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막아놓고 "왜 못쓰나"···中정부 대변인의 치명적 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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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21. 오후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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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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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료사잔.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 정부 대변인이 외신 보도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왜 중국인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못하느냐'고 말했다가 중국 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해외 소셜미디어를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적인 '정부의 입'이 실언을 한 셈이다.

21일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논조를 보이는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이번 실언은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에게서 나왔다. 그는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AP통신의 보도를 반박하면서 이러한 발언을 했다.

지난 15일 AP통신은 트위터·페이스북·유튜브·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조사한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음모론과 거짓 정보를 퍼트리는 데 미국·중국·러시아·이란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4개국의 정부 관리와 친정부 성향 매체가 코로나19에 대한 가짜 정보를 유포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음모론을 키웠다는 내용이다.

특히 AP통신은 4개국 중에서도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음모론과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데 앞장선 나라는 중국이라고 보도했다. 2019년 중반 이후 중국 외교관의 페이스북 계정이 두배로 늘어났고, 트위터 계정은 3배로 늘어났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화 대변인은 이러한 보도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AP통신은 다른 나라 외교관이나 매체들이 중국의 소셜미디어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조사해봤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화 대변인은 "왜 외국인들은 중국 소셜미디어는 사용할 수 있는데, 중국인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못 하나?"라고 반문했다. 화 대변인의 이번 발언은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의 공식 발언록에서 빠졌다.

중국이 해외 서비스를 차단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2009년 신장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 유혈충돌 시위 사태 이후 페이스북과 트위터 접속을 막으면서다. 이후에도 중국에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다. 최근에도 중국은 전 세계 얼리어답터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 접속을 차단해 비판을 받았다. 화 대변인은 이러한 중국의 상황에 반하는 실언을 한 셈이다.

매체에 따르면 화 대변인의 발언에 중국 네티즌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그래, 나도 왜 중국인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사용할 수 없는지 알고 싶다' 등 자조적인 댓글을 달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화 대변인을 비롯한 중국 외교부의 다른 대변인들은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그들이 진짜 중국인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며 비꼬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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