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기4구역 뇌물받은 전 조합장 구속에도 '불공정계약'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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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3.05. 오후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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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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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전 조합장 비리로 22년간 사업이 중단된 서울 동대문구 제기제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원들이 정비업체 D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제기4구역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288번지 일대로 1997년 재개발사업을 추진, 2006년 조합설립 인가가 났다. 조합원 수는 384명이다. 2009년 관리처분 인가를 받았지만 전 조합장 이모씨가 제기한 조합설립 무효소송으로 2013년 사업이 중단됐다.

이씨는 수사 결과 조합설립을 취소시킨 뒤 2016년 직접 조합장이 돼 뇌물수수와 횡령, 배임 등을 주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문제는 이씨와 관련있는 정비업체 D사가 여전히 제기4구역 사업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4일 <머니S>가 입수한 서울북부지검 공소장을 보면 이씨는 D사로부터 2014년 8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약 37회에 걸쳐 4억1900만원의 현금과 수표를 건네받았다. D사의 '정비사업 전문관리업 등록증'을 보면 관련면허를 발급받은 건 2015년 5월28일이다. 제기4구역은 3차례 입찰공고를 냈다가 입찰자가 없자 2016년 단독 수의계약으로 D사를 선정했다.

조합 관계자는 "D사가 면허를 등록하기 전인 2014년부터 전 조합장과의 뇌물공여가 이뤄진 것으로 구속 확정판결이 난 상태인데 같은 업체와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제기4구역
/사진제공=제기4구역
계약내용도 문제가 됐다. 제기4구역은 2017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됐다. 계약서에 따르면 사업비가 ㎡당 1만1900원으로 명시된 것과 별도로 특별건축구역 지정과 관련한 추가 용역비가 일반분양가에 4.85%를 곱한 금액으로 청구됐다.

조합 관계자는 "기본계약상의 1만1900원도 다른 조합의 평균단가보다 높지만 특별건축구역이라 사업비가 비싸구나 생각하며 사업이 빨리 진행되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다른 재개발사업 용역비 계약단가를 보면 영등포 모구역 ㎡당 9751원, 은평구 모구역 ㎡당 5220원, 성북구 모구역 ㎡당 7607원, 마포구 모구역 7960원 등이다. 동대문구 다른 재개발사업의 용역비도 ㎡당 1만1127원 수준이다.

조합원 추산 결과 84㎡ 기준 일반분양가에 4.85%를 곱해 추가 용역비를 지급할 경우 D사에 내야 하는 돈은 통상 용역비의 9배에 달하는 약 146억원이다.

D사는 조합 측에 뇌물공여와 관련 형사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업인가를 관할하는 동대문구 관계자는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인 사건으로 유죄를 확정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며 "조합장 직무대행을 선임하는 과정이고 총회의결을 통해 업체를 변경하면 된다"고 말했다. 불공정계약 논란에 대해서는 "정비업체와 조합간의 민사적 계약"이라고 말했다.

<머니S>는 인터넷에 나온 D사 정보를 이용해 두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부재 중으로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조합원 123명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서울북부지검 등에 성명을 전달했다. 불공정한 계약서 조항을 변경해달라는 내용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당초 시공계약을 맺었던 현대건설도 피해를 입었다. 특별건축구역 지정으로 조합은 시유지 일부를 양도받아 현대건설 측에 변상과 불하계약금 명목의 약 35억54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실제 이 돈은 조합회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전직 조합간부의 급여나 차량구입비 등으로 사용됐다고 조합원들은 주장했다. 금액은 1억6000만원 상당이다. 현대건설은 시공계약을 해지한 상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피해금액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 중이고 오는 21일 1심 재판이 열린다"고 밝혔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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