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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재환이 그려낼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아더.
editor 안소윤 photographer 장호
이재환의 에너지는 마치 ‘등대’ 같다. 연습할 때는 동료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어두운 무대 위에서는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서울 앙코르 공연을 앞둔 이재환은 따뜻하면서도 용맹한 ‘아더’의 탄생을 예고했다. 뮤지컬 <체스><햄릿><타이타닉><잭 더 리퍼><드라큘라>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열연을 펼쳐온 그가 오랜만에 무대를 준비한 소감을 밝혔다.
2년 만에 뮤지컬 <엑스칼리버> 앙코르 공연 ‘아더’로 돌아왔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굉장히 좋은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고 몹시 설렙니다. 공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니 살짝 떨리기도 하지만 열심히 연습한 것들을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제가 이 작품을 세 번이나 봤어요. 소화하기 힘든 장면들도 눈에 들어왔지만 배우로서 보여드리고 싶은 부분도 많은 작품이더라고요. 연습에 합류한 첫날부터 지금까지 이재환만의 강점과 포인트를 찾아가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앳되고 순수한 소년의 모습도 좋지만 진중하면서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거든요.
최근 공개된 캐릭터 포스터를 보니 배우 개개인의 개성이 드러나 있더군요. 이재환이 생각하는 ‘아더’는 어떤 인물인가요.
일단 ‘빅스’의 켄과는 다른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아더는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인물이예요. 드라마틱한 사건, 여러 어려움과 시련을 겪으면서 책임감과 통찰력까지 겸비하게 되죠.
가요와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의 발성에 큰 차이가 있잖아요. 이 작품의 경우 아더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하기에 더욱 신경이 쓰일 것 같아요.
안무와 노래를 동시에 하는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여겼었는데 뮤지컬에서는 저 혼자 무대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정확한 동작과 안정적인 가창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특히 이 작품은 뛰어다니면서 부르는 노래도 있거든요. 나도 모르게 호흡을 많이 쓰게 되면서 흔들릴 때가 있었는데 그래서 호흡량을 늘리는 연습을 꾸준히 했어요. 연습이 끝나면 운동도 부지런히 했고요.
빅스의 켄은 팀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죠. 매번 뮤지컬 무대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서 놀라울 때가 많아요.
그룹으로 활동할 때는 멤버에게 애교도 부리고 팬들에게 애정 표현도 서슴지 않았어요. 뮤지컬 배우로서의 이재환은 굉장히 진지한 편이라고 할까요. 연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제 방이 연습실인 것처럼 계속 리마인드를 하거나 부족한 장면을 되짚어보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거든요. 이 장면에서 감정이 조금 부족한 게 아닐까. 반대로 너무 과장한 게 아닐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실수를 했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 편인가요.
지치고 피곤할 때도 있지만 공연을 완벽히 마치고 나면 이 감동과 뿌듯함은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어요. 공연을 한 번 하고 마는 게 아니라 많게는 스물 다섯 번 정도 하는데,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물론 무대 위에서 실수한 적도 있죠. 전에 해보지 않은 것들을 새롭게 시도하다가, 그리고 컨디션이 좋아서 ‘오늘은 무대 위에서 한번 날아볼까’ 했다가… 실수는 순식간이라 긴장의 끈을 늦출 수는 없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아, 왜 틀렸을까.’하고 자책을 하기보다 빨리 잊고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에요.
<엑스칼리버>의 아더와 스스로가 비슷한 점이 있나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요. 아더는 자신의 힘이 부족한 걸 알면서도 ‘나는 꼭 사랑하는 이들을 지킬 거야.’하며 스스로를 계속 다독여요. 저도 그래요.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셨는데 저는 여전히 그분들이 저를 보고 계시고, 지켜 주신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가족 역시 옆에서 늘 힘이 되고 응원해주고요. 그렇기에 가족들에게 하는 사랑 표현 만큼은 아끼고 싶지 않아요.
연습 시간 확보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고 들었어요. 하루 연습량을 정해두고 시작하는지 궁금합니다.
미리 정해두는 건 없지만 일정과 상관없이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연습해요. 실전에서 실수하지 않으려면 연습 밖에 없거든요. 오늘은 몇 시간, 내일은 몇 시간이 아니라 아쉬운 점, 부족한 점을 끊임없이 찾아서 무한 반복 연습해요. 연습 시간이 아니더라도 가만히 혼자 있다가도 어떤 장면이 딱 떠오르면 MR을 켜고 바로 넘버를 부르죠. 앙코르 공연이어서 다른 배우들은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친 상태지만 저랑 성규 형, 케이는 뒤늦게 합류했잖아요. 효율적으로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어요.
이번에 합류한 배우들끼리 서로 의지가 되어줄 것 같아요.
