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프로포폴 빼돌리기 꼼짝마!… 5월 ‘님스’ 모니터링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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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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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의약품 통합관리 시스템 뜬다


불법 유출 사고 많았던 프로포폴 졸피뎀 디아제팜 펜터민 등 서류 허위 작성 후 빼돌린 경우 잦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도입 통해 수입·제조부터 유통·사용까지 의무적으로 내역 전체 보고해야
필수적으로 환자 병명 기입해야돼 정신건강의학과 등 진료 기피 우려도

'우유 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을 인터넷으로 불법 유통한 도매업자와 이를 구입해 투약한 대학생, 직장인 등이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마약류 도매업자인 A씨는 모 제약사로부터 합법적으로 프로포폴을 구매한 뒤 빼돌려 인터넷에 판매 광고를 냈다. 20대 대학생 B씨와 친구인 직장인 C씨가 이를 보고 프로포폴을 사서 함께 투약했다. B씨는 대학 실험실에서 펜토탈소디움 등 다량의 마약류를 훔치고 평소 아는 사이인 모 수의사로부터 또 다른 의료용 마약인 케타민을 제공받기도 했다. B씨는 프로포폴과 케타민을 동시에 투약하다 중독돼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까지 처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포폴은 위·대장 내시경 검진이나 성형시술 등에 흔히 쓰이는 수면마취 약물(주사제)이다. 하지만 피로회복제로 오남용되거나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증가해 2011년 향정신성의약품(향정약)으로 지정됐다. 의사의 진단 및 투약 허가 없이는 사용할 수 없다. 이번에 불법으로 빼돌려진 프로포폴은 20㎖ 용량 325개로 650회 투약 분량이었다. 동물 마취제로 쓰이는 케타민은 종종 데이트 강간 약물로 악용된다. 적발된 일당은 프로포폴 구입·판매 서류를 허위로 꾸며 의약품 당국의 감시를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향정신성의약품 등 의료용 마약류 취급자는 자체 취급 기록(관리대장)을 최대 2년간 보관해야 하지만 당국에 별도 보고할 의무가 없는 허점을 이용했다. 관리대장에 아예 기록하지 않거나 조작할 경우 얼마든지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셈이다.

의료용 마약류, 허술한 관리 문제

마약류 의약품의 불법 유출·사용은 도매업자뿐 아니라 병·의원, 약국 등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돼 왔다.



2016년에는 50대인 병원장이 자신의 병원에서 마약 성분이 든 진통제 염산페티딘을 몰래 빼돌려 투약하다 적발됐다. 피로 회복과 스트레스 해소가 목적이었다. 2015년에는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염산페티딘 92개를 훔쳐 상습 투약한 간호조무사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마약류 관리대장을 허위로 작성한 병원장이 붙잡혔다. 간호조무사는 어깨통증 완화 목적으로 의료용 마약을 몰래 썼다. 2012년에는 제약회사 직원이 빼돌린 프로포폴을 구입한 성형외과 직원이 병원보다 싸게 주사를 놓아주겠다고 투약자들을 끌어모으며 속칭 ‘주사 아줌마’까지 동원한 사례도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마약류 의약품의 도난 및 분실은 186건(도난 133건, 분실 53건)이나 됐다. 사라진 의약품은 알약 3만8000여정, 주사제 앰풀 6700여개, 약병(바이알) 118개에 달했다.

취급자로는 의원이 68건으로 가장 많았고 병원(61건) 약국(42건) 도매업(12건) 제조업(3건) 순이었다. 도난·분실이 가장 많은 마약류는 프로포폴이었고 수면유도제(진정·진통제)인 졸피뎀 디아제팜 알프라졸람 로라제팜 미다졸람 염산페티딘 등이 있었다.

마약류 의약품을 허가사항 외 목적으로 과다 처방받는 것도 문제다. 프로포폴 등은 의사의 관리 아래 적절히 사용하면 유용한 의약품이지만 오남용하면 중독에 빠지고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미국 팝가수 마이클 잭슨도 프로포폴 중독으로 2009년 숨졌다. 국내에서도 연예인 등 유명인이 프로포폴을 피로 회복용으로 과다 처방받아 사용하다 종종 논란이 됐다.

