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간 보고 튀기' 논란…담배값 인상 발표자, 초고속 인사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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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03. 오전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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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란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이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담배 값 인상을 알린 담당자가 발표 뒤 곧장 연수를 갔다고 나타났다. 이를 두고 '간튀'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는 공무원 인사 발령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이스란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이 포함돼 있었다. 이번 인사에 따라 이 국장은 이달 1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연수를 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간튀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 최근 이런 행위를 '간 보고 튄다'는 문장의 앞 글자 따 간튀라고 부르고 있다.

이스란 국장이 건강정책국장으로 임명된 건 다름 아닌 지난해 10월 15일인 까닭이다. 건강정책국장으로 임명된 지 고작 3개월 만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파견되는 일은 거의 없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담배값 인상이 이번 인사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 인사 발령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브리핑에서 담배값 인상을 발표한 사람이 다름 아닌 이스란 건강정책국장이었던 까닭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고위공무원 가운데 훈련대상자 선발 자격 요건 및 인사 운영 상황 등을 고려하여 선발했다"고 밝혔다. 이스란 국장은 여러 차례 연락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인사혁신처는 코로나 시국인데도 고위·과장급 국내외 장기 연수 수요 조사에 착수해 지난달 각 부처별로 추천을 받았다고 드러났다. 1천만 원이 넘는 예산까지 투입되는 연수다. 이스란 국장은 이 명단에 포함된 셈이었다.

지난달 27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제5차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 뒤 큰 논란이 일었다. 정부가 담배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을 세계보건기구(WHO) 평균 수준으로 인상할 계획이 있다고 발표한 까닭이었다. 보건복지부는 흡연율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10년 내 담배 값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약 8천 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란 국장은 "현재 OECD 평균 담배 1갑당 7달러다. 우리나라는 4달러 정도다. 10년 계획으로 담배 값을 올리겠다는 게 정책적 목표다. 10년 안에 구체적으로 담배 값에 포함된 증진부담금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구체적으로 언제, 얼만큼 올릴지는 정하고 있지 않지만 10년 진행하면서 또 상황을 봐가면서 구체적인 시기와 부담 폭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여론은 거세게 반응했다. 더군다나 박근혜 정부 시절 담배 값 인상을 반대했던 게 문재인 대통령이기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초 자신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 담뱃값 인상에 대해 "담배는 우리 서민들의 시름과 애환을 달래주는 도구인데 그것을 박근혜 정권이 빼앗아갔다"면서 "담뱃값은 서민들의 생활비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한꺼번에 인상한 건 서민경제로 보면 있을 수 없는 굉장한 횡포"라고 쓴 바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이스란 국장이 스스로 발표한 내용을 부인하고 나섰다. 1월 28일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이 국장은 담배 값이 오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아니다. 오르지 않는다. 현재 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추진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

보건복지위원인 조명희 의원은 "향후 10년 간 우리 국민의 건강정책 방향과 과제를 담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마무리와 발표를 앞두고 새로운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을 임명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임명 3개월 만에 술값 담배 값 인상 계획을 발표하고 말 뒤집기로 전국민적 논란을 초래한 직후 예산 지원을 받아 파견 교육을 가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한다면 과연 누가 책임 의식을 갖고 직무를 수행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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