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43% 상승’ 감정원 실거래가 덮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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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15. 오후 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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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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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래 통계 있는데, 그동안 감정원 통계라며 “3년간 11% 올랐다”
홍남기·김현미 집값 통계 관련 발언


한국감정원이 실거래 사례만 추려 만든 통계에서도 최근 3년 사이 서울 아파트 값이 40% 넘게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등에서 주장한 50%대 상승률보다는 낮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국가 승인 통계’라며 내세운 10%대보다는 훨씬 높다.

최근 언론이나 학계에서는 정부가 집계한 서울 집값 상승률이 민간 통계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때마다 정부는 “(국가 승인 통계인) 한국감정원 통계는 실거래가를, 민간 통계는 중개업소 호가를 집계한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통계를 잘 모르는 일반인에겐 마치 실거래가로 집계한 국가 통계가 중개업소 호가를 활용한 민간 통계보다 정확하다는 의미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감정원이 실거래가만으로 집계한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 값은 정부 주장보다 훨씬 많이 오른 것이다.

통계별로 제각각인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文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43% 올라


15일 한국감정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2017년 5월 93.8에서 올해 5월 134.6으로 43.5% 올랐다. 이 지수는 감정원이 실제 신고된 아파트 거래 사례들로 만드는 통계다. 2009년 12월부터 매달 발표되고 있다. 실거래가 신고 기간(30일)과 분석에 걸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거래 시점과 통계 발표 시점 사이에 3개월 정도 시차가 있다. 감정원은 이 통계의 작성 목적에 대해 “정확한 시장 동향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정책 수립에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거래가지수 상승률은 정부에서 주로 활용하는 감정원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지수는 97.3에서 110.5로 13.6% 오르는 데 그쳤다. 매매가격지수는 감정원 직원들이 실거래가와 공인중개업소 호가 등을 토대로 ‘거래 가능한 가격’을 추정해 만드는 지표다. 같은 기관의 통계임에도 불구하고 3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하는 매매가격지수 상승률(24.9%)이나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률(51.8%)이 오히려 감정원의 실거래가 상승률에 더 가깝다.

입맛에 맞는 통계만 취사선택하는 정부


정부는 감정원 통계가 KB 등 민간 통계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감정원 통계가 ‘실거래가 기반’임을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국회에서 “감정원은 호가와 실거래가를 조사해서 거래가 가능한 시장 가격을 반영하고 있고, KB는 호가를 조사해 반영한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KB는 공인중개사가 입력하는 호가 중심이고, 감정원 통계는 조사원이 실거래가로 측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주로 활용하는 통계는 실거래가지수가 아닌 매매가격지수다. 김 장관은 지난 7월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이 11% 올랐다”고 발언했는데, 이때 김 장관이 활용한 숫자가 매매가격지수다. 당시 김 장관의 발언을 두고 야당에서는 “어느 나라 통계냐”며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실거래가라는 단어의 뉘앙스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는 마치 ‘정부 통계는 정확하고 민간 통계는 부정확하다’는 의미로 들릴 수 있다”며 "실거래가 기반 통계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정작 필요할 때에는 매매가격지수를 앞세우는 것은 입맛에 맞는 통계만 골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벽한 통계는 없어…정부도 인정해야"


전문가들은 완벽한 통계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감정원이나 KB의 매매가격지수는 표본조사이기 때문에 표본을 어떻게 선정하는지, 어떻게 보정하는지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거래가지수 역시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이나 신축 아파트의 거래 비중이 높았던 달의 상승률이 평소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등의 한계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아파트 거래량이 적을 때에는 실거래가지수를 월별로 산출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실거래가지수가 매매가격지수에 비해 실거래 동향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통계이긴 하지만 실거래가 통계 역시 가격 입력 오류나 특수관계인 간 증여성 거래 등이 있어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주택 시장은 워낙 규모가 크고 특이 사례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완벽한 통계란 없다”며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인정하고 다양한 통계를 두루 활용해야 시장 상황에 맞는 정책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snoop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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