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계좌 열고 후불결제...대출 빼고 다 되는 ‘슈퍼 면허’ 나온다

입력
수정2020.11.29. 오전 11:34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토스 같은 빅테크·핀테크 플랫폼에서 계좌를 만들고 소액 후불 결제까지 하는 일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빅테크·핀테크 업체가 대출 빼고 다 하는, 사실상 준(準)은행이 되는 셈이다. 대신 ‘OO 페이’에 넣어두는 선불 충전금을 외부 금융회사에 맡겨두도록 하는 등 소비자 보호도 강화된다.

윤관석(더불어민주당) 국회 정무위원장은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지난 27일 발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구체화해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다.

/뉴시스

핀테크에서 계좌 만들고 소액 결제

이번 법안의 핵심은 빅테크·핀테크 성장에 발맞춰 이들이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을 구체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금융업 면허(라이선스)를 도입하는 것이다.

먼저 종합지급결제사업자라는 ‘슈퍼 먼허’가 생긴다. 간편결제나 송금 이외에, 기존에는 은행 등만 할 수 있던 계좌 발급까지 할 수 있는 내용이다. 네이버 페이에 통장을 만들어 월급 통장으로 쓰고, 거기서 카드 대금이나 보험료 등이 자동으로 빠져나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상 대출을 뺀 모든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대신 최소 자본금 200억원을 갖춰야 하는 등 진입 장벽은 꽤 엄격하다. 네이버·카카오 등 일부 빅테크 업체들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간편 결제 업체들을 위한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도 새로 도입된다. 고객 계좌를 만드는 건 아니지만, 고객이 보유한 다른 금융회사 계좌 정보에 곧바로 접근해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카드사 등만 할 수 있던 소액 후불 결제도 가능해진다. 여태까지는 ‘OO 페이’에서는 미리 넣어둔 충전금이 없으면 결제를 할 수 없었다. 또 선불 한도도 200만원에 그쳤다. 이번 법안에서는 간편 결제 업체에 월 30만원 한도의 소액 후불 결제도 허용하기로 했다.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를 참조해 정한 한도다. 소액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신용카드처럼 간편 결제를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가 넣어둔 충전금, 외부 금융기관에 맡겨야

빅테크·핀테크가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는 대신, 정부의 규제·감독도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빅테크·핀테크 업체는 소비자가 맡겨둔 돈(선불 충전금)을 외부 신탁·예치해야 한다. 또 업체가 망하더라도 소비자 돈을 최대한 돌려받을 수 있도록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는 우선변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전자금융사고가 날 경우, 합리적 권한 있는 자의 지시 없이 발생한 사고에 대해 금융회사 등에 배상 책임을 부여하기로 했다.

향후 금융 플랫폼의 영향력이 강해질 것을 대비해 플랫폼에 대한 영업 규율도 마련하기로 했다. 예컨대 빅테크 업체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금융회사에 ‘갑질’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법에는 ‘합리적 이유 없는 이용자 차별’ ‘설명 거부’ ‘구입 강제’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 ‘부당한 손해전가 행위’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금융 당국이 금융 플랫폼에 대해서도 관리·감독 및 제재를 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단순 상품 중개만 했다는 이유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회사가 아닌 자가 운영하는 금융 플랫폼은 제휴 금융회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규제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금융플랫폼 운영자에 대해 직접 조사·자료제출 요구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추진을 작심 비판했다./뉴시스

'핀테크 지급 결제 감독' 한은 반발에 절충안 마련

발의된 법안에는 빅테크에 청산기관을 통한 외부 청산을 의무화하고(전자지급거래청산업 신설), 이를 금융위가 허가·감독하는 내용도 담겼다. 예컨대 카카오페이 사용자끼리 돈을 주고받은 내역에 대해서도 외부(금융결제원)에 보고하라는 것이다. 핀테크 업체들이 이용자 충전금을 제멋대로 쓰는 사고 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또 금융위원회가 이를 관리·감독할 권한을 갖는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 한국은행은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금융사들의 지급·결제를 운영·관리하는 금융결제원은 본래 한은 관할인데, 금융위가 핀테크 관리를 핑계 삼아 금융결제원을 ‘탈취’한다는 것이다. 이주열 총재조차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다. 한은의 영역을 건드리는 것이다”면서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윤관석 의원과 금융위는 이런 우려를 반영해 절충안을 제시했다. 개정안에 부칙을 달아 ‘금융결제원 업무 중 한은과 연계된 업무(한은이 금융결제원에 차액결제시스템을 제공해 리스크를 관리)에 대해서는 금융위의 감독·검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기로 했다. 또 금융결제원에 대해서는 전자지급거래청산업 허가 절차를 면제해준다는 내용도 부칙에 담았다.

[이기훈 기자 mong@chosun.com]




코로나19 현황 바로가기
당신의 맞춤뉴스 '뉴스레터' 신청하세요
조선일보 로그인하고 영화 공짜로 보자!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