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나멘

clin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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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고대의 철학자 루크레티우스가 도입한 용어로, ‘기울어져 빗겨감 혹은 벗어남’을 뜻한다.

고대 자연철학의 용어로, ‘기울어져 빗겨감 혹은 벗어남’을 뜻하는 ‘편위’로 번역된다. 에피쿠로스학파에 속하는 철학자 루크레티우스가 허공 속에서 원자들의 운동을 통해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고 변화가 일어나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하였다. 루크레티우스가 우주 속에서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이 개념은 이후 현대에 들어와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활용되었다.

현대적 해석

미국의 문학비평가 해럴드 블룸(Harold Bloom)은 그의 책 《영향의 불안》에서 작가들이 그들의 선배작가들로부터 받을지 모르는 영향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로 이 용어를 사용했고,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차이와 반복》에서 클리나멘의 영향을 받는 원자들의 상호의존성을 비판하고 서로 독립적이고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원자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러시아 출신의 벨기에 화학자 일리야 프리고진(IIya pregogine)과 벨기에의 철학자이자 화학자 이사벨 스텐저스(Isabelle Stengers)는 《카오스로부터의 질서》에서, 허공 속을 빗방울처럼 평행하게 수직으로 낙하하던 원자들이 기존의 운동에서 비켜가고 벗어나면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클리나멘을 정의하고, 클리나멘이 새롭고도 예측할 수 없는 자기조직의 패턴을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고정되고 변화가 불가능한 플라톤의 이데아적 자연관과 달리 창조성의 조건이자 생성의 과정이라는 생각으로까지 발전한 것이었다.

또한 들뢰즈는 《의미의 논리》에 실린〈루크레티우스와 시뮬라크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클리나멘을 직선운동에 대하여 우연히 일어난 사선운동이라는 기존의 정의 대신에, 원자들의 운동에 처음부터 내재되어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즉 이 운동이 다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일어날 뿐이라는 것이다.

이 개념은 양자역학의 개념 가운데 하나인 양자요동(quantum fluctuation)과도 연관시켜 이해할 수 있는데, 공간의 특정 지점에서 에너지의 양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가 균형과 평형상태에 있는 기존 질서에 무질서를 초래하는 것으로 일종의 엔트로피를 생산한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는 그의 ‘우발성의 유물론’ 또는 ‘마주침의 유물론’을 발전시키면서 에피쿠로스적 자연관인 '클리나멘' 개념을 유물론으로 전유하였다. 즉 평행으로 낙하하는 원자들의 세계에서는 새로운 사건이나 변화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원자들의 마주침의 운동이자 다수성을 생산하는 클리나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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