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아이디어” 외신 혹평 속 文대통령, 남북 공동올림픽 계획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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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21. 오후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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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를 위한 추진 계획을 의결했다. 다만 외신조차 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를 두고 “터무니없는 아이디어”, “문 대통령만의 ‘라라랜드’(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의미)”라고 비판하고 있어 실질적 진행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21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 국무회의 통해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유치 계획’ 의결

정부가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를 위한 내부 준비에 착수했다. 정부는 21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32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유치 및 개최 추진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계획안은 지난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올림픽 공동 유치·개최를 위한 계획을 확정하고 관련 조치들을 시행하는 내용을 담았다. 올림픽 공동 유치 계획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정부가 북한과 함께 올림픽 유치를 위해 공동으로 활동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 것이다. 이날 정부는 “남북 정상이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합의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남북 공동으로 유치 의향을 표명한 사항"이라며 "차질 없이 준비될 수 있도록 기본방향과 계획을 확정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7일 신년사에서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는 남북이 한민족임을 세계에 과시하고 함께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며 “반드시 실현되도록 지속적인 스포츠 교류를 통해 힘을 모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북한은 한국 정부가 강조한 남북협력 구상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여자축구팀이 오는 2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최종 예선에 불참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남북전이 무관중·무중계로 치러지는 등 사실상 남북 간 스포츠 교류가 막혀 있다.

2018년 9월20일 백두산 정상에서 손 맞잡은 남북 정상.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워싱턴포스트 “올림픽 남북 공동유치는 터무니없는 아이디어”

반면 해외 언론에선 문재인정부의 공동유치에 부정적이다. 때문에 실질적인 진행까지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9일(미국시간) 2032년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유치를 두고 “그림의 떡”이라고 혹평했다. 사이먼 데니어 WP 도쿄지국장은 이날 서울발 기사를 통해 올림픽 공동개최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깎아내렸다. 신문은 2018년 9월 남북 지도자가 올림픽 공동개최를 구상했을 때는 양측의 관계가 최고였지만, 이듬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험악하게’ 끝났고 북한 당국은 한국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니어 지국장은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규모의 스포츠 행사를 개최하기 위한 수년간의 협력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남북관계가 안정될 것이고, 세계 언론과 수백만 관중이 최소한의 제약 속에 자유롭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림의 떡’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사는 북한의 인권 실태가 공동유치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에 따르면, 북한 인권운동가인 수잰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 대표는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는 터무니없는 아이디어이자 비도덕적”이라며 “이런 구상은 북한 주민들에게 일어나는 잔혹 행위에 눈감은 행위이고, 활기찬 국가라는 한국의 이미지도 퇴색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부국장도 “문 대통령은 대북 인식에 관한 한 다른 세상, ‘라라랜드’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WP는 북한이 강제노동을 동원해 올림픽 경기장을 건설할 경우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이주노동자를 혹사시켜 경기장을 건설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카타르보다 훨씬 큰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2016년 북한에 여행을 갔다가 북한 선전물을 훔친 혐의로 체포된 뒤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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