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320 가구’는 오늘도 연탄을…‘연탄 지원’의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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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17. 오후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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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우리네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줬던 연탄. 하지만 기름보일러, 도시가스 등이 보급되면서 이젠 자취를 감춘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전국 가구 중 0.4%가 아직도 연탄을 쓰고 있습니다. 고층빌딩과 고급아파트가 즐비한 서울 강남구에서조차 여전히 320가구가 연탄불로 난방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 연탄사용 줄고 있긴한데…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의 8만1721가구가 연탄을 쓰고 있습니다. 연탄 사용가구는 2년전보다 18.6% 줄었는데요, 통계 집계 이후 10만 가구 아래로 줄어든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연탄사용가구가 크게 줄어든 데에는 크게 4가지 요인이 작용했다고 하는데요.

①도시개발에 따른 달동네, 슬레이트집 등의 주거환경 변화
②도시 재개발에 따른 이사
③건강악화로 인한 요양원 입원
④고령층 사망

그렇지만, 여전히 8만 가구 이상은 연탄을 쓰고 있습니다.

먼저 수도권의 상황을 들여다볼까요. 서울에선 총 1,773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연탄사용가구가 가장 많은 동네는 노원구(616가구)였습니다. 그다음으로 강남구(320가구), 성북구(227가구), 관악구(133가구), 서대문구(98가구)가 뒤를 이었습니다.

경기도에선 파주시(685가구), 연천군(580가구), 포천시(473가구) 순으로, 인천에선 동구(247가구), 미추홀구(161가구), 강화군(109가구) 순으로 연탄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상황은 더 열악합니다. 경상북도의 연탄사용가구는 2만7,894가구로 지자체 중 가장 많았는데, 이는 서울보다 16배 더 많은 수준입니다. 경북과 강원, 충북의 연탄사용가구를 합하면 5만2,911가구로 총 연탄가구 수의 약 65%를 차지합니다.


■ “그 집엔 전화가 없어요”…대부분 소외계층

취재진은 연탄 사용 가구를 소개받았습니다. 주소만 건네받은 탓에 해당 가구의 연락처를 알고 싶어 관련 기관에 문의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그 집엔 전화가 없어 직접 연락이 안 된다”였습니다.

실제로 전체 연탄사용가구 중 84%가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가구 혹은 독거노인‧장애가정입니다. 특히 연탄사용 가구 1, 2위를 다투는 경북, 강원지역의 경우 1인당 개인소득이 낮고 노령화 지수는 가장 높습니다.

대부분의 연탄 사용 가구는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산간벽지, 달동네 등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작 저렴한 도시가스는 쓰지 못하고 있는겁니다.

연탄 가격은 매년 오르고 있습니다. 연탄 1장당 가격은 2009년 500원이었는데, 한 동안 이 가격이 유지되더니 최근 몇 년사이 급격히 올라 지난해 800원까지 뛰었습니다. 약 10년 만에 60%가 오른 셈이죠.

산업통상자원부는 연탄 생산자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해왔는데, 이 지원금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연탄 가격은 올랐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연탄 기부와 봉사가 급감하면서 연탄 지원을 받기도 어려워졌습니다.


■ 연탄 지원의 딜레마…에너지 전환 지원 필요

연탄값 상승이 문제라면, 정부가 연탄사용가구에 대한 연탄 지원을 더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대답은 'No'입니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탄소 중립 논의가 심화하는 가운데 연탄의 원료인 석탄 소비를 늘리자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지원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임재민 /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총장
"단순히 연탄을 지원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연탄 보급을 통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주거환경 개선 등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거죠.

다시 차가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빈곤층의 에너지 전환에 대해 종합적인 점검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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