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여성혐오 정서에서 비롯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경쟁자인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경기도지사는 얼굴로 일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전형적인 여성혐오”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연 후보는 지난 2일 <와이티엔>(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를 향해 “아무래도 대변인이라고 언론에 많이 알려지신 분”이라며 “경기도지사는 입으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얼굴로 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실력과 진정성, 국정과 경제 운영의 경험들이 포함돼서 경기도민과 경기도를 위한 일꾼을 뽑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김은혜 후보가 남성이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여성혐오적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여성이 어떤 전문성이 있고 어떤 커리어를 쌓아왔든 결국 외모를 언급하는 것은 전형적인 여성혐오 정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김동연 후보가 스스로 정책적 자질이 있다고 하면 김은혜 후보의 외모 언급 대신 공약을 비판하며 자신을 부각하는 게 옳다”고 했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특히 여성 정치인에게 그의 정책이나 공약보다 외모, 의상에 대해 말하는 태도는 정치권에서 매번 반복됐다”며 “당이나 캠프 내에서 성평등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동연 후보 캠프의 이경 대변인은 “앞서 김은혜 후보의 인지도에 대한 질문이 나와 그에 대한 답변을 한 것이다. ‘얼굴’은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라 유명세를 의미하는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소속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는 당에서 실시하는 성평등 교육을 이수하게 돼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선대위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더불어 평등한 언어사전’을 배포했는데, 여기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외모에 대한 발언은 실례”라고 나와 있다.
결국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 환경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 사무국장은 “김동연 후보의 발언은 그런 말을 해도 되는 문화라는 남성중심적 생각이 있어서 은연중에 나온 것 같다”며 “권력형 성범죄에만 초점을 맞추고 몇 시간짜리 성평등 교육을 강제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환경 자체를 성평등하게 구성해야 한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정당·캠프 내 고위직 여성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은혜 후보의 대처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은혜 후보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여성 정치인이지만 ‘여성’임을 강조한 적도 없다. ‘여성’으로서 가산점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받지도 않았다. 오직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했다”고 썼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여성 가산점 제도나 할당 등은 여성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성차별적인 사회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