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건의 전지적토지관점] 전원주택 시공사, 싸게 잘 지어주는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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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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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제공|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스포츠서울] 일반적으로 철근콘크리트구조(이하 철콘주택)와 목조주택은 우리나라 단독주택 시장에서 가장 많이 짓는 주택 골조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해 착공신청을 한 주거용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은 9만2678동이었다. 이 중 철콘주택과 목조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8할 이상이다.

올해의 경우 1월부터 6월까지 착공 신청한 수가 4만8108개동이다. 이 외에 근린생활시설건물(이하 상가주택) 등을 포함하면 상당히 많은 수의 주택들이 지어지고 있다. 사실상 수십 조에 해당하는 시장규모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곳은 정보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시공사와 건축주 간의 마찰이 많다. 시공사는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건축주들로 인해 애로사항을 느끼고, 건축주는 정보가 없기 때문에 시공사에 대한 불안함과 의구심이 있다. 예비 건축주가 계약서를 쓰고 완공을 하기까지 최소 얼마의 공사비를 예산으로 책정해야 안정적으로 집을 지을 수 있는지 알아보자.

필자가 만났던 예비 건축주는 대기업의 본부장급이었다. 나름대로 검색도 많이 하고 좋은 집을 싸게 지으려는 욕심이 보통 이상이었다. 그 예비 건축주가 건축사를 통해 설계해놓은 ‘목조주택 골조’를 기반으로 한 도면을 들고 아는 시공사들 중 나름 착한 가격에 잘 짓는 회사들을 리스트업해 만남을 가졌다. 예비 건축주는 평당 450만원에 집 완공은 물론 토목과 기초설치부터 정화조, 상수 설치까지 요구했다. 설계도면을 보고 대부분 시공사들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실 필자가 한 눈에 보기에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말해도 소비자는 무조건 시공사를 의심하고 “왜 안되냐. 회사에서 마진을 조금 덜 가져가고 지어주면 안되겠냐”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필자가 아는 시공사 중에선 그 집을 지을 수 있는 회사는 없었다. 그 예비 건축주는 끈질긴 검색 끝에 평당 450만원에 모든 걸 해주겠다는 시공사를 만났다고 했다. 시공사를 찾았다는 말에 호기심과 의구심이 동시에 들었다. 정말 그게 가능한가 싶었다. 단순히 집만 짓는다면 평당 450만원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토목부터 정화조, 기초설치, 상수도 연결 등 할 것들이 꽤 많은 땅이었기 때문이다.

결론을 얘기하면 집을 짓는 동안 시공사와 분쟁이 끊임 없었고 계속해서 추가비용이 들었다. 시공 기간 또한 한 달 반이면 된다는 것이 5개월이 넘어갔다. 그 예비 건축주는 처음부터 싸게 짓는 것에 사로잡혀 잘못된 시공사 선정을 한 것이다. 요구를 다 들어주겠다던 시공사는 아주 영세한 곳이어서 빠르게 현금을 돌리기 위해 소비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 한 것이다. 결국 시공사는 시공포기각서를 써서 제대로 된 이윤조차 없이 손해는 손해대로 봤고, 건축주는 건축주 대로 다른 시공사를 찾고 추가비를 들여 공사를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건축주는 싸고 좋은 집을 짓겠다고 한 달 동안 20개 정도 시공사를 만났다고 했다. 보통 예비 건축주들은 시공사를 알아볼 때 빨리 집을 짓고 입주하고 싶은 생각에 서둘러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 건축주가 20개 시공사를 만난 것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열정으로 많은 시공사들을 만났다면 평균 비용을 낸 후 본인의 예산을 늘리거나 예산이 맞지 않는다면 예산에 맞게 도면을 변경했어야 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고 업자가 마진을 많이 남긴다는 의구심만으로 시공사를 선정해 실무적으로 난항을 겪었다. 부도덕한 시공사가 잘못이지만 처음부터 올바르게 조언한 시공사를 모두 거부한 건축주 역시 문제다.

필자 역시 정말 많은 시공사들과 미팅을 해봤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력을 가졌다고 해도 단독주택 시장에서 평당 50~100만원이상 차이가 나게 싸고 좋은 집을 짓는 시공사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필자가 목조주택을 지을 때는 정화조나 상수도 혹은 지하수, 집에 대한 기초매트 설치부터 완공까지 평당 500만원으로 잡고 있다. 여기서 집 기초설치 외에 돌을 쌓거나 평탄화 작업, 잔디를 심거나 나무를 심는 공사는 별도다.

요즘 유튜브에서 싸게 짓는 법을 알려주는 분들도 있지만 참고 정도로 보는 것이 좋다. 오히려 너무 저렴한 가격은 의심을 해보는 것이 좋다. 발품을 팔며 공부해 데이터를 쌓았다면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한다. 위 사례처럼 스스로 발등을 찍을 수 있는 지나친 의심은 조심해야 한다.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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