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강국 獨·금융허브 英서도…IT·바이오가 시총지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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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13. 오후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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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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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시총 순위 대격변

FAANG이 끌고가는 미국 외에
유럽증시도 성장주 위주 재편

금융·석유업종 대장주였던 英
올해 처음 제약 나란히 1·2위
독일선 SW기업이 지멘스제쳐
加 올해 5월 이커머스社 1위로

2분기 실적 발표 후 조정 주의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뒤 한국과 미국 증시에선 정보기술(IT)·헬스케어 등 신성장 업종을 중심으로 소수 '성장주'에 주가 상승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이 미국의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미국 성장주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 미국 외 선진국 증시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이 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등 이른바 'BBIG'으로 불리는 성장주 위주로 재편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현상으로, 전례 없는 산업 지형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메리츠증권이 2010년부터 지난 7일까지 미국 외 선진국 증시 가운데 독일, 일본, 영국, 캐나다 등 4개국 증시의 시총 최상위권 순위를 분석한 결과 IT·소프트웨어(SW) 업종이나 제약·바이오 업종 같은 기업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극적인 시총 변화를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6월 중순 이후로 한국과 미국 증시의 경우 지수 상승에 비해 오르는 종목만 더 오르는 '소수 종목 집중 장세'가 두드러진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설명이다.

성장주가 전통산업을 누르고 시총 1위로 등극한 건 영국과 캐나다 증시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전통적으로 금융과 석유·에너지, 담배 회사 등이 시총 상위권을 차지하던 영국은 제약·바이오주가 올해 처음 시총 1, 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전통적으로 영국 증시는 2010년 이래 금융주인 HSBC홀딩스가 1위를 지켜오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쇼크 이후 3월 31일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시총 94조6900억유로로 HSBC를 제치고 1위 기업에 등극한 이후, 4월 16일에는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시총 2위에 오르며 HSBC를 영국 시총 3위로 내려앉혔다.

캐나다 역시 전통적으로 대형 은행주인 RBC(로열뱅크오브캐나다)와 토론토-도미니언 은행이 2010년 이후 시총 1, 2위를 굳건히 지켜온 증시였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인 쇼피파이가 2015년 상장해 지난 5월 22일부로 약 5년 만에 121조5810억캐나다달러의 시총을 기록하며 전통 강자인 RBC를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 증시도 신성장 업종을 향한 패러다임 변화에선 벗어날 수 없었다. 독일은 2010~2012년 초까지만 해도 기계 장비 업종인 지멘스가 시총 1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2013~2016년 초 제약사인 바이엘에 1위 자리를 진작에 넘겨줬다. 2017년 뒤로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강자인 SAP가 압도적으로 시총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액화수소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경제 유망주인 산업용 가스 업체 '린데(Linde)'가 올해 초부터 시총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시총 1위 도요타자동차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지만, 올해 초 시총 2, 3위였던 전통 이동통신사 NTT(일본전신전화)와 NTT 도코모를 누르고 소프트뱅크 그룹(2위)과 스마트팩토리 장비 가운데 세계 머신 비전 시스템 점유율 1위인 키엔스(3위)가 시총 상위권에 새로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기간 도요타자동차 시총은 1.2% 감소했다.

성장주가 증시를 이끄는 모습은 코스피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과 7월 코스피 시총 상위 10대 종목을 살펴보면 반도체를 필두로 인터넷 서비스·IT 업종, 제약·바이오, 2차 전지 등 성장 업종으로의 산업구조 재편이 시장 가치로도 반영되고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이 성장 산업으로 한데 묶인 건 1999년 이후 처음"이라며 "올해 승기를 잡은 종목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다만 성장주가 중장기적인 주도주가 될 것을 인정해도 단기적으론 과잉 밸류에이션에 주의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특히 2분기 실적 발표가 주도 업종을 위주로 단기 조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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