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in Biz] 하버드가 기초교양과목에 음악을 넣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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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 음악 시간이 자율학습 혹은 예고도 없이 영어나 수학 보충 수업으로 바뀌던 시절이 있었다. 음악, 미술 같은 과목은 대학에 진학한 다음에 해도 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영어 선생님께 교단을 내어 주고 머쓱한 표정으로 교실을 나서던 음악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해서도 음악 전공이 아니면 음악에 대한 어떤 것도 수강할 수 없었고 아쉽게도 청춘의 전성기에 캠퍼스에서 음악회 한 번 가보지 못하고 졸업을 하고 말았다.

음악을 기초교양으로 채택해 전공자가 아니어도 모든 학생이 배울 수 있도록 음악과 인간, 음악과 사회, 음악과 수학, 음악과 역사 등 과목을 개설해 음악을 인문학으로 가르치고 있는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예일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 세계 최고 대학의 학생들에게 음악은 지혜와 교양의 결정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원전 500년경 수를 통하여 진리를 찾던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대장장이의 망치소리에서 4도와 5도, 옥타브 음정 수와의 연관성을 찾아냈고 이 법칙을 당시 그리스의 현악기 리라 현의 길이 비율과 연관시켜 5도와 4도의 음정차 9대8을 현재의 온음인 단위음정으로 삼았으며 이를 피타고라스 음률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양성을 지향하는 미국의 초·중·고교에서의 음악교육은 지식을 배우는 것에서 지식을 활용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음악을 통해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계와의 관계를 고찰하고 사회에 다양성과 창조성을 되돌려 주는 형태, 즉 '음악을 배운다'에서 '음악으로 배운다'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1636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설립된 미국 최초 대학인 하버드대는 목사를 양성하는 신학교로 출발했다. 하버드대 음악학과는 설립 후 200년이 지난 1855년 존 놀스 페인 교수에 의해 개설됐으며 현재 일반 교양과목으로 모든 학생이 음악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음악과목 중 '초연작-5곡의 세계 초연'은 음악사에 획을 그은 5곡의 세계 초연에 대한 음악적·역사적·사회적 분석은 물론 매년 이 수업을 위해 작곡가에게 신작을 의뢰하고 그 초연을 감상하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하는데 이 수업의 초점은 세계 초연의 음악을 접하며 음악사의 획기적인 전환점과 새롭고 낯선 개념을 받아들이는 통찰력을 키우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컬럼비아대에 1947년에 개설된 음악인문학은 재학생 전원이 필수 수강해야 하는 공통 과목으로 교실에서의 강의와 음악 감상뿐 아니라 뉴욕 유수의 콘서트홀에서 음악회를 듣고 비평하며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르네상스에서 현대음악 그리고 재즈를 망라해 음악에 표현된 인간의 사상과 발상을 배우고 있다. MIT는 우수한 과학자는 단련된 사고에서 나온다는 전제하에 인문, 예술, 사회학 중 반드시 한 분야를 선택해 이수해야 하며, 1000명의 학생이 교양과목으로 음악을 이수하고 있는 스탠퍼드 캠퍼스에서는 연간 150회 이상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이렇듯 음악을 인문학으로 초·중·고와 대학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접한 학생들은 음악이 지닌 문화적 배경을 함께 체험하며 세상에 대한 책임을 지는 시민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때 학력뿐만 아니라 예술활동에 대한 실적과 자세를 함께 평가하고 있다. 'American for the arts'의 민간부문 담당자 에밀리 펙은 "기업에서 최근 예술 프로그램을 사내에 도입하거나, 예술을 이용해 창조적인 사고를 단련하는 형태가 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미래의 노동력을 창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인 'CSV(Creating Shared Value)'는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를 넘어 고객과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함께 만들어 낸다는 생각이며 기업들은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자사의 직원과 고객 그리고 지역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음악과 예술에 대한 협찬과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보잉사는 예술을 지원하는 것은 창조력이 풍부한 사원을 키우며 복잡한 일에 대처하는 상상력과 내성을 기른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음악을 기업문화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음악이 교육현장, 기업 그리고 지역사회에 인문학 형태로 자연스레 녹아드는 날, 우리는 더욱 풍요롭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세계와 함께하게 될 것이다.

[이두헌 경희대 포스트모던 음악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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