식욕억제제인 펜터민은 ‘살 빠지는 약’,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오남용되고 진정·진통제인 로라제팜은 ‘파티 마약’으로 불리며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촘촘한 감시망 가동



정부가 마약류 의약품의 불법 유출 및 오남용, 불순한 목적의 의료 쇼핑을 막기 위해 오는 5월 18일부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님스)을 구축해 집중 관리에 들어간다. 의료용 마약류의 수입·제조부터 유통·사용까지 취급 내역 전체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하고 상시 모니터링하는 ‘촘촘한 감시망’을 깔아 흐름의 전 과정을 훤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제약사와 도매업체, 병·의원, 약국 등 모든 마약류 취급자는 해당 영역별로 제조, 수입, 판매·구입, 조제·투약, 양도·양수, 재고, 폐기 정보 등 취급 내역을 7일 이내(향정약의 경우 프로포폴은 7일 이내, 그 외 품목은 매월) 식약처에 전산 보고해야 한다.

그간 의료용 마약에 한해 제약사와 도매상, 약국에서 일부 보고제가 시행됐으나 실효성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의료용 마약뿐 아니라 향정신성의약품까지 전면 보고제로 확대된다. 품목이나 수량 중심의 최소 항목으로 이뤄지던 기존의 자체 기록(문서) 및 보관 의무는 폐지된다. 대신 제품명과 상대 거래자, 투약 환자 정보 등을 시스템에 상세히 입력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오남용이 심각하고 불법 유출 사례가 많았던 프로포폴 23개 품목은 의료용 마약(12개 성분, 242개 품목)과 함께 ‘중점관리 품목’으로 지정됐다.

중점관리 대상은 일련번호(바코드)를 취급한 날로부터 7일 이내(공휴일 제외)에 전산 입력하게 돼 있어 최종 사용자까지 추적 관리가 가능해진다. 중점관리 품목이 아닌 향정약이나 동물용 마약류는 일반 관리 대상으로 취급한 날의 다음 달 10일까지 보고하면 된다.

식약처 마약관리과 김효정 과장은 12일 “지금까지 병·의원 약국 도매업자는 지역 보건소가, 제약사 등 제조·수입업자는 식약처가 2년에 한 번꼴로 현장에 나가서 보관 중인 마약류 의약품 관리대장을 점검하는 수준에 그쳤다”면서 “그나마 보건소에는 마약류 전담 직원이 없고 의·약무행정 직원 1명이 다른 행정 민원까지 함께 처리해야 하는 실정이어서 제대로 된 감시가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대형 병원이나 약국의 경우 자체적으로 마약류 관리 부서나 관리자를 따로 두고 있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되는 소규모 병·의원과 약국은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였다는 얘기다.



김 과장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 평균 2년에 1회 정도 이뤄지던 현장 점검을 실시간은 아니더라도 1주일이나 월 단위로 감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약류 의약품을 판매한 사람과 구매자의 보고가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서로 대조함으로써 상호 감시와 견제도 가능하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거래자 간에 보고된 정보가 불일치하거나 의심이 가는 정황이 발견되면 선택적으로 현장 점검도 나가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범죄 목적으로 작정하고 전산 시스템의 보고 누락·조작을 시도할 경우 사전 예방이 불가능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 과장은 “물론 100% 감시가 가능하다고 장담은 못 하지만 님스는 의료용 마약류 모니터링과 규제를 위한 가장 강력한 시스템이며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처음 도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병·의원, 약국 업무 과중 우려

일선 병·의원과 약국 등에선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업무 과중과 진료 위축 등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님스는 필수적으로 환자 병명을 기입해야 하는데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보고 절차가 복잡하고 처벌 또한 엄격하기 때문이다. 마약류 취급 시 전산 보고를 하지 않으면 중점 관리 대상의 경우 1∼3차(15일∼2개월)에 걸쳐 영업정지, 4차엔 영업취소에 처해진다. 마약류 의약품을 많이 다루는 정신건강의학과와 소화기내과, 성형외과·피부과 등의 우려가 크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이상훈 회장은 “정신과는 지금도 정보 노출을 꺼려 일반으로 진료받는 환자가 많다. 기록에 남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데 환자 병명 기입을 강제하면 정신과의 진료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용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을 다루는 대다수 약국도 컴퓨터 입력을 잘못했다가 행정처분을 받지 않을까 염려한다. 단순 실수와 불순한 목적의 허위 보고를 구별해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병·의원이나 약국 등 취급자들이 사용하는 기존 조제 및 처방 시스템과 연계해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줄이고 단순 실수일 경우 행정처분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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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사회부에서 보건의료, 의학, 과학 보도를 맡고 있습니다. 암 등 질병예방, 금연, 자살 예방, 생명 윤리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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