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기기어때?

아이패드 프로 10.5는 회사원에게도 생산적일까?

라코펭님의 프로필 사진

라코펭

공식

2018.06.14. 23:24130,009 읽음

◎ 사용제품 : 아이패드 프로 10.5 셀룰러 64GB
사용기간 (구입시기) : 9개월 (2017.10)
◎ 구입목적 : 업무에 생산성 더하기
◎ 구입가격 : 90만 원대 (애플 공홈 구입)
◎ 액세서리 : 커버 키보드, 애플펜슬, 후면커버 등

평범한 직딩에게
업무용 디바이스란?

나는 직딩이다. 정말 평범하기 그지 없는 직딩이다. 아침일찍 졸린눈을 비비며 일어나서 정장이라는 이름의 근무복을 입고, 눈이 반쯤 감긴채로 만원 지하철에 몸을구겨넣고 사무실로 향한다.  그리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가장먼저 하는 것은 커다란 데스크탑에 전원을 넣는 일이다. 이것이 나의 업무용 메인 디바이스인 셈이다. (서브로는 유선전화기와 요즘은 잘 쓰지 않는 전자계산기 정도 되겠다.) 그럼 이 메인 디바이스(=데스크탑)으로 어떤 업무를 주로 볼까?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해서 각종 메일과 문서들을 확인하고, 메신저로 회사사람들과 업무에 대한 이야기와 파일 등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 파워포인트, 워드를 사용하여 문서작업을 한다. 주로 그렇다. 아마도 위에 열거한 것이 9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아이패드 프로 10.5의 어여쁜 자태. 기능이고 뭐고간에 그냥 너무 이뻤기 때문에 갖고 싶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도 구입한 이성적인 이유가 있어야겠기에..

그럼 나는 왜 아이패드를 사야할까? 아니 어떻게 아이패드를 업무용으로 쓸 수 있을까? 일반적 직딩의 업무에서는 그다지 쓸모가 없어 보인다.
물론 직딩에도 아이패드가 적극적으로 활용가능한 여러 유형이 있다. 예를들어 디자이너가 애플펜슬을활용하여 휴대성이 좋은 아이패드 프로와 더해져서 휼륭한 업무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면 생산성 향상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혹은 크리에이터라면 동영상 편집이나 이미지 활용 등에서 아이패드 프로가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아이패드 광고에서도 그랬고 나 또한 그러한 의견에 동의하지만 나는 크리에이터도 아니다.
나는 그냥 문돌이 출신의 회사원이다. 컴퓨터로 하는 생산적인 업무는 아주 비생산적인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 이외엔 없다. 이메일 발신이라면 생산적인 편일 것이다. 이정도 업무인게 현실이다. 광고에서처럼 멋지게 업무에 활용하고 싶어도 애초에 업무에 생산적인 것이 없다.

업무에 절대로 쓸모없을 것을 알면서도 구입했다. 생산성을 극대화 시켜준다는 저 애플펜슬을 말이다.
아이패드에 안티한
사무실 환경들

그래도 써 보고 싶다. 아이패드를 업무 용도로 말이다. 처음은 아니다. 이미 두 번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아이패드 에어2와 아이패드 미니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전 회사(지금보다는 캐주얼한 회사)에서의 경험이었다. 아이패드 에어2는 회의때 기록을 하고 필요한 웹사이트를펼쳐보는 용도로 매우 유용했다. 아이패드 미니는 PC 모니터 앞에두고 참고용 동영상을 재생하며 업무를 보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이 두 기기를 쓸 수 없는 매우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와이파이 전용 모델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회사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와이파이가 없을 뿐더러 무선 테더링 또한 막혀있어 불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내가 하는유일한 생산작업은 모두 MS 파워포인트와 MS 워드로 이루어 지는데 외부에서 작성한 문서와는 동기화가 되지 않는 시스템이다. (보안이라고 부르기보다 그냥 다 막혀있다고 하고 싶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에서도 업무에 쓰려고 아이패드 프로를 구입했다. 그것도 셀룰러 지원 모델로 말이다.

후면 보호를 위해 반투명 케이스를 씌웠다. 셀룰러 모델인데 이전 세대 아이패드와 비교해서 안테나 부분이 크게 티나지 않는다. 저 우측은 검은띠는? 그렇다. 정품 키보드 커버 케이스와의 일체감을 위해 후면 커버도 디자인 된 것을 고른것이다. 결국 정품 키보드 커버 케이스 마저 사버렸단 말이다.
노트북을
대신할 수 있을까?

이 환경에서 처음으로 업무에 적용해보려 한 디바이스는 2년 6개월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프로4이다. 지금의 아이패드 프로 10.5의 구성과 매우 흡사한 태블릿, 키보드, 펜의 구성이 있었다. 게다가 더 훌륭한(?) 요소 였다면 사무실에서도 100% 활용가능한 윈도우 기반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이외에는 지금의 아이패드 프로 10.5가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셀루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사무실에서 와이파이를 쓸 수 없는 환경이기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유선으로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테더링을 통한 온라인 환경 구축이 가능했지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회의실 이동이나 외근 등의 일이 생기면 온라인 사용을 포기하기 일이 더 많았다. 다음으로 만만치 않은 무게였다. 사실 서피스프로4도 그 자체만으로는 그리 무거운 편은 아니었다. (크기에 비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단 하나밖에 없는 충전기를 항상 휴대하고 다녀야했기에 안그래도 어깨가 무거운 출퇴근 길이 더욱 고단할 수 밖에 없었다. 서피스프로4의 이러한 단점들은 iOS의 활용한계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 프로를 집어들게 만들었다.

