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로 공급절벽땐 집값 더 뛴다"…집 안팔고 증여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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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23. 오후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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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8월 증여 1681건
지난달보다 76% 늘어

"집값 잡겠다" 분양가상한제
"새집 귀해진다" 기대감 키워
팔지 않고 물려주는 증여 `쑥`

양도세·보유세 부담도 한몫
강남·마포 아파트 2주택자
증여로 年수천만원 절세 가능


◆ 서울아파트 증여 급증 ◆

6월 재산세 부과 전후로 주춤했던 서울 아파트 증여가 또다시 급증하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거래 비수기로 꼽히는 8월 서울의 아파트 증여가 올 들어 가장 많이 이뤄지는 '이상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23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 증여는 1681건으로 올해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76.4% 늘어난 것이다. 서울 집값이 급속도로 상승세로 전환한 데다 분양가상한제가 민간택지에도 도입되면 핵심 지역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에 집주인들이 증여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에는 전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7000건 중 21.6%에 달하는 1511건이 증여였다. 이후 재산세 부과 시점이 되면서 5월 748건이던 증여가 6월에는 612건으로 주춤해졌다.

그러나 7월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예고하면서 증여에 다시 불이 붙었다. 재산세 부과 기준일인 6월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증여가 다시 늘어난 것을 두고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발표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그동안 진행돼 오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일단 올스톱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2~3년 후 공급절벽을 가져와 핵심지의 집 자체를 희소하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증여 폭증 현상의 기반이 됐다. 주택 소유자 상당수는 "몇 년만 기다리면 공급 끊김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 뻔한데 지금 과도한 양도소득세를 물며 팔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증여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별로 양극화도 심해 정부가 '집값 상승의 진원지' 격으로 주목했던 강남에서 오히려 이런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8월 한 달간 1681건의 서울 아파트 증여 거래에서 강남4구에서 일어난 증여는 919건으로 54.7% 비중을 차지했다. 25개 자치구 중 4개 자치구가 전체 증여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요즘 집값 강세로 '강남 안의 강남'으로 통하는 잠실동이 있는 송파구 증여 거래 건수는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478건으로 집계됐다. 올해로 입주 10년 남짓한 '잠실엘스' 전용면적 84㎡가 최근 19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집값 상승장의 진원지로 통하는 곳이다.

이 동네 대표 재건축 단지로 재건축 후에는 6000가구가량의 새집 공급 효과가 있는 '잠실주공5단지'가 이번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속도 내기가 어려워지면서 바로 옆 10년 차 구축들의 몸값이 '확' 뛰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마이스(MICE) 지구 개발 본격화 등으로 호재까지 겹치면서 이 지역 아파트값이 더 오르면 올랐지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커지자 증여가 늘고 있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들 얘기다. 8월 한 달간 서초구에서도 186건의 증여가 있었다. 전월 대비 24% 늘어난 것이다.

과거엔 증여는 '소수 부자들만의 세상'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서울 핵심지 중형급 아파트값이 어지간하면 10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상속만으로 비과세를 받기 어려워졌다. 특히 보유세가 공시가격 인상과 세법 개정 등을 통해 확 올라간 상황이라 절세 효과를 노린 증여도 늘고 있다.

매일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의 도움을 받아 공시가격이 25억원인 강남구 대형 A아파트와 7억원인 마포구 중형 B아파트를 50대 여성 1인 명의로 보유했을 때와, 자녀 혹은 배우자에게 마포구 아파트 1채를 전세보증금을 끼고 증여했을 경우의 연간 보유세를 계산해본 결과 세금 차이가 2000만원 이상이었다.

10년이면 세금으로만 2억원을 아낄 수 있는 구조다. 취득세나 양도세 등 소요비용이 한꺼번에 많이 든다는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종합부동산세를 계산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2022년까지 계속 오를 예정이고, 공시가격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다주택자의 경우 투기과열지구 내 집을 팔 때 양도세가 최고 62%에 달한다는 점까지 모두 고려해보면 증여가 훨씬 나은 선택이라는 계산을 다주택자들은 한 것으로 보인다.

[박인혜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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