투자자들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실채권을 떠안고 있다 보니 연체율이 높은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연체금을 상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개인 간 거래(P2P) 금융부터 부실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관련 대출 상품부터 연체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개인 신용대출을 주로 하는 P2P 금융업체들 역시 코로나19를 피해가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P2P 업체를 찾는 대출자들이 대부분 취약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라 분산 투자를 하더라도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매출 채권을 담보로 하는 대출 상품도 최근 코로나19로 손님이 줄면서 손실 우려가 커졌다.

8퍼센트가 판매한 한식주점 '월향' 투자 상품도 지난달 원리금 상환이 미뤄졌다. 월향 대표가 직원 임금을 밀리고 이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다 코로나19로 매출이 크게 줄면서다. 투자자는 2707명으로 미상환 투자액은 4억5000만원이다. 8퍼센트 측은 "연대보증인 자산 중 서울 아파트에 5억2000만원 근저당을 설정해 뒀다"고 말했다.

P2P 금융은 '투자 상품'이라 부실이 생겨도 업체가 아닌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는 구조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지만 전액 손실을 볼 수도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P2P 금융업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과거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이 시작됐다면 앞으로는 P2P 금융이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취약 차주들이 P2P 금융을 주로 찾아 '약한 고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카드사 등 2금융권에서도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카드사 고정이하여신비율(은행 총여신 중 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KB국민카드의 지난 3월 기준 부실채권 비율은 1.51%로 전년 같은 기간(1.46%)보다 0.05%포인트 올랐다. 고위험 대출로 꼽히는 카드론 등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신한·삼성·KB·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 카드론 취급액은 지난달 4조3242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3조4417억원)보다 25.6%(8825억원) 늘었다. 역시 신용도가 낮아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카드론을 많이 쓰기 때문에 연체율 상승 압박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 단순 평균치를 보면 2015년 12월 1.64%였던 이 비율이 꾸준히 하락해 2018년 12월 0.71%, 지난해 말 0.6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1월 0.65%, 2월 0.66% 등으로 소폭 상승하고 있다.

[이새하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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