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맛집 :: 노포 스타일의 연탄구이 돼지갈비 맛집, '경상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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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27.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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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할 수 없는 치명적인 제안, 낮술

쉬기 하루 전날. 지방에 있는 후배에게 "선배님 내일 뭐 하세요?" 연락이 왔다. 사실 별일이 없으면 그동안 못한 운동을 하고 집 앞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을 하는데 후배가 상당히 아쉬워하며, "낮술 한 잔 할까 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많은 고민을 했는데, 이 후배도 나름 힘든 마음으로 나에게 연락을 했을 텐데 거절하면 다음에 연락하기 더 어려워할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나도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어서 운동 계획을 취소하고 만나자고 대답을 하였다. 대신 메뉴 선택은 내가 하기로-

간판이 없기 때문에 이 녹색 포장마차를 기억해야 한다.

지난번에 을지로의 산수갑산을 데리고 갔었는데, 이 친구가 너무 좋아한 것이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비슷한 위치에 비슷한 노포 스타일(이라고 쓰고 수컷 냄새 가득한 곳이라고 읽는다)로 장소를 제안했다. 그곳의 이름은 을지로의 '경상도집'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을지로 맛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 빼고 다 알고 있었던 곳이라 매우 궁금했다. 

메뉴판은 이게 전부.
국산 돼지갈비 1인분만 판매를 한다.
그리고 카드 결제가 안되기 때문에 사전에 현금을 두둑이 준비해야 한다.

포장마차의 문을 여니 이렇게 콩나물국이 펄펄 끓고 있었고-

잘 재워진 돼지갈비가

연탄에 맛있게 구워지고 있었다.
분위기는 옛날 시골집의 부엌에서 굽는 그런 분위기-

이 모습을 보니 명절 때 시골집에 내려가면 큰어머니가 요리를 해주셨던 그때가 생각난다.

자리를 잡으려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여기는 냉장고와 재료 손질을 하는 공간이었다.

식사를 하는 곳은 반대편의 포장마차.
여기도 간판은 없고 그냥 포장마차-
후배가 조금 늦게 와서 자리를 잡으려고 했는데 사장님께서 혼자서는 먹을 수 없다고 그랬다. 아마 1인분만은 판매를 하지 않으신다는 얘기를 이렇게 하신 것 같다. 조금 있으면 후배가 온다고 하니 그때야 이 자리로 안내를 해주고, 석유난로를 틀어주신다.

기본찬
김치, 마늘, 고추, 부추김치, 상추

그리고 얼큰한 콩나물국-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낮맥-

처음에 시킨 것은 3인분- 양은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지만, 연탄에서 직화로 굽는 돼지갈비의 맛은 정말 맛있었다. 불 맛도 느껴지고 말이지. 자칫 돼지갈비는 양념을 오래 재우면 단맛이 강해서 고기의 맛을 느끼기 어려운데, 경상도집의 돼지갈비는 고기가 메인이고 양념이 서브인 느낌이었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더 좋았던 맛.

한 달 만에 만난 후배와는 회사 얘기보다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생활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한 것 같다. 낮술이 주는 그 오묘한 취기에 둘러싸여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멘티로 만난 후배인데, 연락도 자주 해주고 수컷 냄새 가득한 취향도 즐길 줄 알아서 멘토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한 점 한 점 먹다 보니 접시를 다 비워서 결국 2인분 추가 주문-
남자 둘이서 5인분과 공깃밥 하나와 낮술(주문량은 비밀)을 거하게 먹고 마시며 기분 좋게 나왔다.
추운 겨울의 낮의 분위기도 좋았지만 날씨가 따뜻한 봄 가을의 저녁에는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해지는 곳. 그래서 내년 봄이 기다려지는 곳이다. 하지만, 그전에 두어 번 정도는 더 가게 될 것 같은 곳- 

경상도집
경상도집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39길 29
상세보기

주소 : 서울시 중구 을지로 39길 29
전화 : 02-2265-4714
영업시간 : 11:00-22:00
 ※ 정기휴무 : 일요일
주차 : 불가


Fujifilm X-T1 / XF 18mm F2.0 / XF 35mm F1.4
photographed by 사진찍는 마케터
instagram @hyeongki_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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