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원순 지운 '성평등도서관'…저서·프로필·액자 다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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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26. 오전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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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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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2층에 위치한 성평등도서관 '여기'의 내부 모습. 도서관에는 한때 비치됐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저서가 모두 사라졌다. 이가람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 시절에 만든 ‘성평등도서관’에서 그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박 전 시장의 저서는 서가에서 사라지고 기증자료 소개와 박 전 시장 프로필 등이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도서관은 박 전 시장이 재임 2기 때인 지난 2015년에 그의 소신을 반영해 국내 최초로 만든 성평등 정책 전문 도서관이다.

朴 작품 성평등도서관,그의 저서 뺐다
지난 21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여성운동 약력을 소개한 '여성운동의 든든한 벗, 원순씨' 액자가 박스에 담긴 채 성평등도서관 세미나실 바닥에 놓여있다. 이가람 기자
25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2층에 위치한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박 전 시장의 저서들을 열람할 수 없었다. 이 도서관에는 박 전 시장의 리더십을 다룬 『경청: 박원순의 대한민국 소통 프로젝트』, 정책 비전을 담은 『박원순, 생각의 출마』, 백두대간 종주기 『희망을 걷다』 등 박 전 시장의 저서 20여권이 비치돼 있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성평등도서관에 그의 저서가 비치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지난 1월 도서관 측은 “주로 여성정책과 관련된 자료들을 보유 중이나 그 밖의 도서도 보유 중이다”며 “성평등도서관 운영지침 ‘자료수집의 원칙’에 따르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21일 기자가 직접 성평등도서관을 찾아 박 전 시장의 저서를 찾아보니 열람이 불가능했다. 도서관 홈페이지 자료검색에는 모두 ‘열람가능’으로 나왔지만, 그의 저서가 있어야 할 서가는 비어 있었다. 안내 데스크에 요청하자 사서와 도서관 관계자는 “관련 저서의 열람과 대출은 모두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한동안 직원들끼리 “자료를 다 빼놨는데 어쩌죠?”라고 대화하는 목소리가 오가기도 했다.

명사기증자로 소개했던 프로필도 삭제
지난 1월 27일 성평등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명사기증자로 소개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프로필. 홈페이지 캡처
도서관 내에 비치됐던 박 전 시장의 여성운동 약력을 소개한 ‘여성운동의 든든한 벗, 원순씨’ 제목의 액자는 박스에 담긴 채 도서관 세미나실 바닥에 놓여있었다. 그가 기증한 성평등 운동 사료 역시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홈페이지에서는 명사기증자로 이름이 등재됐던 박 전 시장의 프로필이 삭제됐다. 개관 당시 박 전 시장은 인권변호사이자 여성운동가로 활동하며 모은 성평등 운동 사료 965종을 도서관에 기증했다. 성평등도서관은 지난 2019년에 ‘사건기록으로 보는 성평등’ 코너를 만들어 박 전 시장이 기증한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 등의 자료를 전시하기도 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명사기증’ 게시판에는 기증자료 목록과 함께 박 전 시장의 사진·학력·경력·주요 저서 등이 기재돼 있었다. ‘명사기증’ 게시판은 최근 ‘단체기증’으로 바뀌었고 박 전 시장의 프로필이 있었던 화면 공간은 빈 여백으로 처리됐다.

올해 초까지 성평등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명사기증자로 소개됐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프로필이 최근 사라지고 게시판의 이름이 '명사기증'에서 '단체기증'으로 바뀌었다. 홈페이지 캡처
“명사 기준 모호하다는 자체 평가에 따른 것”
박 전 시장의 저서가 도서관에서 사라진 이유에 대해 성평등도서관 측은 “연 1회 분야를 특정해 장서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점검 기간에는 해당 분야의 도서들을 서가에서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서를 빼놓은 시기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명사기증자로 소개됐던 박 전 시장의 프로필이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것에 대해 도서관 측은 “2021년 주요 사업 중 하나로 홈페이지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명사’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과 자체 평가가 있어 게시판 카테고리를 시민과 단체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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