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며 성장하는 낭만 베짱이' _하퍼스 보컬 김경수
오래된 우화 속 베짱이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개미들의 걱정 어린 시선 속에서 신나게 노래했습니다. 저러다 추운 겨울이 오면 어쩌려고? 어쩌면 베짱이의 신나는 노래가 끊없이 반복되는 개미들의 노동에 적잖은 위안과 힘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멈추지 않고 흥겨운 노래를 이어 하는 것 또한 소중하고 의미 있는 노동이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신나게 노래해야 합니다. 모두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일만 하는 세상. 상상만 해도 지겹지 않은가요? _출처 방호정의 우리동네 록스타
자신의 공연을 본 사람들이 그 장소와 그들의 음악을 함께 추억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낭만을 이야기하는 보컬 <김경수>님의 시크릿 플레이스를 소개합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에게 본인만의 숨겨진 '시크릿 플레이스'를 소개받는 시간.
일곱 번째 순서는 로커빌리 밴드 하퍼스의 보컬 <김경수>님입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부산 유일,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로커빌리 장르의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3인조 밴드 <하퍼스>의 보컬 '김경수'입니다.
매주 크고 작은 축제와 공연장에서 관객과 함께 흥청망청 춤추며 신나게 노래하는, 부산 지역에 서식하는 로큰롤 베짱이들, 3인조 로커빌리 밴드 '하퍼스'를 만나보았다. HOPPERS 라는 팀 명은 베짱이를 뜻하는 'Grasshopper'에서 따왔고, 'Hopper'는 '춤추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춤추기 딱 좋은 음악을 지향하는 팀명에 잘 맞는다고 생각해 HOPPERS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연주하는 로커빌리(Rockabilly) 장르는 1950년대에 미국에서 가장 유행한 음악 장르로, 흑인의 리듬 앤드 블루스(R&B) 형식과 멜로디에 백인의 컨트리 리듬이 합쳐진 음악이고, 대표적인 뮤지션으로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버디 홀리(Buddy Holly) 등이 있다. 쉽고 신나는 리듬,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듣는 사람뿐만 아니라 노래하고 연주하는 사람도 모두 함께 신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한다. 역시 하퍼스의 공연에선 무대와 객석이 따로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매번 신명나는 춤판이 벌어진다. 음악에 취해 신나게 연주하는 밴드의 흥에 관객은 대책 없이 전염되는 듯하다. 과연 훌륭한 베짱이들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로큰롤이라면 음악 속에 저항의 메시지 같은 걸 듬뿍 끼얹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갑갑한 세상 속에서 우리 음악을 통해 남녀노소 구별 없이 해방감을 느끼며 함께 춤추는 행위 자체가 자유로운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그들은 얘기한다. - 국제신문 방호정의 우리동네 록스타 중 발췌 -
Q. 최근에 KBS 오디션 프로그램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가수'(이하 새가수) 출연하셨잖아요!! 어떠셨나요?
A. 네. 서울-부산 왔다 갔다 하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저희 멤버들은 3명 다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일하랴 음악 하랴 서울 가서 방송하랴 너무 바빴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처음부터 목표로 삼았던 3라운드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뤄서 기분이 좋아요. 방송 덕분에 저희 팀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게 되었고요. 특히 '새가수'를 통해서 음악 하는 동료, 형, 누나, 동생들을 새롭게 알게 되고 친해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인 것 같아요.
Q. 무대 너무 멋있었어요. 더 번창하시길 기도합니다. 근데 여긴 어디인가요?
A. 여기는 제가 일하는 곳. 바로 영도에 있는 부산체육고등학교입니다.
Q. 체육 선생님이셨군요. 선생님. 반갑습니다. (하하) 잘 부탁드립니다.
A. 갑자기 태도 전환하시네요. 착하고 친절한 선생님이니 걱정 마세요.
Q. 그럼 밴드 하면서 일하시는 거네요? 아니지, 일하면서 밴드를 하는 건가?
A. 부산에는 대부분 생업을 따로 가지고 있는 뮤지션이 많아요. 저도 특별한 건 아니고요. 그냥 직업이 선생님일 뿐이에요. 어려서 'GTO'라는 만화를 엄청 좋아했었고 거기 나오는 선생님같이 멋진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다행히 그 꿈을 이뤄서 이렇게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음악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공중파 방송에도 나오고,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이네요.
