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일부 "말, 뇌물 아니다"…이재용 파기환송심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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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30. 오전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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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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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에 말 처분권한 넘겨줬다 단정 못해" 소수의견
삼성, 파기환송심서 이 주장에 맞는 증거·법리 찾을 듯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19.8.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대법원이 지난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기존의 집행유예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대법관 중 일부는 기존의 2심 판단이 맞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재판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게 된 삼성은 파기환송심에서 이런 견해를 중심으로 주장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이 부회장 사건에서 핵심은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가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2심은 말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갔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해 1심에서 인정된 뇌물액(말값 36억원)이 줄었지만, 대법원은 이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뇌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 때문에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의 형량은 파기환송심에서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뇌물액이 2심보다 더 많이 인정되고 그에 따른 회삿돈 횡령액도 높아지면 상황에 따라 또다시 법정구속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말 3마리를 뇌물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 "최순실씨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사이에서 살시도와 향후 구입할 말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처분 권한이 최씨에게 있었다는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2심은 최씨가 말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확신할 수 없어 뇌물이 아니라고 봤지만, 소유권과 관계없이 말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이 최씨에게 있었다면 뇌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단 이인재 변호사가 29일 오후 대법원 대법정 앞에서 국정농단 사건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8.2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 부회장 입장에선 파기환송심에서 이를 뒤집어야 승산이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대로 선고하지만, 재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증거가 발견되거나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드물지만 대법원 판단을 다시 뒤집는 경우도 있다. '국정원 댓글사건' 2심에서 법정구속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경우 대법원이 2심이 잘못됐다며 뒤집었지만, 파기환송심은 또다시 원 전 원장을 법정구속한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13명의 대법관 중 조희대·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이 밝힌 반대의견이 주목된다. 소수의견이라 전원합의체에서 채택되진 않았지만, 이들은 삼성이 말 3마리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최씨에게 넘겨줬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봤다.

조 대법관 등은 삼성이 최씨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말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 권한을 이전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좋은 말을 사줘라'는 요구를 받은 점과 삼성이 말의 소유권을 확인하려 하자 최씨가 화를 냈다는 사실 등을 뇌물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았지만, 이는 정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에서 삼성 측은 이런 의견을 강조하며 이 부회장의 결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 대법관 중 3명이 이런 견해를 갖고 있는 만큼, 이에 맞는 논리를 보강한다면 이어지는 파기환송심과 이후 대법원에서도 긍정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와 법리를 찾는 게 숙제가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018.2.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2심은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이 없었기에 부정한 청탁이 존재하지 않았고, 삼성이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도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경영권 승계 현안이 있었다고 보고 제3자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영재센터와 관련해 조 대법관 등 3명은 이 부회장에게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이 있었다고 인정하긴 부족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도움이 된 건 있지만 그건 사후적·결과적인 효과라는 것이다. 특히 최씨 같은 제3자에게 막연한 기대로 금품(영재센터 지원금)을 준 경우는 묵시적 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삼성 측은 파기환송심에서 이런 견해를 바탕으로 이 부회장의 뇌물액과 횡령액을 낮추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 부회장의 형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경우에 따라선 재구속될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로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실제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징역형, 50억원이 넘으면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2심에서 인정된 이 부회장의 뇌물·횡령액은 36억원인데, 말 3마리에 해당하는 금액과 영재센터 지원금까지 횡령으로 인정되면 집행유예의 기준인 3년 이하의 징역형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삼성 측은 이 두 가지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뒤집으려 할 전망이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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