맞아요. 힘이 되고 의지가 되죠. 연기할 때도 불편한 것들을 물어보고 체크하며 호흡을 맞춰 나갔어요. 어려운 일 있을 때마다 모든 선배님과 스태프분들이 제 일처럼 나서서 해결해주시고요. 제가 너무 긴장하거나 진지해지면 성규 형이 귀엽다며 장난을 치세요. 암튼 굉장히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무대에 오르기 전 긴장을 이겨내는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저는 공연 시작 전 모든 대기실을 돌아다니며 선배님, 동료들과 인사를 나눠요.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고 무대에 오르면 팬분들과 관객분들을 보며 살아있음을 느끼죠.
재환 아더의 음색을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넘버는 무엇인가요.
두 곡이 떠오르네요. 하나는 첫 등장 씬에서 부르는 ‘언제일까’, 또 하나는 ‘왕이 된다는 것’입니다. ‘언제일까’는 이재환이 지닌 팝적인 요소를 보여드릴 수 있는 곡인데 선배님들께서도 잘 어울린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왕이 된다는 것’은 성악 발성처럼 단단한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많이 연습한 곡이에요. 아직은 완벽하게 성악 발성을 소화할 수 없지만 가사 하나하나를 음미하면서 노래를 부르면 신기하게도 묵직한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성악을 전공한 선배님들을 통해 배워나갈 수도 있을 텐데요?
안 그래도 (손)준호 형님께 많이 배웠습니다. 하하.
그렇다면 이재환이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무엇인가요?
‘내 앞에 펼쳐진 이 길’이요. 가사가 너무 와 닿아요. ‘내 안에 불타고 있는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까’라는 부분을 부를 때 아더가 자신의 분노를 다스릴 수 있을지 생각하지만 사실 아더에게만 해당되는 의미가 아니잖아요. 관객분들이 충분히 공감하실 거라 생각해요. 노래에 기승전결이 있어서도 좋아요. 초반에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맞을까.’라는 의구심에서 시작되어,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내 앞에 펼쳐진 이 길 오라. 나의 운명아, 가장 거대한 저 바위 정복하러.’ 비장하게 마무리되죠. 관객분들 모두 이 넘버를 통해 긍정적인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무대에 올랐을 때 가장 기대되는 장면은 어디인가요.
세 가지 장면이 떠오르네요. 첫 번째로는 장난기 넘치는 순수한 아더를 보여주는 넘버 ‘찬란한 햇살’을 부를 때 저의 귀여움을 보실 수 있고요(웃음). 검술 전쟁터에서 칼을 들고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검이 되게 무겁거든요. 제가 평소 열심히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무리 없이 멋있게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는 기네비어를 떠나 보내는 장면이에요. ‘오래전 먼 곳에서(Reprise)’라는 곡을 통해 슬프면서도 아련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더를 좀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나요.
저는 여러 왕들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봤어요. 당시 있었던 일들을 찾아보고 그러한 상황에서 나라면 어땠을지, 왕이 백성들을 다스리면서 어떤 생각이 했는지 이해하고 싶었어요. 공부할 수록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아더가 엑스칼리버를 뽑았을 때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 왕이 탄생했다’ 축하해 주잖아요. 그러면 아더가 즐거워하고 ‘열심히 하겠다’며 다짐도 하고요. 하지만 똑같이 대치되는 맨 마지막 장면에서 아더가 검을 꽂으러 갈 때는 곁에 아무도 없어요. 이 장면을 연기할 때 심정이 어땠나요.
아더가 랜슬럿 형을 잃고 나서 앞으로 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이때 숱한 백성들의 죽은 모습을 상상해요. 뒤를 돌아봤을 때는 죽었던 사람들이 일어나서 환생하는 것처럼 나가는데 이 장면에서는 ‘내가 잘하든 못하든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될 수 없고 다 영원할 수는 없구나.’라는 마음이에요. 처음에는 사람들 곁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의 외로움과 슬픔을 느끼게 되죠.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두 명씩 떠날 때의 슬픔이 생각나서 특히 이 신을 연기할 때는 몰입도가 극대화되는 것 같아요.
올 한 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 첫걸음으로, 빈틈없는 실력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뮤지컬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면서 다양한 장르의 연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뮤지컬이 사실 어렵잖아요. 노래, 연기, 안무 삼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하니까. 어떻게 보면 필라테스랑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어떤 면에서요?
뮤지컬 역시 속부터 알차게 채워나가야 완성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속부터 채워나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기다려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만약 하고 싶은 일을 찾으셨다면 희망을 품고 꼭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겁이 나고 부담될지라도 인생의 방향이 어떠한 긍정적인 곳으로 데려다줄지 모르니까 용기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뮤지컬 <엑스칼리버–서울 앙코르>
기간 2022년 1월 29일–2022년 3월 13일
시간 화·목 19:30|수 14:30 19:30
금·토·공휴일 14:00 19:00|일 15:00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가격 VIP석 15만원 | R석 13만원 | S석 10만원 | A석 8만원문의 02-6391-6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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