Q. 네 그럼 이곳이 경수 님의 시크릿 플레이스인가요?
A. 당연히 여긴 아니죠! 오늘 갈 곳이 많습니다. 저를 따라와 보시죠. 일단 제가 진짜 비밀 맛집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Q. 오 기대해 볼게요!!
Q. 설마... 그냥 밀면 집인 건가요?
A. 그냥 밀면이라뇨. 일단 드셔보시고 말씀하시죠. 사장님!! 물밀면 2개랑 만두 하나요!!
Q. 흠... 비주얼만 봤을 때는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는데요.
A. 사람들이 밀면에 대해 굉장히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부산 사람으로서 돼지국밥과 밀면은 진정한 쏘울푸드라고 생각해요. 밀면 육수가 제 혈관에 흐르고 있고, 밀면 면발은 마치 제 신경 줄기처럼 느껴집니다. 이 집은 면과 육수가 어우러져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곳이에요. 한 입 들이켰을 때 모세혈관까지 시원함과 짜릿함이 퍼져나갑니다. 깔끔하고 질리지 않아요. 이 집 정말 강추합니다!
Q. 오! 먹어보니 진짜 맛있네요. 밀면도 맛있지만 저는 만두가 완전 제 스타일인데요?!!
A. 그렇죠. 직접 빚은 만두에요. 이 만두는 먹는 방법이 있어요. 만두가 크기 때문에 살짝 쪼개서 식힌 다음, 양념장을 살짝 안에 발라서 한입에 드시면 됩니다. 한 번 알려준 대로 드셔보시죠!
Q. 이 장소와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 같은 건 없나요?
A. 최근에 KBS 새가수 프로그램 2라운드에서 콜라보레이션 미션을 수행했어요. 거기서 저희가 선택한 뮤지션 '류정운'님이 부산에 왔을 때 이 집에 함께 왔어요. 그때 밀면과 만두를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2라운드에서 저희 팀이 승리를 거두고, 결국 마지막에 '류정운'님이 우승까지 거머쥐었죠. 이 집이 그런 집이에요! 복을 주는 집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그때 촬영에 비해 방송 분량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오늘 인터뷰하는 건 나가는 거 맞죠?
Q. 당연하죠! 저는 류정운 씨 엄청 팬이에요! 여기 왔다 가셨군요.
A. 다음에 부산 내려올 때도 함께 오시기로 했습니다.
Q. 그렇군요. 너무 음식 얘기만 한 것 같은데 음악 얘기 좀 하시죠!
A. 그건 또 다른 장소에서!! 다 먹은 것 같은데, 일어나시죠!!
Q.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군요. 알겠습니다.
A. 네 따라오세요. 배도 부른데 슬슬 걸어가면 얼마 안 걸립니다.
Q. 와 여기 진짜 풍경 좋네요!! 여기 자주 오시나요?
A. 학교 바로 앞이니까. 자주 산책 나옵니다. 여기가 주로 저의 음악적 영감을 얻어 가는 진정한 시크릿 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죠.
Q. 그럼 이 장소에서 만든 노래가 있을까요?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A. 하퍼스가 작년에 발매한 싱글 앨범 <시선>을 여기서 만들었죠! 출퇴근하면서 항상 영도 흰여울길을 지나서 중리항 쪽으로 오는데, 그날따라 하늘과 바다가 너무 이쁜 거예요. 그리고 어느 특정스팟에서 딱 하늘과 바다가 반으로 갈라져서 눈으로 들어오는데, '아 하늘과 바다는 서로 나누어져 있는데 닮아있구나' 하고 생각을 하다가 악상이 떠올랐어요. 가사를 보면 Sea 와 Sun 이 나오는데 바다와 태양, 영어로 읽으면 '시-선'이 되죠. 친구의 사진관 이름도 '시선(시간을 담아 선물하다)'이거든요. 여러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는 노래입니다. 많이 들어주세요!
