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무법지대] 성희롱에 ‘패드립’까지…게임 중 차별·혐오발언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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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12.21. 오후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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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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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희롱에 ‘패드립’까지…게임 중 차별·혐오발언 만연
음성대화 기능 이용 막말 땐 처벌 곤란
화면 캡처.사진 촬영만으론 사실 관계 입증 어려워
게임사, 대화내용 저장 필요.. 특별법 마련 가해자 처벌해야



김소연씨(가명)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전략 FPS(1인칭 총싸움) 게임 '오버워치'를 하기 위해 해당 게임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다. 김씨의 게임상 닉네임을 보자마자 사람들이 팀보이스(팀음성대화) 기능을 통해 "여자냐"부터 시작해 다짜고짜 "몇 살이냐" "오빠 소리 한 번 해봐"라고 말했다. 또 "여자는 힐러(다른 캐릭터를 지원하고 에너지를 채워주는 캐릭터)나 해" "여자는 게임 말고 설거지나 해"라며 고정된 성역할을 강요했다. 게임 중에는 각종 욕설과 함께 장애인 비하 발언도 잇따랐다. 참다 못한 김씨는 게임을 중단하고 방을 빠져나왔다.

■"벗기고 싶다" "니 애미 없냐"…10대도 버젓이

이 같은 일을 겪은 것은 김씨만이 아니다. 오버워치에서 메르시, 위도우메이커(위메), 메이 같은 여성캐릭터를 골라 플레이하면 음성대화를 안 해도 여자로 간주해 "위메는 역시 엉덩이가 죽이지" "메이 가슴 큰데 벗기고 싶다" 같은 말이 잇따라 나온다.

오버워치에서 유독 여성 혐오와 성희롱 문제가 두드러지는 것은 6명이 하나가 된 것처럼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게임 특성상 음성대화가 필수로 여겨져 팀보이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음성대화를 하다 보니 다른 게임과 달리 여성 게이머라는 사실이 바로 노출돼 여성 혐오와 성희롱 문제가 심한 것이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과 상대 부모를 모욕하는 이른바 패드립(패륜발언)도 난무한다. 오버워치 뿐만 아니라 리그오브레전드(LOL, 롤),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에서도 만연해 있다고 게이머들은 입을 모았다. 서모씨는 "너 플레이하는걸 보니 밥 먹는데 지장 없겠다. 손발 없는 지체 1급이라 나라에서 케어해주잖아?" 같은 발언은 물론 "니애미(당신 어머니) 없냐" 같은 패드립도 게임 채팅방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시간에 게임하는 거 보니 지잡대(지방에 있는 잡대학)냐" "홍어(전라도 비하의도)냐" 등 학벌.지역 비하 발언도 빼놓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혐오.차별성 발언을 하는 이들 중에 10대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신모씨는 "막말을 하던 사람들이 '내일 숙제 있잖아' '걔 지금 학원 간대' 같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고 했다.

■음성대화시 처벌 어려워.. "특별법 마련해야"

게임 내 대화방에서 문자상으로 욕설이나 비방을 하면 게임 내 신고 기능을 통해 해당 계정을 정지시킬 수 있다. 고소를 통한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실이 '성폭력범죄처벌법 개정안'을 올 5월 발의하면서 국회입법조사처에 의견을 구한 결과, '전화 등 통신매체로 1대1 대화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은 현행 성폭력범죄처벌법에 의해 처벌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팀보이스 같은 음성대화 기능을 이용해 막말을 했을 경우 순간 화면 캡처나 사진 촬영만으로는 사실 입증이 어려워 처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모씨는 "게임회사들이 음성대화 내용을 하루치라도 로그파일로 남겼으면 한다"며 "게임사가 서버 비용이 부담된다면 사용자 입장에서 돈을 더 낼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블리자드코리아 관계자는 "팀플레이를 하면서 음성대화를 하는 경우 여러 사람 목소리가 섞이면 구분하기 어렵다"면서 "개발팀에서 개선책을 계속 고민 중인데 기술적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은 "게임회사들이 보이스채팅도 신고 횟수가 많은 계정에 대해서는 정지 조치를 하면 된다. 유료결제를 많이 한 이용자라고 해서 눈 감아주면 안 된다"며 "막말로 인한 피해자가 워낙 많다. 이 정도면 게임과 관련된 특별법을 마련해 피해자 구제는 물론, 가해자 처벌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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