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느려졌어? 배터리를 교체해봐!”
애플 '배터리 게이트'는 2017년 12월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에 한 편의 글이 시발점이 됐다.
이전부터 애플이 신형 아이폰을 많이 팔기 위해 일부러 구형 아이폰 성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됐고, 흔한 루머로 치부되곤 했다.
하지만 IT 기기 성능 테스트 사이트인 긱벤치에서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험결과를 내놓고, 성능저하가 사실로 밝혀졌다.
논란이 커지자 애플은 공식 성명을 통해 “아이폰에 탑재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잔량이 적거나 기온이 내려갈 때 전력공급에 차질이 발생한다”며 “아이폰이 예기치 못하게 꺼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폰6·6S, SE와 iOS11.2가 적용된 아이폰7에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배터리 수명 하락에 따른 의도적 성능 저하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적용됐다는 의혹을 사실로 인정한 셈이다.
시장은 경악했다. 사전 고지나 사용자 동의 없이 성능 저하를 유발 시켰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거센 비판이 일었다. 배터리 교체가 쉽지 않은 애플 수리 정책을 감안하면 신형 아이폰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상술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애플은 뒤늦게 사과하고 배터리 교체 비용 할인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했다. 과실 인정 없이 알맹이가 빠진 사과에 배터리 교체를 통해 추가 수익을 올린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듬해에는 배터리 게이트 이전에 공인센터에서 배터리를 교체한 고객을 대상으로 비용 일부를 돌려주기로 했지만 물량 공급 지연으로 서비스 지연까지 발생했다.
무엇보다 고객 신뢰를 잃었다. 결국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지에서 50여건이 넘는 집단소송이 제기되며 배터리 게이트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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