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람 외과 교수
[ 이지현 기자 ] “대장암이 복막까지 전이된 환자는 치료 초기부터 복강 내 온열화학치료인 하이펙 등 다양한 치료방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4기 대장암 환자에게 외과는 물론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 의료진이 모여 진료하는 다학제 진료가 효과적인 이유죠.”
국내에서 대장암 환자 치료에 하이펙을 활용하는 의료기관은 십여 곳에 불과하다. 시술이 힘든 데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종양감축수술을 포함한 하이펙 시술은 9~10시간 정도 걸린다. 일반적인 대장암 수술을 6~7번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항암제를 고온으로 높이면 기화돼 시술하는 의료진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장갑, 마스크, 고글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시술한다. 김 교수는 “이전에는 복막전이암이라고 하면 제대로 식사도 못 하고 항암제 치료도 못 받고 사망하는 질환으로 생각했다”며 “최근에는 생물학적 항암제가 많이 개발되고 하이펙 등의 치료가 활용되면서 장기 생존하는 환자도 많다”고 했다.
국내 대장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식습관이 바뀌면서다. 대장암은 환경 요인(90%), 유전 요인(5~10%) 등의 영향으로 생긴다. 육류를 조리할 때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이 나온다. 육류를 많이 먹고 식이섬유 섭취가 줄면 대변이 장을 통과하는 속도가 느려져 대장 점막이 발암물질에 오래 노출된다. 이 때문에 대장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장암은 암 덩어리와 함께 암이 주로 퍼지는 경로인 임파선을 절제해 치료한다. 1~3기는 주로 수술을 먼저 하지만 일부 국소 진행성 직장암이나 4기 대장암은 다학제 진료로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대장암은 간이나 폐로 전이돼도 수술할 수 있으면 5년 생존율이 30~40%에 달한다. 수술을 못 하는 대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0% 미만이다. 일부 환자는 항암 치료 등을 통해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기도 한다.
4기 대장암 중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가 복막전이 환자다. 4기 대장암의 5~10% 정도다. 혈관으로 항암제를 전달할 수 있는 장기와 달리 복막은 항암제가 잘 도달하지 못한다. 복막까지 항암제를 전달하려면 용량을 늘려야 하는데 이 경우 전신 합병증 위험이 높아져 사망률이 올라간다. 종양감축수술과 하이펙 시술을 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4기 대장암은 어떤 치료 방침을 정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치료 결과가 달라진다”며 “충수암 천공으로 복막전이된 환자에게 다학제 진료로 항암 치료와 하이펙 치료를 병행해 2년째 재발 없이 치료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암 환자가 외과로 가면 주로 수술 치료를, 종양내과로 가면 항암제 치료를 하게 된다. 그러나 다학제 진료를 하면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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