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할 항공기 없어 부절이 공격받는다"
한·미 공군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연합 편대종합훈련을 했다. 북한은 지난 8일 남북 장성급 회담 북측 대변인 명의를로 이 훈련을 문제삼더니 이어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등 대외선전매체를 총동원해 끈질기게 공군 연합훈련을 비난하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집요한 이유는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지난 4일과 9일 단거리미사일을 동원해 실시한 화력 타격 훈련을 정당화하기 위해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한미 연합공군훈련을 트집 잡는다는 얘기다.
동시에 북한의 ‘대를 이은 트라우마’라는 분석도 있다. 전직 군 고위 관계자는 “6·25 전쟁 당시 미군의 압도적인 공군력을 경험했던 북한으로선 이참에 대규모 연합훈련만이 아니라 한미 연합공군훈련까지 중단시키려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공군은 최근 스텔스기인 F-35A와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피스아이)를 들여오며 전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다”며 “하지만 북한은 1990년대 후반 경제난으로 인해 막대한 돈이 드는 공군 전력의 증강과 유지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니 공군 연합훈련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6·25 전쟁 당시 북한이 경험했던 ‘미 공군 트라우마’는 김일성 주석이 1950년 10월 1일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편지에 생생하게 등장한다. 본지가 입수한 당시 편지에서 김일성은 ”적(연합군)은 약천(1000)대의 각종 항공기로 매일 주야를 구분하지 않고 전선과 후방할 것 없시(이) 마음대로 폭격을 부절이(끊임없이) 감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북한군)의 편으로부터는 그를 대상(상대)할 항공기가 없는 조건하에서 적들은 참으로 공조의 위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적의 항공기들은 교통, 운수, 통신기관들과 기타시설들을 마음대로 파궤(파괴)하며 적들의 기동력이 최대한도로 발위(발휘)되는 반면 우리 기동력은 약화 마비되고 있다”며 “적군이 38도선 이북을 침공하게 될 때에는 약속한 바와 갓치(같이) 중국 인민군의 직접 출동이 절대로 필요하게 된다”고 마오쩌둥에게 요청했다.
6·25전쟁 이후 반세기 이상이 흘렀지만 공군력에선 당시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벌어졌다. 현재 미국은 스텔스 전투기 F-35에 핵폭격기 B-52 등으로 평양을 불바다로 만들 전력을 갖추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미국에 도발할 때 백악관이 분노를 드러내는 카드로 사용했던 게 전략 폭격기의 한반도 출격이었다.
정용수ㆍ백민정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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