Q. 노래 상큼하니, 너무 좋군요. 오늘 날씨와 풍경과 너무 잘 어울려요. 경수 님은 부산에서 활동하시면서 느끼는 장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부산에 여기 중리항같이 숨겨진 명소들도 많지만 유명한 곳도 많지 않습니까? 그런 곳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외부 지역 사람들도 많이 놀러 오는데, 그런 곳에서 공연하면 저희 음악을 많이 알릴 수 있게 되죠. 관광객들은 저희의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서 나중에 그 장소와 우리의 음악을 함께 추억하게 되겠죠. 낭만적이지 않나요?
그리고 부산에 행사와 축제가 많기 때문에 우리 음악을 알릴 기회가 많은 것이 장점이에요. 하퍼스 음악이 신나고 남녀노소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코로나 이전에는 공연을 참 많이 했었는데 말이에요. 빨리 다시 공연하고 싶어요!
Q. 저도 공연 빨리 보고 싶네요. 경수님은 선생님으로 일도 하시면서 음악을 하잖아요. 굉장히 바쁘고 힘들 것 같은데 계속 음악을 하는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A. 생업을 가지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아요. 사고 싶은 악기도 살 수 있죠. 다만 할부로 사야 하지만. (하하) 어쨌든 생계유지가 되니까 안정적으로 음악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하지만 음악 활동에만 집중할 순 없다 보니 에너지 분배가 어려운 건 사실이죠. 여유가 있어야 작곡을 하는데 첫 발령을 받고 일을 시작했을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차츰 나아지고 있어요.
제 음악 활동의 원동력은 '성장'인 것 같아요. 호랑이는 죽으면 가족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잖아요? 예술가는 죽으면 작품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퍼스 활동을 하면 저의 발자취를 세상에 남긴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네요. 음악을 하면 할수록 계속 성장하는 것 같아요. 끝이 없죠. 현재도 기타 레슨받아요. 점점 나아지는 제 모습에서 만족을 느낍니다.
Q. 그렇군요. 벌써 마지막 질문이에요. 부산 문화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부산 뮤지션과 관계자들이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접근성과 노출도가 더 좋아져야 하겠죠. 그렇게 되도록 뮤지션들과 관계자들이 더 노력했으면 합니다. 문화예술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줘요. 지역 문화를 지역민들이 더 즐길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갑시다!
'스포츠 리터러시'라는 용어가 있어요. 스포츠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즐기는가에 대한 능력 즉 '스포츠 향유 능력'을 뜻하는 용어에요. 운동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중계를 보고 즐기고, 분석하고, 해설하고, 관여하는 모든 것들이 스포츠에 속합니다. 문화예술 또한 마찬가지예요. 직접 하지 않더라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조금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요!
Q. '아트 리터러시'가 높아져야겠군요!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진짜 마지막으로 홍보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번 해주세요!!
A. 하퍼스가 출연한 '새가수 시청률이 별로 안 높아서 아쉬워요. 동영상이라도 많이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퍼스 앞으로도 많이 관심 가지고 사랑해 주세요!
*성장을 돕는 자신만의 공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여러분들의 영감의 공간을 기다립니다.
김경수 @rockabilly_kim
하퍼스 @rockabillyhoppers
SP. 중리항 산책로
A. 부산 영도구 중리남로 2-15
O. 24시간 운영, 연중무휴
글. 사진. 이광혁
* 본 글은 (재)부산문화재단의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쇼플렉스와 함께 제작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