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그 어떤 기부보다 빛나는…특별한 경험을 선물하라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진화

시각장애 배려한 미술관 체험
청각장애인을 위한 스타벅스
경험 선사하는 기업CSR 주목

디지털월 가득 채운 힐링정글
파병군인 VR로 가족과 재회
신기술로 전에 없던 시도 가능


현대해상이 세브란스 어린이병원과 아산병원에 설치한 치유의 놀이터 `힐링정글` [사진제공 = 이노션]
'어떤 사람의 지식도 그 사람의 경험을 초월하는 것은 없다'라는 영국 철학자 존 로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경험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최고의 자산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다둥이 아빠 연예인은 '부모의 사랑이 최고의 스펙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한 따스한 경험들이 그 어떤 스펙보다 낫다는 의견에 출연진 모두 공감을 표현했다.

경험은 훗날 우리 인생에서 그 무엇보다 큰 힘을 발휘하게 하기 때문에 참 중요하다. 꼭 돈이 있어야 하는 경험들은 제외하고라도 약간의 다름 또는 불편함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조차 남들처럼 소소한 경험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일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또 하나의 진정한 기업 사회공헌활동(CSR)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레고에서 진행했던 'Blind Art Project-Experiencing Art'는 '과연 모든 사람들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가(Can everybody experience art?)'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독일 뮌헨의 렌바흐 미술관에 모인 시각장애 아이들에게 화가 프란츠 마르크의 'The Blue Horse'라는 작품에 대해 상세히 묘사해주고, 아이들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해 레고로 작품을 만들어보게 했다. 만든 후에는 비장애 아이들에게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귀로 듣고 작품을 만들어낸 것도, 그 작품에 대해 장애를 갖지 않은 아이들이 설명을 듣는 것도 둘 다에게 모두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자신만의 새로운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를 통해 레고는 무한한 창의력을 키워주는 장난감이라는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아트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고 충분히 예술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작년 10월, 스타벅스는 미국 워싱턴DC에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커피숍'을 오픈했다. 미국 내 첫 수화매장인 이곳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특화 매장으로 수화를 구사하는 직원 20여 명이 있는데 모두 청각장애인들이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이 매장은 주문하는 손님도, 음료를 건네는 바리스타도 모두 수화로 대화를 하고, 내부 공간 디자인도 건축가 한셀 바우만이 청각장애인들을 배려해 내부 컬러, 음향, 빛, 근접성 등을 고려해 설계했다. 단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집이나 사무실 외에 그들이 함께 만날 수 있는 제3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은 비록 장애를 가졌지만 그들이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의 폭이 한층 넓어진 것임이 분명하다.

파병된 군인이 가상현실을 통해 가족들을 만나는 현대자동차의 슈퍼볼 광고(원 안). [사진제공 = 현대자동차]
최근엔 나날이 발전하는 신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사회적 활동도 늘고 있는 추세다. 클라우드 기반의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 학생들이 평등한 교육기회를 접할 수 있도록 학습자료를 제공하기도 하고, 해외에서 복무하는 파병 군인들이 가상현실(VR) 기술을 통해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는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국내 기업들 역시 보다 진화된 기술을 접목한 CSR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어린이병원에 들어선 디지털동물원이 그중에서도 눈에 띈다. 현대해상에서 만든 '치유의 놀이터, 힐링정글'이 바로 그것인데, 인터랙티브 디지털 월(wall) 포맷으로 정글의 동물 캐릭터들이 병원 한쪽 벽에 출현해 장기 입원한 소아 환자들이나 외래 진료를 받는 어린아이들에게 그야말로 신체적, 정신적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실제로 스마트폰, 태블릿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우리나라 병원 현실에서, 특히 장기 입원을 할 수밖에 없는 어린아이들이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잠깐이라도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잊고 외부 세계에 있는 것과 같은 순간을 제공해주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힐링정글 콘텐츠는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을 줄여 정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게 해 줄 뿐 아니라 체험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스트레칭 등 다양한 신체활동을 통해 체력 증진에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방향에서 기획됐다.

외부 세계에 대한 간접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단순한 놀이시설이나 기부·기증이 아닌 장시간 병원에 있어야 하는 소아 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측면을 고려해 콘텐츠가 디자인됐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사회공헌활동과는 차이가 있다. 오픈 이후 아이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아이들뿐 아니라 지친 아이들을 지켜만 봐야 하는 부모들도 아이들이 잠시나마 활력을 얻는 모습을 보고 좋아했다. 리얼 스토리를 토대로 한 힐링정글 바이럴 영상은 공개된 지 2개월여 만에 유튜브 1000만 조회 수를 돌파하며 응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예전과 달리 굳이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첨단 기술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따뜻한 기술이 만든 실체를 통해 경험의 가치를 제공하는 캠페인이야말로 기업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진화된 방법일 것이다. 개인에게 경험이 최고의 자산이듯, 기업에도 경험이 최고의 기부일 수 있음을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생각해볼 때다.

[박진희 이노션 월드와이드 비즈니스솔루션 CM]

▶매경 뉴스레터 '매콤달콤'을 지금 구독하세요
▶뉴스 이상의 무궁무진한 프리미엄 읽을거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