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손봐야” 요구에 당국은 “전면재개 계획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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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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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앞두고 개선요구 분출
당국 “제도 개선부터 검토 중”

국내 개미 투자자들이 새 정부의 공매도 제도 개선안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기관 투자자에게 기울어진 ‘게임의 룰’을 바로잡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다음 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단 투쟁까지 예고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식을 빌린 곳에 다시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차익을 크게 낼 수 있다. 불만이 누적된 배경에는 공매도 거래 규모가 늘어나는 사이 코스피 지수가 하락한 증시 상황이 있다. 코스피가 미국의 고강도 긴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등으로 ‘박스권’에 묶인 데 대한 불만도 “불공정한 공매도”를 표적으로 삼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매도 관련 공약 추진을 놓고도 불만이 크다. 개미들 반발에 불을 붙인 건 새 정부의 국정과제 발표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최근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개인이 공매도 과정에서 주식을 빌릴 때 적용하는 담보비율 140%를 합리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미흡한 개선안”이라며 근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대표적 주장은 사실상 제한을 받지 않는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상환 기간을 개인 투자자와 같은 90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매도 규모를 제한하는 ‘공매도 총량제’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개인 공매도 규제를 푸는 것보다는 사실상 공매도 상환 기간에 제한이 없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게 유리한 게임을 공정하게 바꾸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을 앞두고 과도한 주가 하락 땐 자동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공매도 서킷 브레이커’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인수위의 국정과제엔 이런 내용도 빠져 있는 상태다. 인수위가 지난달 23~26일 대국민 온라인 정책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식시장 공매도 요건 개선’(1만94표·27%)은 2위를 차지했다.

일부 개인 투자자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을 기대하고 윤 당선인을 뽑았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미 표심’을 무기로 한 집단 투쟁을 제안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증시 충격을 감안해 2020년 3월 공매도를 금지했다. 지난해 5월에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주가지수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키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가 코스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다음 달 1일 지방선거 이후 공매도 전면 재개를 본격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9일 “새 정부 국정과제에 제시된 것처럼 공매도 제도 개선을 먼저 검토하는 중”이라며 “현재는 공매도 정상화(전면 재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6월 전면 재개설이 나온 배경이 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다만 자본시장 규제가 국내 개미 투자자들 목소리로만 좌지우지 돼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상엽 경상국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매도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종목의 주가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순기능도 있다. 공매도 폐지보다는 순기능을 감안한 합리적 개선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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