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논란에도 언론중재법 밀어붙이는 與…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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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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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명예훼손·정정보도청구·반론권 있는데도 징벌적손배제 도입은 과잉금지원칙 위배 우려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을 손해액 대신 언론사 매출액으로 한 것은 비례원칙 반할 수 있어
허위·조작의 개념, 고의·중과실 추론 허용 항목들은 명확성 없다는 지적
국회 특위 요구 무시하고 법안 추진하자 與강성층 '조국사태' 앙금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를 막아서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강행 의사를 밝힌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시점이 다가오면서 위헌과 실효성 논란 또한 커지고 있다.
 
우선 이번 개정안의 핵심인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에 대해서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형법상의 명예훼손죄 제도와 정정보도청구권, 반론권 등의 보장을 통해 가짜뉴스에 대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추가로 도입하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법안의 도입 배경이 된 영미권의 경우, 민사 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극 활용하는 대신 우리나라와 같은 다른 방어권 제도가 발달해있지 않다는 점에서 과잉금지 위배 논란이 지적되고 있다.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을 손해액이 아닌 언론사의 매출액으로 정한 점은 비례원칙 위배 논란을 낳고 있다.
 
매출액은 담합 등 경제적으로 불공정 행위를 했을 경우, 이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에 활용되는 기준인데,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한 피해액을 매출액에 연동해 판단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또 하나의 비판 지점은 명확성의 원칙 또한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30조의 2에는 법원이 허위·조작 보도 내용에 대한 고의·중과실을 추론할 수 있도록 한 4가지의 항목이 담겼다.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 가중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충분한 검증절차 없는 복제·인용 보도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른 제목·시각자료를 삽입 또는 기사 내용을 왜곡 등이 바로 이 항목들인데 문제는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하는 점이다.
 
'보복적', '회복하기 어려운', '충분한' '본질과 다른' 등은 재판부에 지나치게 넓은 판단의 폭을 제공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윤창원 기자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개념 또한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조 17의 3은 허위·조작 보도를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과 의견의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에 새로 담긴 기사열람차단 청구권은 비판적 기사를 과도하게 금지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제목·맥락상 본문의 주요한 내용이 진실하지 않은 경우 △개인의 신체·신념·성적 영역 등과 같은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그밖에 인격권을 계속 침해하는 경우 등을 열람차단의 요건으로 규정했는데, 이를 다소 폭넓게 규정할 경우 정치·경제·사회 권력 계층을 비판하는 내용의 보도가 다수 가로막힐 수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를 막아서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처럼 다수의 논란 지점이 있음에도 민주당이 국회 언론개혁특위 설치나 추가적인 대국민 공청회 요구를 무시하고 법안 처리를 강행하자 민주당 내 강성지지층이 이른바 '조국사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검찰에 이어 언론을 길들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른바 가짜뉴스의 90%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튜버 등 1인 미디어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기성 언론만 대상이 되고 있는 언론중재법을 처리하려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1인 미디어 규제는 언론중재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에서 다뤄야 할 내용인데, 아직 야당과 조율할 부분이 남아있어 당장 처리하기 어렵다"며 "언론계와 학계 등에서 지적하는 점들은 상당 부분 손을 봤고, 법안이 모든 것을 규정하지 않고 기본적인 판단을 사법부의 재량에 맡기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우려하는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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