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모(37)씨도 육아와 직장,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취재진에 "전체 집안일의 85%는 내가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육아휴직 이후 집안일을 맡아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다"며 "남편도 일이 바쁘고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다는 남편의 생각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말로만 "가사분담 공평해야"
손씨는 "5살 정도 어린 부부들을 보면 집안일하는 남편이 종종 있다"며 "그래도 아직 여성이 육아와 집안일을 전담하는 분위기가 주류"라고 전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육아에 전념하는 김모(38)씨도 "집안일 분담을 공동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다"면서도 "애들 교육도 그렇고 남편에게 경제권이 있어 결국 여자들이 집안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부부가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은 2006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남성 57.9%, 여성 67%였다. 조사 대상자의 62.5%는 성별에 상관없이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런 인식과 달리 현실은 따로 놀고 있었다. 가사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여성에게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부부가 모두 일하는 맞벌이 가정에서조차 집안일의 주 담당자는 여성이었다.
부부가 둘 다 일하는 경우는 좀 달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큰 차이가 없었다. 맞벌이 가정의 73.3%는 여전히 아내가 주로 집안일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20.5%는 여성이 전적으로 집안일을 한다고 답했다.
남성이 주로 집안일을 한다고 답한 비율은 맞벌이 가정 2.9%, 비맞벌이 가정 3.5%로 모두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여성은 밖에서도 일하고 집에서도 일해야 하는 이중 노동을 겪고 있었다.
결혼·출산 높이려면 '가정 내 성평등' 필수
가정 내 성평등은 출산율과도 직결된다. 여성의 가정 내 지위가 바로 서지 않으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세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기혼 여성들은 "한국에서 여성은 결혼하면 가정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구조"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한국어 강사로 일하면서 육아도 병행하는 김모(39)씨는 "남편도 일을 하고 있지만 육아휴직을 못 쓰고 주변에서 애를 봐줄 사람이 없다"며 "결국 전처럼 풀타임으로 근무하긴 어렵고 파트타임으로 돌려야 할지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집안일과 육아, 일 등 세 가지를 병행하게 되어 있다"며 "이런 것들 때문에 아이 낳기를 많이 꺼려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씨 또한 "출산을 고민하는 맞벌이 신혼부부가 있다면 만류하고 싶다"며 "아직은 가정을 이루고 출산하면 여자가 커리어를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가정에 헌신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고 전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관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혹자는 저출생의 원인이 '부동산 때문이다, 집값 때문이다'라고 하지만 결국 여성이 희생해야 하는 불평등한 구조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는 남편이 여성을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재 청년들은 '나는 내가 책임진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결혼 후 여성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결국 청년들이 더는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자가 '슈퍼우먼'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가정 내 역할을 실질적으로 평등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입법과 같은 방법을 통해 강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