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근로자가 대우받는 일본 "저출산·인구감소가 나쁜 것만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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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9.06. 오후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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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초고령화에 이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일손 부족이 심화한 일본은 청년들이 원하는 일을 마음대로 골라 취업하는 ‘뷔페식 취업’을 하며 일과 생활에 큰 만족감을 보인다.
후생노동성이 지난달 10일 발표한 일본 각 도도부현의 ‘2018년 최저임금 개정액’은 전년보다 26엔 오른 874엔(약 8800원)이다.

그러나 이 금액은 말처럼 최저임금일 뿐 실제 아르바이트(이하 알바) 등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000엔(약 1만원)이상이며, 노동 강도나 전문성 등에 따라 급여도 상승한다.

최저임금이 말뿐인 최저임금이 된 배경에는 일본 아베 신조 총리 정부의 강한 정책과 더불어 경기는 활성화하는 반면 일손 부족이 날로 심화한 결과다.

또 일본 정부는 최저임금을 매년 3%씩 올려 전국 평균 1000엔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으며, 정부 방침에 각 지자체도 동참하여 최저임금 끌어 올리고 있다.

매년 최저임금을 올리며 높은 시급을 제시하지만 일손 부족으로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과 더불어 각종 혜택을 내세우며 '근로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저임금을 매년 3%씩 올려 전국 평균을 1000엔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사진= 아사히신문 캡처)
“대우받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낀다는 일본 ‘청소년 연구소’ 회원들은 젊은 층이 ‘사회적 약자였던 시대’에서 지금은 ‘슈퍼 갑(甲)’이 됐다고 말한다.

2002년부터 청년 문제를 다뤄온 이들은 일부 기성세대들이 과거 사회적 약자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로 생각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취업 현장에서 받는 특별대우를 설명했다.

실제 알바하는 연구소 회원은 “처음 시급으로 1000엔을 받았지만 일손이 부족해지자 요구도 하지 않았는데 시급이 1100엔으로 인상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20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급여와 더불어 복장에 제한이 없어지고, 원하는 시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조성됐다”고 덧붙였다.

또 리조트에서 일하는 다른 회원은 “구인공고를 내도 사람을 못 구하자 친구를 소개하면 돈을 지급하는 ‘알바 현상금’이 내걸렸다”며 “정직원도 아닌 알바생에게 리조트 이용권과 식사권을 준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입사 환영회, 회식, 파티를 비롯하여 한가할 때 시급은 지급하면서 조기 퇴근, 기업 내 복지 및 편의시설 이용·제공 등 이름은 알바지만 대우는 정직원 못지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알바를 예를 들었지만 취업도 큰 차이는 없다.
일본 대학생들은 보통 3학년이 되면 취업이 확정된다. 올해 일본 대학생의 취업률은 9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정규직 취업이 알바보다 더 많은 혜택과 복지가 있다는 건 길게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일본 청소년 연구소 회원들. 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지금은 구직자가 수퍼 갑이라고 말했다. (사진= 동양경제 캡처)
한편 이들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거 당신들 모습이 아닌 지금 청년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기성세대인 경영자들에게 조언했다.

이들의 생각은 과거 기성세대가 그러했듯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바라고, 같은 직종 동일 노동이면 급여가 높은 쪽을 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요즘 청년들은 더 나아가 자기계발과 자유를 중시한다며 급여가 조금 낮더라도 일과 생활을 양립하고 미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일을 선호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지난날 경기 불황 당시에는 ‘블랙(악덕)기업’, ‘블랙알바’가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옛말이라며 청년들이 바라는 것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80세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알바 구인. 앉아 있으면 시급 1000엔을 준다고 광고한다. 다소 극단적인 예지만 그만큼 일자리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점주는 지나는 관광객이나 행인에게 추억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구인 이유를 설명했다. 점주는 의자에 앉은 고령자 모습에서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사진= 로켓뉴스 캡처)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 올해 일본의 유효구인 배율은 1.6배로 나타났다.
수치로 보면 미미해 보이겠지만 이는 일본이 전 세계를 호령했던 버블경제 당시의 1.46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반대로 보면 그만큼 구인란이 심각하다는 알 수 있으며, 청년 연구소 회원들이 스스로 ‘슈퍼 갑’이라고 말하는 게 이해되는 대목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무려 7년이나 빠르게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또 지난해 기준 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1.05명을 기록하며 일본 1.45명보다 낮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간 출생아 수가 40만명을 밑돌고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질 위기상황이다.
취미를 즐기는 일본 대학생들. 이들은 3학년이되면 대부분 취업이 확정된다. 올해 일본 대학생의 취업률은 역대 최대인 97%를 기록했다.
일본이 겪는 저출산, 초고령사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머지않은 미래 한국에 찾아온다.
취업하지 못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며 힘겨워하는 우리 청년들이 일본 청년들처럼 웃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우리 사회에 올지 모르겠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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