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정시 통합-수능 절대평가’ 땐 가장 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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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기관들과 대입 개편 시나리오 분석해보니…


수능 절대평가 전환 시 수시 최저학력 영향력 약화 고교 내신 중요도 높아져
수능 상대평가 유지하면 학생 부담 크게 증가 전망
수시·정시 분리 현행 제도서 수능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주요 대학 정시 폐지 본격화

교육부가 11일 내놓은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한 정책 조합이 가능해 입시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르고 있다. 정시·수시 통합 여부와 대학수학능력시험 평가 방법(상대·절대 평가), 수능 과목 구조,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와 같은 주요 쟁점으로만 정책 조합 30개가 만들어지는 ‘고차 방정식’이다. 다른 경우의 수까지 고려하면 수백개까지 가능하다. 종로학원하늘교육 등 사설 입시 기관과 분석해봤다.

교육부가 예시한 5개 모형은 어떻게 나왔나

현행 대입은 수시와 정시로 선발 시기가 이원화돼 있다. 수시모집 원서를 9월에 제출하고 수능시험을 11월 셋째 주에 치르면 12월에 성적표를 받는다. 수능 최저기준 충족 여부가 확인된 후 수시 합격자 발표가 이어진다. 수시 모집이 모두 끝난 12월 말 정시모집이 시작되며 이듬해 2월까지 이어진다. 수시와 정시가 수능을 연결고리로 해서 엮여있는 구조다.

정시와 수시가 통합되면 수능은 11월 첫째 주로 당겨진다. 11월 중으로 성적이 발표되고 11월 말부터 이듬해 2월 말까지 대입 선발 일정이 이어진다. 정시와 수시가 통합되기 전의 6개월에서 4개월로 대입 일정이 압축된다. 수험생은 물론 대학과 고교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를 겪게 된다.

교육부는 여기에 수능 평가 방법을 조합해서 5개의 모형을 예시했다. 교육부는 수능 평가 방법으로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상대평가 유지, 원점수제를 제시했다.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은 모든 과목을 9개 등급으로만 평가한다. ‘상대평가 유지’는 영어와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절대평가로, 국어 수학 탐구를 상대평가로 남겨놓는 방법이다. ‘원점수제’는 국어 수학 탐구는 원점수를 제공하고,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은 절대등급을 제공한다. 교육부는 수능 과목별로 25문항씩 출제하고 문항별 동일 배점(4점 또는 2점)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개 모형은 그래서 정시·수시 통합과 수능 절대평가, 정시·수시 통합과 수능 상대평가, 정시·수시 통합과 원점수제, 정시·수시 분리와 수능 절대평가, 정시·수시 분리와 수능 상대평가가 된다. 정시·수시 분리와 원점수제를 조합하는 경우는 제외했다. 현행 제도에서 수능만 원점수제로 돌리는 방안이어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정시·수시 통합 모형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했을 경우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 최저기준 영향력 축소에 주목한다. 이는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학종의 경우 수능(최저기준) 영향력은 약화되고 고교 내신의 중요도는 올라가게 된다. 이는 대학들이 학종을 늘리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단 주요 대학들은 고교 내신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대학 입장에서 수능 최저기준은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수험생을 걸러주는 역할을 했다. 수능 최저기준의 변별력이 하락하면 내신이나 면접 등 다른 전형 요소를 통해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정시와 수시의 통합으로 선발 기간이 축소된 상황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수능 위주 전형(현재 정시)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는 수능 100%로 뽑는 전형에 한해 원점수를 제공할 방침이다. 절대평가로 전환되더라도 원점수가 제공된다면 대학들은 얼마든지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촉박해진 전형 일정을 고려할 때 원점수로 학생을 뽑으면 깔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수능 위주 전형은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

상대평가를 유지하면 학생 부담이 증가한다. 이는 원점수제도 비슷하다. 교과 비교과 수능까지 모두 잘해야 하는 부담이 수험생에게 주어진다. 수험생 부담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능 점수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가능해진다. 학종에서도 수능 점수가 객관성을 높이는 데 활용 가능하다.



학종의 객관성이 올라가는 것과 별도로 수능 위주 전형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상대평가 유지든 원점수제 전환이든 마찬가지다. 정시와 수시가 분리돼 있을 때는 수시에 합격한 수험생이 정시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른바 ‘수시 납치’다. 정시와 수시가 통합되면 수시 납치는 없어진다. 때문에 학종으로 우수 학생을 선점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이유도 줄어든다. 게다가 내신 성적은 떨어지지만 수능을 잘 보는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출신 수험생을 뽑을 가능성도 커진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작년에는 완전 절대평가를 냈다가 올해는 원점수로 보완하는 방안을 내놨다. 교육부가 공개한 정보로만 판단하면 정시와 수시가 통합될 경우 지금의 수시 8, 정시 2 비율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정시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시·수시 분리 모형

정시와 수시를 분리한 현행 제도에서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정시 선발에 불안감을 느끼는 대학 위주로 정시 축소가 가속화될 수 있다. 경쟁 대학에 우수 학생을 선점 당할 것이란 불안감이 작용하므로 수시에 집중하는 대학도 나타날 수 있다.

수능 최저기준의 변별력은 약화된다. 학종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학들은 수능 최저기준을 발판 삼아 학종을 늘려왔는데 당분간 이런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고 다른 변별력 요소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대학별고사 강화를 예측하는 입시 전문가들도 있다. 고교 내신의 중요도가 지금보다 상승하고 주요 대학들의 내신 합격선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선 수능 최저기준 약화로 내신과 면접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논술 전형도 마찬가지로 수능의 영향력이 줄고 논술 자체의 경쟁력에 따라 당락이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정시와 수시를 분리하고 현행 상대평가를 유지하면 지금과 달라지는 게 없다. 다만 정부는 현재 정시의 비중이 지나치게 낮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수능의 영향력을 확대해 대입의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대학들이 정시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 기조에 따라 대학들은 학종을 현재보다 줄이는 것보다 논술이나 특기자전형 등을 줄여 정시를 조금씩 늘리는 방식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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