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감독기구 ‘기소권도 갖춰야'···초유의 ‘부동산 경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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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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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의원 주최 토론회>
계좌추적권 이어 기소권도 부여해야
'수사권·기소권·과세권까지 행사 주장
권한 비대화에 기본권 침해 우려 커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시장 전담 감독기구에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기소권한까지 줘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 주최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공공기관 형태를 넘어 중앙행정기관인 ‘주택청’으로 만들자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가 수사기관 못지않은 권한을 부여해 ‘부동산 경찰’을 만들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여권 내에서 ‘시장 때리기’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개최한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제안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세무소장(세무사)은 부동산 감독기구 도입 방안으로 △기존 ‘부동산 투기 단속조직’ 확대 개편 △부동산감독원(가칭) 신설 △주택청(가칭) 신설 등 세 가지 예를 들었다. 기존 단속조직인 국토부 대응반 확대 방침에 대해서는 “상시적, 통합적 관리체계 구축이 불가하고 투기 단속효과가 미흡하다”며 사실상 선택지에서 배제했다.


<감독기구에 ‘기소권 주자’ 주장까지>

구 소장은 공공기관 형태인 ‘부동산감독원’의 경우 금융감독원과 유사한 조직으로 부동산 투기 혐의 거래 조사·확인, 부동산 법인 등 투자기구에 대한 검사권, 부동산금융 감독 등 시장 전반을 감시하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정책 기능을 맡는 국토부와 역할을 나눠 ‘집행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시장과 국민에 강력한 투기근절 정책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아예 국토부 소속 외청인 중앙행정기관으로 ‘주택청’을 신설하자는 주장도 폈다. 통합적, 체계적 주택정책 집행으로 국민의 ‘주거권 확보’에 방점을 둘 경우의 선택지라는 설명이다. ‘부동산감독원’과 달리 주택정책 총괄 집행, 주택공급로드맵 수립, 공공주택 개발 등 정책 관련 권한에 치우친 조직이다. 다만 감독원보다 감시 기능은 상대적으로 적어 “핵심 과제인 부동산투기·불법행위, 시장교란행위 예방기능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언급했다.

구 소장은 어떤 형태의 감독 기구가 되더라도 기능 보완을 위해 관련 법령 추가 정비 및 특별법 신설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시장 감독기구가 수사권(특사경) 권한은 물론 기소권(검찰), 과세권(국세청, 지자체) 등을 통합적·유기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권 부여만으로도 개인의 재산권 침해가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경찰도 갖지 못한 기소권까지 주자는 주장이다.

부동산 감독기구 도입에 따른 ‘국민 통제’ 비판과 관련해서는 “주택은 헌법상 주거권 보장에 필요한 공공재로서, 국가가 투기와 불법행위를 예방하고 감독하는 것은 헌법상 권한이자 책무”라며 “감독 대상은 국민이 아닌 부동산 회사, 중개사 등 부동산시장 주체”라고 반박했다.

토론자로 나선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단순한 사후적인 시장감독기구 설립 논의는 ‘투기꾼만 잡으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에 기초해 주택정책을 펼쳐왔다는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위험이 크다”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모델과 같은 ‘부동산위원회-부동산감독원’ 모형을 제안했다. 부동산위가 정책·감독 업무를 맡고 감독원은 부동산위로부터 권한을 일부 위임받아 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민간기구 형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변 소속 김태근 변호사는 “부동산 투기 방지는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주택 정책으로 가능하며 기존 같이 도심 내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부동산 감독원으로도 시장의 탐욕을 막을 수 없다”며 “감독원보다는 주택도시개발청(주택관리청) 신설 방안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외형 나오는 ‘부동산 경찰’···기본권 침해 우려도 계속>

민간 차원의 제안이지만 여당 내에서도 감독 권한을 강화한 감독 기구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정부 또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면서 점차 감독 기구의 외형이 그려지는 모양새다. 양 의원을 비롯해 이날 참석한 여당 국회의원들은 강력한 권한의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양 의원은 “국토교통부의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소폭 확대하는 정도는 한계가 있다”며 “그런 이유로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에 관한 제정법안’을 준비 중이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축사에 나선 박병석 국회의장은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육성과 투기의 근원적 예방을 위해 시장을 관리 감독하는 공적기구 구성이 필수적”이라며 “투기 등 불법행위의 상시적·통합적 예방활동 및 시장 감독체계 확립, 부동산 시장 발전, 국민 주거권 보호 등 다방면의 기능적 역할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또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려면 시장 왜곡에 대한 감독·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여는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감독기구 설치 방안을 논의하는 등 구체적 운영 구상 논의에 착수한 상황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를 모델로 한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법 의심사항을 전제로 계좌 조회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추진될 부동산 감독기구는 국토부 장관에게 금융·보험·세금기록 등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부동산 경찰’ 현실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허영 민주당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토부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대응반에 주민등록 전산정보, 등기 기록, 각종 세금증명 자료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기초연금 등 보험료, 금융자산·금융거래·신용정보 등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정인국 한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개인정보를 들여다보는 기준이 되는 의심거래와 관련해 어느 수준까지 적용할지 불분명하다”며 “과잉 정보열람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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