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창’ 네이버는 지금②] 네이버와 e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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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21. 오후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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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반열에 오른 네이버. 우리나라 벤처의 상징이자 선망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 회사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이커머스, 부동산 등 소상공인의 사업영역을 집어삼기는 공룡. 실질적인 뉴스 권력으로 정치 이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 등과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지 오래다. 이번 기획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네이버라는 기업이 풀어야 할 과제와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네이버의 어제-오늘-내일
2) 네이버와 이커머스
3) 네이버와 금융
4) 네이버와 콘텐츠
5) 네이버와 뉴스







20조9249억원. 지난해 네이버 거래액 규모다. 쿠팡(17조771억원), 이베이코리아(16조9772억원) 등 주요 전자상거래업체의 실적을 훌쩍 앞질렀다. ‘초록창’ 안에서 상품검색부터 구매까지 손쉽게 할 수 있다는 강점으로 쇼핑 ‘길목’을 점령한 결과다. 소상공인과 대기업들도 앞다퉈 네이버 안에 상점을 차리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생방송 판매에 이어 전통시장·대형마트 장보기까지 네이버 안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올해 초 2019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네이버 한성숙 대표가 “궁극적으로 (네이버가) 모든 온라인 쇼핑의 시작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호언한 대로, 네이버는 신(新)유통시장 ‘쇼핑거인’으로 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쇼핑제국’ 건설하는 네이버

네이버 쇼핑의 시작은 2000년 ‘가격비교’ 서비스였다. 검색창에 상품명을 검색하면 각 쇼핑몰의 상품가격, 결제조건, 배송료 등의 정보를 한눈에 보여줬다. 2003년 상품결제가 가능한 ‘지식쇼핑’을 선보였고, 2013년 C2C 오픈마켓인 ‘샵N’을 열었다. 네이버는 장터를 열어준 대가로 상점으로부터 판매 수수료와 결제 수수료를 받았다. 반발이 잇따랐고, 높은 검색 점유율을 앞세운 네이버가 오픈마켓을 장악하려 한다는 견제의 목소리도 커졌다. 네이버는 2014년 판매 수수료를 없앤 ‘스토어팜’을 새롭게 내놨다. 이를 다시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지금의 ‘스마트스토어’가 탄생했다.

|네이버 모바일 앱 첫화면 개편 이후 커머스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해졌다.


소상공인부터 대기업 모인 네이버 장터 

스마트스토어의 주축은 소상공인 판매자다. 네이버에 따르면 스마트스토어 신규 개설 건수는 3개월 평균 3만3000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61% 증가해, 전체 35만개까지 늘었다. 거래액은 전년동기 대비 56% 뛰었다. 낮은 수수료, 부담 없는 창업으로 ‘투잡족’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연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판매자는 2만6000명을 돌파하는 등 평균 판매액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 대표가 2분기 실적발표에서 “스마트스토어 기반 창업은 네이버 쇼핑의 미래고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올해 상반기 문을 연 브랜드스토어는 이른바 ‘네이버백화점’으로 커가고 있다. 브랜드스토어는 일종의 ‘브랜드 홈페이지’로 LG생활건강·매일유업·아모레퍼시픽·애플 등 국내외 95개 유명 브랜드가 이곳에 입점했다. TV홈쇼핑을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쇼핑라이브’도 네이버 쇼핑의 기대주다. ‘반짝’ 생방송에 5만명이 동시접속하고, 3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등 급성장 중이다.

|네이버는 시장, 마트 등과 손을 잡으면서 물류센터, 콜드체인 배송차량 하나 없이 신선식품을 당일배송하는 플랫폼이 됐다.


시장에, 마트까지...새벽배송・당일배송 시장도

신선식품이나 반찬거리 ‘장보기’도 네이버에서 할 수 있게 됐다. 20일 네이버는 지난해 선보였던 ‘동네시장 장보기’의 확장판인 ‘네이버 장보기’를 출시했다. 홈플러스·GS프레시·농협하나로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줄줄이 입점했다. 현대백화점 식품관 일부 제품도 들어와 있다. 전통시장 32곳의 식재료·먹거리 역시 간편하게 네이버로 주문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은 이용자를 네이버 쇼핑으로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지난 6월 네이버는 최대 8.5%까지 포인트 추가 적립이 가능한 유료회원제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내놓기도 했다. 네이버 쇼핑의 성장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분기 쇼핑·검색광고 등이 포함돼 있는 네이버의 비즈니스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대비 8.6% 증가한 7772억원을 기록, 네이버 전체 매출의 약 40%를 책임졌다.

|네이버 ‘쇼핑 라이브’는 새로운 온라인 판로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수료는 3%이지만 판매 효과가 뛰어나 이용하는 판매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대표는 지난 2월 ‘4차 산업혁명 시대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트렌드 컨퍼런스’에 참석해 “우리는 쿠팡이나 11번가에서 검색을 하지 않는다. 네이버에서 검색을 한다”며 “이커머스 사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정확히 찾아주는 검색 역량이며, 네이버는 이를 갖춘 사업자”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직접 유통업자가 되지 않겠지만, 트래픽을 관리하기 때문에 나머지 사업자는 의미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고도 말했다.

녹색 가두리’ 갇힐라 걱정도

네이버의 질주를 지켜보는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가격비교 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초록창’을 거쳐 상품이 판매되면 업체는 매출 연동 수수료(2%)를 네이버에게 떼어준다. 판매 관련 데이터도 제공한다. 4300여개 외부 파트너가 이 가격비교 서비스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지배력은 강력하다. 과거 이베이코리아·11번가·인터파크 등이 ‘탈(脫)네이버’를 선언했지만, 대부분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네이버 품으로 돌아왔을 정도다. 자체 앱을 내세우며 ‘홀로서기’를 꿈꿨던 쿠팡도 네이버 탈출에 결국 실패했다. 네이버의 영향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문지기’ 역할을 하는 네이버가 쇼핑의 영역을 파고 드는 것은 독점적 지위 남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심판이 같이 경기를 뛰는 꼴”이라고 하소연한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네이버가 자체 오픈마켓 입점업체 상품을 검색결과에서 우대한다는 의혹은 2013년 샵N이 출시된 이후 꼬리를 물고 이어져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달 19일에는 비공개 전원회의를 열고 네이버 쇼핑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는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논의했다. 지난 2018년 이베이코리아가 ‘네이버가 자사 서비스(스마트스토어), 결제수단(네이버페이)을 이용하는 사업자의 상품을 검색창 상단에 노출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데 대한 결론이 3년여 만에 나오는 것이다. 제재 수위는 다음달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공정위는 내년 상반기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 근절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대한 법률’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이 입점업체를 상대로 행하는 갑질을 금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또 ‘온라인쇼핑몰 사업자의 불공정행위 심사지침’을 별도로 마련할 계획이다.

김인경 기자(shipp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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