정품 키보드 커버 케이스를 장착하고, 애플펜슬에 마그넷이 달린 홀더와 충전캡 분실방지 액세서리도 구비해 주었다. 물론 본체를 보호할 수 있는 후면 커버 케이스까지. 기본 기기와 액세서리 그리고 또 그 액세서리까지 지름은 지름을 낳는다.
다른 아이패드는
대체할 수 없었나?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가용가능한 아이패드는 2대 더 있었다. 아이패드 에어2와 아이패드 미니 2세대이다. 이 기기들을 사용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LTE 사용의 가부여부였다. 이전에만해도 태블릿에 무슨 LTE가 필요할까 싶었는데, 확실히 필요한 환경이 따로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용했을 때의 편리함은막연히 와이파이로 커버되겠지 하고 생각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었다. 다음으로 실용성 측면에서는 허상임이 밝혀졌지만 펜에 대한 환상이 있엇다. 필기로 메모를 하고, 뭔가 그림같은 것도 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 업무에서 펜은 그다지 유용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없으면 허전한 녀석임에는 분명하다. 딱 한가지. 아이패드 미니가 부러운 것은 휴대성이다. 딱 알맞은 크기와 무게는 아이패드 프로 10.5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만약 셀룰러 모델에 미니가 애플펜슬을 지원했다면 아이패드 프로 10.5는 선택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디바이스의 속도는 제외하고 말이다. 아이패드 에어2는 속도면에서 그럭저럭 아니 훌륭하게 쓸만하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는 너무 많이 부족해서 업무용으로 쓰기 역부족으로 느낄 정도이다.

왼쪽의 아이패드 프로 10.5와 오른쪽의 아이패드 에어2. 화면의 크기와 베젤의 두께 등에서 확실히 차이가 난다. 그래도 아이패드 에어2가 셀룰러 지원만 됐더라도 그럭저럭 썼을지도 모른다.
너무도 알맞은 크기와 무게를 지닌 아이패드 미니2. 이렇게 쏜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의 태블릿이 직딩에게는 적합한 것 같다.
정작 대체된 것은
아날로그 다이어리였다.

나 스스로는 예상하지 못한 재미있는 결론이 나버렸다. 정작 대체된 것은 디지털 디바이스가 아닌 아날로그 다이어리였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다이어리의 용도는 아주 명확하다. 메모를 하고, 끄적거리고 아주 가끔은 날짜를 확인한다. 쓸데없이 맨 뒤페이지의 대한민국 전도나 세계지도를 펼쳐볼 때도 있다. 이 모든 아날로그 다이어리에서 가능한 활동들이 아이패드 프로 10.5로 대체가 가능하다. 그것도 더 편리하게 말이다. 아날로그 다이어리와 비교해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검색 능력이다. 아무리 중요한 메모라도 필기로 적어놓은 내용은 어디에 적었는지 나중에는 찾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한 필기(펜을 사용한 것이 아닌 타이핑으로 입력한)는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펜을 통한 끄적거림도 가능하다. 회의중에 말이다. (왜 끄적이냐고 묻는다면 별 이유가 없이 그런다는 걸 많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들어 단 1번도 다이어를 가지고 회의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아니 지금은 회사에서 지급받은 다이어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실정이다. 

보통 아이패드 프로 105를 이런형태로 놓고 쓴다. 펜을 둘곳에 항상 모호한데 저렇게 마그넷을 이용해 상단에 붙이면 의외로 잘 붙는다. 하지만 저 각도는 책상에 두고 쓰기에 은근히 불편한 각도이다. 게다가 각도 조절의 폭이 매우 좁아 불편하기 짝이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생산을 추구하기 보다
더 풍족한 소비를 하련다

회사에서 매년 새롭게 지급해주는 다이어리를 대체하고자하는 목적으로 100만 원에 달하는 아이패드 프로를 구입하는 것음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내가 한 것 처럼) 일반 사무직이라면 업무용 PC를 대체할 수도 없을 뿐더러 노트북을 대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아이패드 프로 10.5의 구매에 매우 만족하며 쓰고있다. 위에 열거한 업무적인 용도보다 개인적인 용도(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용도)의 활용폭이 더 넓은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 기기로 회사에서 더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다면 그것은 회사에서 알아서 먼저 구비해 줄 것이다. (우리회사는 향후 최소 10년은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그러니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지 고민하기 보다 이 멋진 디바이스로 더 풍부하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내 인생에 더 생산적인 일이지 싶다.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충전을 왜하나 싶었는데, 주로 애플펜슬은 이런식으로 충전한다. 간편할 뿐만아니라 완충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은 편이라 자주 이용하게 된다. 오히려 라이트닝케이블에 어댑터를 꽂아서 충전하는 방식은 너무도 불편해서 거의 하지 않는다.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