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72% "달라진 것 없다"
“선임이 매번 ‘네가 하는 건 다 마음에 안 든다’며 ‘××’이라고 대놓고 욕설을 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 욕을 들을 때마다 일기에 적어놓고만 있습니다.”(직장인 A씨)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16일로 시행 1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직원에게 ‘일도 못하는 ×’이라며 욕설을 하는 일이 최근에도 직장 사무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법 자체가 무엇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지 모호한 측면이 있는 데다,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어 현장에서 잘 정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법학회가 공동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 1주년 토론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지난 1년 동안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72%가 ‘없다’고 답했다. ‘줄었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고, ‘늘었다’는 응답도 8%나 나왔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최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5%가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근로 현장에선 다양한 괴롭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기업에 근무하는 김모(30)씨는 “올해 초 술에 취한 부장이 새벽 1시쯤 전화해 ‘그 따위로 하면 안 된다’ ‘똑바로 하라’ 등 모욕적인 말을 쏟아냈다”고 했다. 김씨는 “다음 날 부장이 ‘술자리에서 우연히 당신의 업무 실수를 듣게 돼 충동적으로 그랬다’고 했지만 충격을 받아 잊히지가 않는다”고 했다.
지방의 한 공기업에 다니는 이모(여·29)씨는 매일 아침 출근해 고무장갑을 끼고 사무실 책상과 선반, 의자 등을 걸레로 닦았다. 상사가 “사무실이 더럽다”며 여러 번 혼을 냈기 때문이다. 이씨는 “청소원이 따로 있는데도 여자인 나한테 ‘화장실이 더럽다’며 남자화장실 청소까지 시켰다”고 했다. 정해진 업무와 상관없는 지시를 한 것이다.
직접적인 처벌 규정을 두지는 않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정부는 대신 1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예방과 징계를 취업규칙에 넣도록 의무화했다. 사업장 자율에 맡긴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구제 방법이 뚜렷이 없다고 느낄 때 가장 괴롭다”고 말한다. 김태호 한국노동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뿐 아니라 근무 의욕 저하, 이직률 증가 등 조직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곽래건 기자 rae@chosun.com]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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